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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새롬기술연구소
[현장탐방] 새롬기술연구소
  • 김상범
  • 승인 2001.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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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반의 차세대 통신회사 꿈꾸는 새롬기술의 ‘싱크 탱크’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로 잘 알려진 새롬기술이 언제부턴가 아예 통신회사가 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것도 ‘차세대’라는 거창한 기치를 내걸었다.
인터넷은 물론, 유선, 무선, PC, 전화기 등 모든 환경에서 통신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통신서비스 사업자로 발전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새롬기술이 ‘미니 한국통신’을 노리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롬의 꿈은 ‘미니’가 아니다.
한국통신을 훌쩍 넘어 거대한 글로벌 통신서비스 회사를 그리고 있다.
새롬기술이 자신만만하게 발표한 비전의 뒤에는 새롬기술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새롬통신주식회사’의 밑그림에 색을 입히는 곳이다.
석·박사 포함 연구원만 45명 “새롬기술은 닷컴이 아니에요.” “그럼 뭡니까.” “통신서비스 회사죠.” 6호선 내방역 출입구 바로 앞 예광빌딩 3층. 새롬기술연구소 사무실을 찾았을 때 장훈(37) 소장은 통신서비스 회사로서 새롬기술을 강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장 소장은 연구원 2명과 함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지금은 50명 가까운 연구원들이 동고동락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연구소하면 라면 냄새 풍기는 사무실 한편을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기 위해 간판만 내걸고 시늉만 하는 벤처기업도 적지 않았다.
새롬기술연구소는 연구소 자체만으로 웬만한 벤처기업 규모를 뛰어넘는다.
“라면 끓여먹는 그런 연구소와는 격이 달라요. 이런 벤처연구소 아마 없을 겁니다.
” 장 소장의 연구소 자랑이 대단하다.
새롬기술연구소는 모두 6개의 연구실로 구성돼 있다.
멀티미디어 압축 및 복원,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으로 연구 분야가 나뉜다.
45명의 연구원 중 박사가 9명, 석사는 18명이나 된다.
“박사학위를 따고 해당 분야에서 5~6년간 실무 경험을 거친 선임연구원들이 각 분야의 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인신매매하듯 하나하나 내다팔아도 굉장한 돈이 될 겁니다.
” 장 소장의 자랑은 ‘사람’에 이르자 더욱 기세가 오른다.
핵심 연구인력들은 대부분 대기업 연구소에서 멀티미디어 및 통신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한 경력이 있다.
“대기업에서는 많은 연구원들 가운데 한사람일 뿐이잖아요. 자기 이름을 걸고 연구할 수 있는, 그만큼 보람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하나둘씩 모여든 거죠. 연구원들 전 직장이 어디였는지는 쓰지 마세요. 괜히 고급인력 빼왔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요.” 장 소장의 우려(?) 속에도 역시 자랑이 배어 있다.
새롬기술연구소는 새롬기술 본사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선지 조직문화도 다르다.
이곳에서는 소장을 제외하고 단 두가지 직책밖에 없다.
선임연구원(실장)과 연구원이다.
호칭도 나이나 경력에 따라 ‘○○선배’ 아니면 ‘○○씨’다.
소장은 실장들의 연봉을 결정하면 그만이다.
나머지 연구원의 연봉은 실장들이 정한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도 실장들이 만장일치로 뽑는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프로 정신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내 기술을 팔고 싶다”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보여주면 높은 점수를 얻는다.
“모토로라 연구소의 분위기를 따왔습니다.
대기업 출신들이 많아서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내에선 모두 인터넷망 통해 음성전화 새롬기술연구소는 ICP와 MoIP 두가지를 커다란 비전으로 삼고 있다.
ICP(Integrated Communications Provider)를 통해 모든 단말기를 통신수단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것을 인터넷 기반의 멀티미디어 기술 MoIP(Multimedia over Internet Protocol)로 이룩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둘이지만 결국은 하나인 셈이다.
“인터넷전화 시장의 1차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제 2차 전쟁이 시작될 겁니다.
” 장 소장은 2차 전쟁을 ‘홈페이지에 전화달기 전쟁’이라고 풀이했다.
“홈페이지 담당자 이름 옆에 전화기 표시가 있습니다.
이걸 클릭하면 바로 담당자와 통화가 되는 거죠.” 좀더 편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펼쳐진다는 뜻이다.
인터넷전화가 기업시장에서 본격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롬기술연구소는 이미 인터넷전화의 기업용 솔루션인 ‘새롬 게이트웨이’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화교환기의 차세대 제품쯤 된다.
“사내에서 외부에 전화를 걸 때 보통 ‘9’번을 누르죠. 그러면 전화교환기가 이를 받아서 외부의 일반전화망(PSTN)에 다시 연결을 해줍니다.
새롬 게이트웨이를 설치하면 ‘9’번 대신 ‘8’번을 누르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새롬 게이트웨이가 일반 전화망이 아닌 인터넷망으로 연결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죠. 국제전화나 시외전화도 이렇게 하면 시내전화 요금만 물면 됩니다.
” 새롬 게이트웨이는 빌링시스템이 갖춰지는 올해 1분기 말이면 본격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가정에서도 일반 전화기에 연결해 인터넷망으로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롬 SIBP-150’이란 제품도 만들었다.
일반 전화로 다이얼패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미국에 먼저 수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어디로 전화를 걸든 시내전화 요금만 내면 됩니다.
한국통신 입장에서는 큰 일이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대세예요.” 장 소장은 기술혁신이 빚어낸 거대한 흐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솔루션 개발로 IMT-2000 시장도 군침 매킨토시용 다이얼패드, 리눅스용 다이얼패드도 개발이 끝났다.
“리눅스의 경우 이동형 단말기에 임베디드되고 있잖아요. 단말기 회사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무료인 리눅스를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PDA 같은 단말기에도 바로 전화기능을 삽입할 수 있습니다.
” 많은 기술과 제품이 개발되고 있지만 새롬기술연구소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무선 멀티미디어 솔루션이다.
휴대전화나 PDA 등 이동형 단말기에서 주문형 비디오, 멀티미디어 노래방, 동영상 교통정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IMT-2000 시장을 노린 야심작이다.
“TV광고에 보면 휴대전화에 동영상들이 뜨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술 국내에는 아직 없어요. 광고에 나오는 것은 편집을 한 것에 불과하죠. 우리는 진짜를 만들어냈습니다.
” 장 소장은 PDA에 휴대전화를 연결하고 직접 시연을 해보였다.
잠시 후 PDA에서 외국영화 한편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MPEG4 시스템 기술을 구현해 동영상 전송까지 성공한 것은 우리가 처음일 겁니다.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휴대전화로도 영화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무선 멀티미디어 솔루션을 남들보다 빨리 개발하기 위해 새롬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회의를 좇아다닌다.
“MPEG, IETF, 3GPP, 3GPP2 등 중요한 표준회의에는 빼놓지 않고 연구원을 파견하고 있어요. 국제회의에서 새로운 특허가 나오면 전부 긁어오고 있죠. 국내에서는 동기다 비동기다 싸우고 있지만 정작 국제회의나 포럼에 꾸준히 참가하는 업체는 찾아볼 수 없더군요.” 장 소장은 이러한 노력이 연구소의 또다른 경쟁력이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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