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무역, 대호 등 중견 케이블텔레비전 송출업자들은 더 많은 송출망을 확보해 콘텐츠 유통의 길목을 지키면서 대기업에 맞서지만, 지분참여 등을 통해 송출망을 견제하는 3강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 하반기 미디어업계에는 본격적인 콘텐츠 확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투니버스(만화), OCN·캐치원(영화), 바둑TV, 온게임네트워크(게임) 등 5개의 채널을 인수한 동양제과와 39쇼핑(홈쇼핑)과 m.net(음악)을 확보한 제일제당은 그 선두주자다.
SBS는 스포츠 관련 채널 3개를 인수하고 SBSi를 설립해 인터넷업체들의 사냥에 나서고 있다.
이 세 기업의 목표는 각각 10개의 채널.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를 두루 갖춰 케이블텔레비전 콘텐츠의 1인자로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콘텐츠만 있으면 어디든 `쏜다' 물론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위성방송이 일반화하면 사라질지도 모르는 케이블텔레비전만을 감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한겨레IT 기업평가센터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함께 내린 결론이다.
공중파방송 중심으로 일원화돼 있던 미디어산업구조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멀티미디어 콘텐츠사업자'를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미디어산업에서는 텔레비전, 라디오, 음반 등 매체별로 콘텐츠도 나뉘어 있었다.
즉 텔레비전용 음악프로그램, 라디오용 음악프로그램, 음반용 음악프로그램이 각각 제작되고 배포됐다.
그러나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저장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이런 질서는 뿌리째 바뀌게 됐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한영아 수석연구원은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어느 매체에나 실릴 수 있는 매체중립적 콘텐츠의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음악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하면 그것을 케이블텔레비전, 공중파방송, 인터넷방송 뿐만 아니라 2001년 시작되는 위성방송에까지도 가릴 것 없이 모두 내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단독 PP들은 빅 브라더에 항복 이런 판이 짜여지면, 단독 케이블채널사업자들은 설 땅을 잃게 된다.
어느 정도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단독채널이라도 얼마 가지 않아 다채널사업자에게 밀리게 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동양제과의 경우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을 표방하고 있는데, 음악 종합연예오락 등의 채널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KMTV(음악)나 채널넥스트(종합오락) 등과 짝을 짓는다면 명실상부한 엔터테인먼트그룹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제일제당은 가장 핵심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꼽히는 영화채널이 없다.
본격적인 영화채널은 아니지만 영화·예술채널을 인수한다면 콘텐츠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텔레비전 지역송출업자(SO)들은 하반기 미디어업계 인수전의 또 하나의 초점이다.
콘텐츠 생산자가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송출업자가 송출을 거부하면 안방에까지 전달될 수 없다.
그런데 통합방송법에서는 대기업의 송출업체 보유지분을 최대 33%로 제한해 이 분야 진출을 막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조선무역, 대호 등의 일부 중견기업들은 전국 77개 가운데 최고 10여개의 지역송출업체를 인수해 협상력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에릭 최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송출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활발한 상호 인수합병을 벌일 것”이라며 “기존 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동작케이블텔레비전, 미래케이블텔레비전, 중앙케이블비젼, 서서울케이블텔레비전 등도 인수주체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양제과 제일제당 등 대기업들도 지분참여 등을 통해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아 수석연구원은 “콘텐츠 강자로 나서는 대기업들은 지역 SO들의 지분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 이들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임 애니메이션 전자상거래도 관심 게임·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대한 투자는 관련 분야 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방송콘텐츠 강화라는 점에서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많은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업체 넥슨, 엔씨소프트 등과의 제휴 또는 결합은 고정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쌍방향텔레비전이 가정으로 들어갈 것에 대비한 전자상거래업체의 인수도 합리적이다.
SBS는 스포츠전문쇼핑몰, 동양제과는 영화·애니메이션·게임 전문쇼핑몰 등 각 콘텐츠 특성에 맞는 특화된 전자상거래업체가 사냥감이 될 수 있다.
게임채널 시청 도중에 게임 관련 제품을 구입하고 스포츠중계 도중에 유명선수 캐릭터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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