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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1] 재벌을 닮지말고 시스코를 배우자
[창간기획1] 재벌을 닮지말고 시스코를 배우자
  • 김찬수
  • 승인 2000.05.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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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3분하고 라우터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시스코는 지난 84년에 벤처기업으로 설립됐다.
올 3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주식가치 세계 1위로 올라서 화제를 모았다.
시스코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여서 수익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시스코의 성공비결은 다음 두 가지에 있다.
첫째, 유연하고 관료적이지 않은 조직이다.
이런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고객의 수요 변화에 재빠르게 반응하여 기업전략을 수정할 수 있었다.
벤처기업의 장점이 계속 유지된 것이다.
둘째, 지속적인 인수·합병 전략이다.
전략수정은 스스로 개발하지 못했거나, 개발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술을 가진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시스코의 발전은 인수·합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시스코는 20여개의 기업을 합병하는 등 지금까지 50여개 이상의 업체를 합병했고 앞으로도 그 전략을 계속 구사할 방침이다.
이것은 단지 양적인 증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 대상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철저하게 기술적 연관성과 시장적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은 시스코의 인수·합병 로드맵으로 93년부터 99년까지 인수 대상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하고, 매해 누적숫자를 표시한 것이다.
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초기에는 스위칭이나 접속 등의 직접적인 네트워크 관련 회사를 인수하다가, 최근에는 솔루션 및 광네트워크 관련사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이것은 종래 음성과 데이터로 양분되었던 네트워크 시장이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이라는 기술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지주회사를 선언하고, 경쟁적으로 벤처캐피털을 설립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경우, 벤처기업의 역사가 짧고 서로의 조직문화가 이질적이기 때문에 무리한 통합보다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인수기업 선정에 있어서 만큼은 기술성과 시장성이라는 기준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단기적인 매출증대나 회원수 증대와 같이 외형에 집착한다면, 이것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시스코가 주는 첫번째 교훈이다.
벤처캐피털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정보기술 산업이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중·소규모의 벤처기업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진짜 벤처를 찾아 기술, 경영, 자금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려는 것이지, 자본이득이 주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가 벤처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유망한 벤처를 잘 선별할 수 있고, 또한 기존 사업과의 기술적, 산업적 연관을 고려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적 연관은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기 힘들고, 자본이득이나 머니게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회사를 지주회사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국내에서의 조그만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아이디어 하나로 전 세계를 석권하겠다는 초심을 밀고 나가야 할 때다.
이것이 시스코가 주는 두번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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