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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미국 벤처투자 급전직하
[머니] 미국 벤처투자 급전직하
  • 김태근
  • 승인 2001.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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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분기 정점 기록한 후 점차 위축…올해 통신·네트워크 분야 가장 유망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동향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벤처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지금과 같은 미국의 벤처산업은 아이디어만 갖고 맨손으로 뛰어든 벤처기업인들의 열정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모험자본이라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 4월 나스닥 폭락 이후에도 미국 벤처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하나의 잣대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동향이 초미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벤처투자는 연간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벤처캐피털 분야 파트너인 트레이시 레터로프는 “지난해 미국내 벤처캐피털 투자는 닷컴 열기와 주식시장 붕괴 사이에서 역사적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의 벤처투자는 금액으로는 655억달러(78조원 가량)로 전년보다 80%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투자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미국내 투자 전문가들의 향후 벤처투자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대 법률회사인 윌슨손시니굿리치 앤드 로사티의 파트너인 닐 울프는 최근 올해 벤처투자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에 벤처투자는 급격히 감소했다.
나스닥 폭락의 여파가 벤처투자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 중단일 뿐이다.
벤처투자는 올 한해 동안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물결이다.
” 다른 벤처산업 전문가들도 벤처투자가 올 1분기를 바닥으로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그 수준이 99년이나 2000년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경쟁우위 소수기업에 집중 경향 요즘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방식의 변화다.
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벤처기업에 무차별적으로 투자하는 시기였다면, 이후에는 핵심기술을 지닌 소수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시기로 바뀌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의 파트너인 에릭 스트레이저는 이런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벤처투자의 성공 여부는 진정한 승자를 고르는 것에 달려 있다.
경쟁력과 훌륭한 경영진을 갖춘 기업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방법을 통해 초기 단계의 포드나 시스코처럼 핵심 기술력을 갖고 해당 분야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지닌 기업을 찾아낼 것이다.
” 업종별로 보면 우선 통신 및 네트워크 산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올해는 좀더 견고하게 바닥을 다지며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데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그 근거로 무선통신 및 무선네트워크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세, 인터넷의 저변 확대, 멀티미디어의 대중화 등이 꼽힌다.
반도체 및 인터넷 기반 기술 분야도 완만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99년과 2000년에 이 분야에는 가히 경이롭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돈이 투자됐다.
그러나 현재는 그 추세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이 분야의 선두기업인 시스코의 주가가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스코, 루슨트테크놀로지, 노텔 등의 업계 선두기업이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을 버린지 오래다.
단지 그들은 이들 우량기업이 경기침체의 영향을 어느 정도나 받을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주가는 통신 및 네트워크 산업 전반의 신규 벤처투자에 커다란 영향 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산업에 대한 투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지난해 인터넷 투자를 이렇게 요약했다.
“B2C가 지난해 초에 최악의 나쁜 단어로 전락했고, B2B가 지난해 중반에 가장 나쁜 단어로 전락했다.
이제는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건을 사고팔려는 기업은 모두 건전하지 않다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이다.
전자상거래 지원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속속 철수하고 있다.
” 실제로 이 분야의 지난해 4분기 투자를 들여다보면 이미 이런 변화가 모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즈니스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인터넷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적지 않았으나,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급격히하게 감소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콘텐츠 분야의 업체들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경우 연관 산업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생명과학 관련 산업의 경우에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놈지도 완성과 다양한 기능성 신약 출현이 해당 분야의 투자를 촉진하고 세분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분야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냉정을 되찾은 것이 사실이다.
신약 산업은 개발에서 임상실험, 시판 승인 등의 전반적 과정이 다른 업종에 비해 훨씬 긴 경우가 많아서 생명과학 관련 분야의 투자는 급격한 상승없이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드 경쟁에서 현명함 경쟁으로 “도박과 어느 정도 유사한 성격의 투자가 생명과학 분야의 투자다.
물론 모든 벤처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가능성을 믿고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도박과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의 투자는 그 위험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크다.
상당 기간 동안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 바이오기업 투자 전문가인 로자인의 말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좀처럼 서두르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을 조사하는 데 좀더 넉넉한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투자자들은 또 자신들의 투자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중에서도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 한다.
생존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에만 자금이 넘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투자는 누가 먼저 투자하느냐는 ‘스피드’ 경쟁에서 얼마나 경쟁력있는 회사에 투자하느냐는 ‘현명함’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99년과 2000년의 투자열풍이 “길고도 이상스러운 여행”이었다고 회고한다.
자료 참조: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Money Tree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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