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미국] 아시아 기업들, 줄줄이 피소
[미국] 아시아 기업들, 줄줄이 피소
  • 이철민
  • 승인 2001.05.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스닥 등록 준비하면서 자본규모 등 중요 내용 숨겨… 투자자들 집단소송 제기
지난 99년 7월 중국의 포털서비스 차이나닷컴이 ‘차이나’(CHINA)란 심볼로 나스닥에 등록했다.
차이나닷컴 주식은 지난해 3월 70달러를 넘어서면서 아시아계 IT기업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나스닥은 이상향이었고, 차이나닷컴은 그곳의 새로운 식구인 것처럼 보였다.
이머신즈, 두루넷 등 한국 기업들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고, 전반적 닷컴 열풍에 힘입어 주가상승의 기쁨을 맛봤다.


나스닥이 이처럼 ‘IT 엘도라도’로 떠오른 데는 세계화된 IT 주식시장으로서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었던 나스닥 자체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나스닥은 세계 각국의 주요 IT기업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뉴욕증권거래소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스닥의 성공은 비단 아시아계 IT기업들에게만 의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미국의 투자자들도 아시아계 IT기업들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수많은 자금이 아시아계 IT기업으로 일시에 쏟아져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기술과 미국의 합리적 투자자금 사이의 행복한 만남으로 보이던 투자열기는, 나스닥의 몰락과 함께 서서히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소송의 원인으로는 자신들이 투자한 아시아계 IT 업체들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사실들을 숨겨왔다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그 대표적 경우가 아시아 국가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에게 전용선과 웹 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아시아웍스 www.iAsiaworks.com이다.
디지털아일랜드를 비롯해 더블클릭 등 모두 5700여 고객사를 두고 있는 아이아시아웍스는 뉴브리지캐피털, H&Q, 골드만삭스 등에서 투자를 받아 지난해 8월 나스닥에 등록했다.
그런데 최근 마렉 키야스카라는 투자자가 “아이아시아웍스가 나스닥 등록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자본 규모를 속였다”며 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자 한때 12달러에 이르렀던 아이아시아웍스의 주가는 1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최고경영자(CEO)까지 교체하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인도의 대표적 포털서비스인 레디프닷컴 www.rediff.com도 투자자들에게서 집단소송이라는 호된 채찍을 맞고 있다.
이 회사 투자자들은 레디프닷컴의 e메일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있었다는 점과 중요한 광고주와 맺은 계약이 나스닥 등록 후 6개월 뒤에 끝나게 되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제삼고 있다.
이 회사의 이사 가운데 한명인 리처드 리의 학력이 일부 거짓이었다는 사실도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했다고 주장하던 리처드 리가 얼마 전 한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실은 스탠퍼드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결과 레디프닷컴의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리처드 리가 회장으로 있는 홍콩의 퍼시픽센츄리사이버웍스의 뉴욕 증시 DR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이렇게 연이어 아시아계 IT기업이 집단소송에 휘말리게 된 데는 무엇보다 미국식 투자자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계 IT기업들의 특성이 큰 작용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투자자들에게서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는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스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이 시점이 아시아계 IT 업체들에겐 투자자 관리를 더욱 강화하기에 적합한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