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스타이자 영화배우인 코트니 러브의 폭탄 발언이다.
<뉴욕 타임스>는 6월11일 ‘음반회사들에 쏟아지는 분노의 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트니가 기자회견을 열어 “메이저 음반사 시스템과 완전히 결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코트니는 메이저 음반사를 비꼬아 이렇게 말했다.
“문지기가 되는 게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는 위치죠. 하지만 그럼 뭐해요. 더이상 지킬 문이 없는데….” 그룹 홀의 리더인 코트니는 ‘시그램’의 계열사인 ‘게펜레코드’와 레코딩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서 MP3는 단지 저작권 침해 논란만 낳고 있는 게 아니다.
가수와 메이저 레코드사, 인디 레코드사와 메이저 레코드사의 권력관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다시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보자. 앨라니스 모리셋 등 빅스타를 대변하는 텔러 앤드 호버만의 법무담당자인 켄 허츠는 “레코드를 판매한다고 음악가들이 이익을 얻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레코드사와 맺은 계약조건에 따르면 음반 하나당 고작 몇 페니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가수들은 레코드사를 벗어나 직접 마케팅에 나서기도 한다.
영화음악 ‘매그놀리아’로 유명한 에이미 만은 자신의 사이트 www.aimeemann.com에서 자기 앨범과 ‘매그놀리아’ 티셔츠 따위의 소품을 팔고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임 위드 스투피드>(I'm with stupid), <왓에버>(Whatever) 등 에이미의 대표곡들을 거저 들어보고서 살 수 있다.
조너서 브루크 역시 앙증맞게 꾸며놓은 개인 사이트 www.jonatha blooke.com에서 <플럼>(Plumb) 등 앨범과 포스터, 티셔츠 따위를 판다.
물론 음반은 사기 전에 들어볼 수 있다.
인디밴드인 ‘사이러스’의 멤버 스티븐 제임스 배리는 “우린 정말 레코드사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자기 음악을 더 싸고 더 쉽게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데 왜 레코드 회사와 계약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글쎄, 우리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얘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과 2~3년 뒤 우리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의 맹렬한 확산과 음반시장의 축소는 메이저 레코드사의 입지를 점차 압박하고 있다.
인터넷을 전자제품처럼 일상적으로 쓰는 지금의 중학생, 초등학생들이 주요 음반 소비자인 고등학생, 대학생이 된 때에도 기존 매체를 통한 홍보전략이 지금처럼 잘 먹힐까? 이들은 이미 사이버 공간의 가수들과 친해져 있다.
사이버 가수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글이 벌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가수들은 나름대로 독자적인 노선을 찾고 있다.
메이저 음반사가 꽉 잡고 있는 유통망이 없더라도 인터넷이나 전문 소매상 등 음반을 팔 경로도 많아졌다.
사이버 가수 래퍼홀릭의 싱글 음반이 홍보도 없이 인터넷과 힙합 전문매장 판매만으로 두달 만에 완판된 것이 한 예다.
인터넷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고정팬 클럽과 마니아 그룹이 형성되면, 시장의 규모를 미리 예상해 그에 걸맞은 투자 규모를 정할 수 있어 손실도 적어진다.
한국음반협회 멀티미디어 담당자인 이창주 이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가수는 곧 인디기획, 제작사가 될 것”이라며 “그리고 이들이 메이저 제작사를 제치고 인터넷 마케팅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매체에 길들여진 메이저 제작사들이 인터넷을 등한시하는 동안 인디 제작사들은 저비용의 인터넷 마케팅으로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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