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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1.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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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67년 출생
89년 2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학사
91년 2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석사
85~89년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활동(버들골 BBS 개발)
아래아한글 공동 개발
한메소프트 창립
91~92년 현대전자 보스턴 R&D 센터 근무
95~96년 현대전자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현재 신비로) 개발팀장
97년 4월 엔씨소프트 기술고문 취임
98년 8월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취임“리니지로 한우물 파겠다” >지난해는 리니지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정도지요. 엔씨소프트는 코스닥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황제주로 자리를 잡았고요. 우리가 코스닥에 올라가 있으니까 유별나게 관심을 받은 것뿐입니다.
게임업체 모두가 지난해 선전했죠. 해마다 시장 반응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운으로 돌리기엔 설명이 좀 부족한데요. 인터넷이나 PC방이 이렇게까지 확산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니까 운이 좋았다는 것이죠. 시장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진짜 몰랐어요.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새로 개척한 영역이 아니라면 성공하기 힘들죠. 리니지는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파워 본능을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에 목적성을 부여했다는 것이죠. 굳이 성공요인을 들라면 이런 것이 아닐까요. >한쪽에선 온라인게임 시장이 포화됐다는 얘기를 합니다.
또 선발업체들의 독과점현상이 지나쳐 후발업체의 도전을 통한 발전이 막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우리도 한때 늘 포화상태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예상과 달리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측을 이미 벗어났어요. 독과점 문제는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로 나쁜 거죠.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속성상 성공작은 한두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른바 대박이란 것은 1년에 한두개 정도라는 거죠. 맞는 말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후발주자들이 나와 경쟁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데는 동감합니다.
좋은 제품이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초고속망 사용자가 4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온라인게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PC방의 영향력도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고속망 사용자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리니지는 요금체계가 다양해요. 초고속망 사용자에 대한 요금체계도 따로 있죠. 매출구조가 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만 PC방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고객입니다.
영향력과 상관없이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출구조에 따라 전략이 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분히 정치적 발언 같습니다.
원칙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원칙을 자꾸 강조하면서 스스로 다짐을 하는 거죠. >경쟁업체의 경우 온라인게임이라고 해도 여러가지 제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하나밖에는 없어요. 위험부담이 큰 것 아닐까요. 그런 걱정하다 보면 저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합니다.
그런데 온라인게임 특성상 한번 빠지면 다른 게임으로 옮아가기 어렵습니다.
영화는 대부분 단작으로 끝나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죠. 10년 넘게 하나의 아이템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니지도 변신을 거듭해 메인 타이틀로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대작을 우리라고 못 가질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흔히 잘못 하는 것이, 하나 성공하면 다른 것도 쉽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부분 자만심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유혹은 많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한곳에 주력할 겁니다.
우리는 다변화를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리니지 모바일’ ‘리니지 토너먼트’같이 게임을 즐기는 디바이스를 다변화하는 것이죠. 그리고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것이 여러 작품을 만들어 조금씩 우려먹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PC게임도 네트워크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가 선발주자로서 온라인게임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경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온라인게임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PC게임은 네트워크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한판승을 즐기는 겁니다.
온라인게임은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에요. 많이 다르죠. 경쟁보다는 오히려 시너지를 창출해 상호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PC게임도 온라인게임으로 분류합니다.
우리는 좀 좁은 의미로 써왔죠. 넓은 의미로 보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초고속망 보급, 새로운 디바이스 등장 등으로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화가 앞으로 2, 3년 안에 핫이슈로 떠오를 겁니다.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앞세운 웹라이프 www.weblife.co.kr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새로운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는 겁니까. 웹라이프는 별도의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리니지 사용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이트죠. 앞으로 전세계 리니지 사용자들을 여기에서 중앙집중적으로 서비스하려고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가 개발기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서비스의 해입니다.
한 5년 잡고 하는 겁니다.
>세계 전략으로 ‘닷월드’라는 것을 내세웠는데 어떤 겁니까. 우리가 하려는 것들을 한마디로 정의해본 겁니다.
‘인터넷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주는 회사’니까 ‘닷월드’라고 이름붙였죠. 해외진출 전략은 현지에서 제작과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짰습니다.
블록별로 개발 스튜디오를 만들어갈 겁니다.
물론 현지인 중심으로요. 기본원칙은 우리가 지분의 51%를 갖고, 상대업체는 개발회사여야 한다는 거죠. 밖에서는 아직 코리아를 잘 몰라요. 이런 얘기하면 해외에서 아직도 “너희가 뭔데” 하는 소리가 나옵니다.
(웃음) >엔씨소프트는 투명경영의 모범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지난호 <닷21> 조사에서는 국내 애널리스트가 뽑은 베스트 CEO 1위였습니다.
영광입니다.
투명경영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가 나쁜 얘기는 빨리 퍼진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나쁜 일 있으면 빨리 자수했어요. 그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올 매출목표를 1천억원으로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체가 매출 1천억원을 달성한다면 엄청난 사건인데 올해 경기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좀 무리한 목표 아닌가요. 지난해에도 처음엔 360억원을 목표로 했어요. 이것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570억원을 했습니다.
올해 목표는 주변에서 어렵다고들 하니까 그 얘기를 수용해서 잡은 겁니다.
그저 지난해 12월 매출에 곱하기 12를 해서 나온 겁니다.
해외 로열티 부분이나 ‘리니지 모바일’ 같은 신규사업 매출은 빠져 있습니다.
IMF 때도 PC방이 폭발했습니다.
이 분야는 경기와 별로 상관없다는 얘기죠. 물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프트웨어로 1천억을 돌파한다는 게 국내에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였죠. 이제 소프트웨어 업계에 희망을 주고 후발주자들에게도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무시당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운의 철학으로 ‘차카게 살자’
“자신은 없어요. 한번 해보는 거죠.” 김택진 사장은 내내 겸손했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얼굴에 장난끼 어린 웃음을 머금고 “운이 좋아서”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했다.
“제가 지금 이 위치에 있는 것도 운이죠. 좋은 사람들 만나서, 그 사람들 덕분에 이런 자리에 있게 됐으니, 겸손하게 살아야죠.” 가진 자로서 괜한 여유나 허세가 아닐까 하고 느껴질 때쯤 그가 눈치를 챈 듯 ‘운의 철학’이란 것을 꺼내 들었다.
“우리는 한의 철학도 있지만 운의 철학도 있는 것 같아요. 세상과 나누는 대화가 모두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한다 해도 운이 나빴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했다면 운이 나빴을 뿐이에요. 좌절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런 사람을 비난할 것도 아니지요. 오히려 격려를 해줘야 합니다.
운의 철학이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성공을 향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운’이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 같았다.
그의 겸손함이 숨기고 있는 의미를 알 듯했다.
“개인적 목표요, 그냥 ‘착하게 살자’예요. 제가 잘못하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 착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차카게 살자’라고 써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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