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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뭉쳐야 산다”
[e비지니스] “뭉쳐야 산다”
  • 임채훈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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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솔루션 3사 ‘코리아B2B컨소시엄’ 결성…각기 전문영역 살려 세계시장도 ‘눈독’ B2B 솔루션 업체 파이언소프트 www.pionsoft.com 이상성 사장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한 업체의 e마켓플레이스 구축권을 따내기 위해 갔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됐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이네트 www.e-net.co.kr , 아이컴피아 www.icompia.com 와 부딪혔다.
벌써 몇번째인지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뭘 그렇게 고민하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내 B2B 솔루션 3인방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 기술도 발전하고 시장도 더 커질 수 있지 않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내 B2B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파이를 차지하려 싸우다가 그나마 있는 파이가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만고만한 업체들끼리 경쟁하다보면 시장을 더 어지럽힐 수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적 B2B 솔루션 업체인 아리바, 커머스원, 브로드비전, 인터샵 등이 국내에 진출했다.
대기업에서는 국내 솔루션 업체보다는 외국업체들을 더 선호했다.
기술은 그들만 못할 게 없는데 대기업은 이름을 더 따졌다.
이 사장이 얼추 계산해보니 지난해 구축된 국내 e마켓플레이스 가운데 금액기준으로 80%를 외국산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작은 파이가 점점더 줄어들고 있었다.
뭔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네트 박규헌 사장이나 아이컴피아 정혜영 사장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으리라.’ 전화기를 들었다.
마침 이네트와 아이컴피아는 코리아e플랫폼 www.koreaeplatform.com의 솔루션 공급권자로 선정된 상태였다.
코리아e플랫폼은 애초 미국의 아이투테크놀로지스 제품을 쓰려고 했다가 한글화 지연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두 업체를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를 계기로 두 업체는 경쟁보다는 함께 살 길을 찾는 데 합의했다.
마침 파이언소프트 이상성 사장의 전화도 있고 해서 합의는 쉽게 이뤄졌다.
이런 소식은 코리아e플랫폼 이우석 사장에게도 전해졌다.
이 사장도 한창 사업 전환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단순한 MRO(기업소모성자재) e마켓플레이스만으로는 도저히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우석 사장은 컨설팅 쪽으로 가닥을 정하고 3개 솔루션 업체와 힘을 모으기로 했다.
토종 솔루션 업체들의 기술력에 코리아e플랫폼의 컨설팅 능력을 결합하면 분명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았다.
기술표준회 구성해 업체간 기술 문제 해결 외국산 솔루션의 시장진출에 대응방안을 찾던 토종 솔루션 업체와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던 e마켓플레이스 업체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고 이상성 사장은 설명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코리아B2B컨소시엄’이 구성됐다.
이 컨소시엄은 참여사끼리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공동마케팅에 나선다.
태동단계에 있는 국내 B2B 시장의 기틀을 다지는 데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를 앞세운다.
각자의 해외 네트워크를 서로 활용함으로써 세계무대에 동반 진출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는다.
걱정이 없지는 않다.
국내 기업들이 연합해 외국산을 막아내고 토종의 힘을 보여주는 것은 계획대로 될 수 있다.
하지만 파이언소프트, 이네트, 아이컴피아는 그동안 서로 경쟁관계를 유지해오던 업체다.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고, 힘이 세지다보면 알력도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서 컨소시엄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정보기술(IT) 시장의 역사(?)가 말해준다.
“오히려 세 기업이 한 회사로 합병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 이상성 사장은 걱정없다는 듯 너스레를 떤다.
“그동안 이 바닥에서 구르다보니 다들 형님, 아우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불협화음 같은 건 전혀 걱정할 것이 없어요.” 아이컴피아 김범룡 상무는 인간적인 면보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든다.
세 업체가 경쟁업체로 보이지만 사실은 고유영역이 있기 때문에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워낙 거대한 작업이라 한 업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 상무는 “이네트는 B2C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CRM(고객관리)에 강하고, 아이컴피아는 구매·조달 쪽 솔루션에 특화돼 있다”고 말한다.
또 파이언소프트는 웹 관련 기술과 포털 구축 솔루션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덧붙인다.
결국 세 업체가 협력하면 전자장터 구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리아e플랫폼의 컨설팅까지 결합했으니 이번 컨소시엄은 완벽한 모델이라고 자신한다.
코리아B2B컨소시엄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충돌을 막기 위해 여러가지 조처를 취했다.
일단 각 업체들의 기술을 통일하기 위한 기술표준회를 구성했다.
각사의 CTO(최고기술책임자)들이 수시로 회의를 하며 기술상의 문제를 해결한다.
또 사업본부장들이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주 2~3회, CEO(최고경영자)가 구성하는 운영위원회가 주 1회 회의를 갖는다.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세 업체가 함께한다고 발표를 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네트 박희균 이사도 그 점을 지적한다.
“협력의 범위나 지향점은 이제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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