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인터넷전화인 다이얼패드사업으로 국내에서만 2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주식발행초과금 등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3천억여원에 이르는 `행복한' 상황이지만, 정작 매출로 연결시킬 일은 막막하다.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수익이 나오려면 가입자 충성도를 높여야 한다.
가입자가 충성스러워지려면 내 사이트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없는 것'을 찾아 사들여야 한다.
”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지향점이 포털(관문)에서 토털(관문+목적지=모든 것)로 넘어가게 된 논리적 배경이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인수합병에 성공해서 토털로 나가느냐, 특화된 서비스로 몸값을 높여 인수합병당하느냐, 아니면, 죽느냐. 올 하반기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승부수다.
새롬기술 `포털없인 못 살아' 가장 매력적인 짝짓기 대상은 게임, 영화, 음악 등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체와 서적판매, 경매, 쇼핑몰 등 B2C 전자상거래 업체들. 유력한 짝짓기 주체는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글과컴퓨터 등 자금력이 있으나 수익모델이 뚜렷하지 않은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다.
더욱 유력한 하반기 인수합병 주도자는 삼성 등 인터넷산업을 노리고 있는 재벌그룹과, 야후코리아 등 실탄이 준비된 외국계 포털. 한겨레IT 기업평가센터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그려본 인수합병 구도다.
새롬기술의 인터넷 무료전화는 독자사업이라기보다는 포털의 한가지 기능으로 존재해야 힘을 갖는다.
여전히 핵심 과제는 포털. 현재 소규모로 운영중인 독자커뮤니티인 새롬넷을 확장해 나가면서 새로운 포털의 인수를 모색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한차례 쓰라린 실패를 겪었지만, 네이버와의 합병은 여전히 타당한 조합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손지현 수석연구원은 “인지도는 높으나 수익이 나지 않는 다른 포털들과의 합병도 비슷한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인수합병 협상 재개가 어렵다면, 중소규모의 금융·뉴스·경매사이트들과의 짝짓기만으로도 시너지효과는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팍스넷, 씽크풀, 티엔티클럽, 제로인 등 종합 금융사이트와 이데일리, 머니투데이 등의 뉴스사이트와의 결합은 취약한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음, 다음은 게임·경매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고민은 각도가 다르다.
커뮤니티는 강하다.
가입자는 충성스럽다.
그러나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이런 구조에서 매출을 낼 수 있는 지름길은 경매업체를 인수합병해 충성스런 가입자로부터 수수료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옥션, 셀피아, 이세일, 와와 등이 시너지효과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인터넷 경매업체들이다.
비테크놀로지,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게임업체들과 결합한다면 기존 가입자들의 충성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은 가용재원이 200여억원으로 아주 넉넉하지는 않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주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웅 사장도 “전략적으로 중소규모업체에 투자할 수는 있으나, 대형 인수합병을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마켓플레이스인 예카를 인터넷 사업의 중심에 놓고 있는 한글과컴퓨터는 조금 다르다.
컨텐츠보다는 예카 운영을 강화할 수 있는 보안, 검색 등의 솔루션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공개기업인 검색사이트 엠파스, 보안업체인 어울림정보 및 소프트포럼 등이 높은 시너지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컴은 자체개발 소프트웨어와 자회사 하늘사랑이 운영하는 채팅사이트 스카이러브로부터 고정적인 수익이 들어오므로 미공개기업의 인수합병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자! 인수합병전 끝에 포털이 모두 토털이 됐다.
그 다음은?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기업들.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마케팅비용은 늘기만 한다.
공통적인 주요수입원인 배너광고 총량은 제한돼 있는 데다 소수의 상위기업에만 집중된다.
“상위 2~3개 업체만 살아남는다.
제 아무리 지명도 높은 기업도 그 아래로는 자금난으로 잇따라 쓰러지면서 매물로 나온다.
” 야후코리아 CFO인 이용문 이사는 하반기 인터넷 포털업계 판도를 이렇게 전망했다.
큰 손들이 기다린다 쓰러지는 기업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롬기술과 같은 자금력 있는 벤처기업이 적극적인 인수전에 나서지 않는다면, 알짜기업들은 대부분 재벌이나 외국계기업의 사냥감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 야후코리아는 미국 야후에서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기회만 노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비상장법인인 삼성아이젠을 설립하기로 했다.
인터넷 투자기업 e-삼성은 이미 활동에 들어갔다.
삼성아이젠은 조만간 자본금을 웬만한 인터넷 벤처기업 10개를 합친 규모인 2천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수합병전의 말미는 결국 재벌과 외국기업의 한 판 승부가 될 것이다”라는 몇몇 벤처기업 CEO들의 말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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