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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냉가슴 앓는 B2B 새판짠다
[e비지니스] 냉가슴 앓는 B2B 새판짠다
  • 임채훈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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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활성화 당분간 기대 못해 전략 수정하는 업체 증가
“지난 일년의 변화가 이렇게 극단적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지난해 1월 B2B e마켓플레이스를 연 한 업체의 사장은 아직도 2000년의 변화가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다.
이름도 생소한 B2B e마켓플레이스로 사이트를 열 때만 해도 자신감이 넘쳤다.
B2B가 국내 산업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산업 지형도를 새로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이런 전망을 업고 생겨나는 업체가 200개를 넘어설 정도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면 하루에 하나씩 생겨난 셈이다.
그는 남보다 일찍 사업을 시작해 시장을 상당 부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월을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이곳 저곳 찾아다니며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들떠보는 곳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투자하겠다며 돈보따리를 들고 오던 이들이었다.
하는 수 없이 투자를 받지 않고 회사를 꾸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회원사들의 온라인 거래 편의를 위해 제품 카탈로그를 그럴듯하게 꾸민 게 제 무덤을 판 격이었다.
회원사들은 사이트에 들어와 제품 카탈로그를 충실히 이용했다.
시장조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돼 비용을 줄였다는 업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실거래는 전화로 이뤄졌다.
이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거래보다 익숙한 전화 거래를 택했다.
이렇다보니 온라인 거래 수수료로 먹고 살아야 그는 지난해에 마땅한 수익을 올릴 수 없었다.
회원사들이 미안해하며 올려준 배너광고로 6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이 고작이다.
“나 같아도 전화 거래를 이용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데 세제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다.
사업 다각화에 M&A도 예상돼 지난 한해 B2B e마켓플레이스 업계의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업체들만 이용하는 폐쇄형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오프라인 거래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는 수준에 불과했다.
여러 업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공개형 e마켓플레이스 업체는 좀처럼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울상을 지어야만 했다.
업체들은 언론 플레이를 하려는 연구소나 조사업체의 과장된 시장예측에 자신들이 놀아났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또 관련 법규와 산업 인프라가 미흡한 것이 B2B 거래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하소연한다.
B2B의 고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적으로 2000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SCM(공급망관리), CRM(고객관리)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체간 M&A(인수·합병)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올해 여러 적들과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수익창출에 대한 압박이 어깨를 짓누른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업체들은 최근 수수료 논쟁에 휩싸였다.
예상보다 적은, 푼돈에 불과한 수수료로 그런 큰 몸집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업체를 싼 값에 인수하려는 기업사냥꾼들의 낚싯바늘도 피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 e마켓플레이스 업체와도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구매지원 e마켓플레이스인 프리마켓스, 전자 B2B 업체인 컨버지, 화학 e마켓플레이스 켐메츠 등이 한국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속속 진출하고 있다.
솔루션 업체라고 크게 상황이 나은 것은 아니다.
예상만큼 e마켓플레이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일거리가 적다.
게다가 아리바, 아이투테크놀로지스 등 외국업체들의 한글 제품이 올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작은 시장에서 더 피 튀기는 전쟁을 벌여야 한다.
솔루션 업체들은 산업자원부에서 시행하는 전자상거래 시범사업 등 올해 실시될 공공 전자상거래 사업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웹에이전시인 e비즈그룹은 B2C와 B2B를 합한 전자상거래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5경에야 11.7%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자상거래가 기존 거래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무색하다.
그러나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전자상거래가 기존 산업의 근본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희망을 안고 시장개척의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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