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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수익성, CEO, M&A 가능성
[커버스토리] 수익성, CEO, M&A 가능성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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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기업이요? 우린 그런 데 투자 안합니다.

때이른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벤처캐피털들의 투자는 이미 겨울 한복판을 지나 빙하기로 접어들었다.
고배수로 쏟아부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난감한 지경에 빠진 소규모 창투사들은 ‘인터넷’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마저 일으킨다.
시류에 민감하지 않고 차분하게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창투사들 가운데서도 “이제 순수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는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닷컴 투자 빙하기, 그래도 희망은 있다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 관계자는 “8월 중순 이후 순수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며 “이런 기업에 대한 투자는 다시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포털 사이트 등 순수 인터넷 기업은 여전히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에 짓눌려 창업조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의 인터넷 붐이 그나마 남아 있을 때는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기업공개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수익성이 보이지 않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투자를 받는 닷컴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라 안팎에서 만만찮은 자금을 끌어대는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눈 덮인 황야에서 푸르름을 뽐내는 이들의 건강 비결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교육 관련 닷컴기업들이다.
인터넷을 통해 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펼치는 배움닷컴은 8월부터 10월까지 골드만삭스, 한미창투 등에서 90여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아 ‘배부른 닷컴’이 됐다.
육아정보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페어런팅 역시 8월 하순 소프트뱅크코리아와 LG벤처투자에서 25억원을 투자받았다.
교육 콘텐츠가 다른 인터넷 콘텐츠와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어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B2B 여전한 가능성 배움닷컴의 경우 직장인 교육 분야에서는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단체교육 쪽에서는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현재 KBS 직원 400여명과 교보생명 직원 1800여명이 사내교육 과정의 하나로 배움닷컴 사이트를 통해 IT 관련 교육 및 어학 교육을 받고 있다.
배움닷컴은 교육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을 KBS나 교보생명에서 받는다.
최근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지, 경시대회 등의 유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유료화된 것이어서 투자자들에게서 수익모델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페어런팅은 부모들을 겨냥한다.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www.0to7.com 사이트의 경우 다양한 육아정보를 제공하면서 젊은 부모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아플 때 사이트에 접속하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다른 부모들에게서 어떤 민간요법을 써야 하는지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유아용품 따위의 전자상거래를 일으킨다는 것이 이 회사 수익모델이다.
이페어런팅 투자를 담당한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이승근 상무는 “B2C 상거래 시장 자체는 점점 커가는 추세”라며 “관건은 기존의 무료 콘텐츠를 어떻게 전자상거래로 연결시키느냐인데 이페어런팅은 범위가 분명한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를 갖고 있으므로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최근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하는 B2B 사이트에 대한 투자도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
한국기술투자는 9월 초 군수용 부품 B2B 사이트를 운영하는 앳트레이드월드에 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를 담당한 현봉수 심사역은 “방위산업 분야의 마켓플레이스는 미국에서도 제대로 하는 곳이 없을 정도로 전자상거래의 신대륙”이라며 “대형 회계법인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등 인력의 지식과 네트워크가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술투자는 7월 중순 화학 분야 B2B 국제 마켓플레이스를 추진하는 케미즌닷컴에 투자하기도 했다.
B2B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처럼 이어지는 것은 매출규모가 큰 오프라인 기업들이 분명한 수요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관계 때문에 특정 오프라인 기업이 주도하는 마켓플레이스는 성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이런 틈새를 노린 독립 사이트가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계 벤처캐피털 “M&A 가능성도 고려” 외국계 벤처캐피털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하반기 들어 닷컴기업에 대한 큰 규모 투자는 거의 전부가 외국계 자금을 끼고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배움닷컴이나 이페어런팅뿐만 아니라 일본 CSK그룹에서 100만달러를 투자받은 씽크프리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이승근 상무는 “외국계 벤처캐피털은 스스로의 페이스를 갖고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며 “펀드운용 구조상 한번에 10억~60억원을 투자하지만, 이는 닷컴 위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한다.
한국 벤처캐피털들이 워낙 움츠러들어 외국계가 도드라져 보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자금을 찾아다니는 닷컴기업들은 “외국계 자금에 해답이 있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건다.
그럼 외국계 벤처자금은 어떤 닷컴을 좋아할까. 배움닷컴에 투자한 골드만삭스 민지홍 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신뢰를 줄 수 있느냐”라고 말한다.
자금 흐름이나 영업 어려움 등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주고 대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이사는 “한국에 성공 가능한 사업계획은 1만개 있을 수 있겠지만, 성공 가능한 CEO는 겨우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며 “제대로 된 CEO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투자 결정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소프뱅크벤처스코리아 이승근 상무는 좀더 구체적인 문제를 얘기한다.
“닷컴기업은 스스로는 수익을 내기가 참 힘들다.
결국 오프라인 사업과 결합해야 하는데, 작은 닷컴기업이 온·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기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요즘 투자할 때는 오프라인 기업과 인수합병 가능성까지 따져보고 투자결정을 내린다.
”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가 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를 유치하려면 단기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그게 힘들다면 다른 기업과 결합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내는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아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해서도 신경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벤처캐피털들이 이미 닷컴기업들한테서 엄청난 상처를 입은 상태라, 이들을 움직이려면 이전보다 몇배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
닷컴기업들의 비명이 커져간다.
배움닷컴의 투자유치법 배움닷컴 임춘수 대표는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그래서 배움닷컴 대표직을 맡고 나서도, 투자자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다. 증권사에서 쌓은 명성과 인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희망을 비웃었다. 비즈니스 관계로 안면을 익힌 몇몇 ‘전주’들에게 사업계획서를 들이밀었지만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친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을 통과해도 아래 실무자로 내려가면 결국 “인터넷에는 투자 안합니다”라는 한마디로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단순한 것이라고 믿었다. 사업이 곧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투자를 받아 영업을 하다 보면 수익모델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태도로는 투자자들을 모을 수 없다. 아이디어 하나만 들고갔다가는 문턱을 넘기 전에 쫓겨나기 딱 알맞다. 무엇보다도 우선 기업가 스스로 자기 기업 수익모델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을 고집해선지, 배움닷컴은 닷컴기업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는 요즘 벤처투자자들로부터 수익모델에 대한 신뢰를 끌어냈다. 주주 구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대주주인 영산정보통신은 교육용 솔루션을 만들고 있으며, NSF는 유아용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다. 초기 인력 20명 가운데 10여명이 삼성그룹에서 원격교육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인적 구성도 탄탄했다. 임 대표가 이제 막 펀딩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닷컴기업인들에게 던지는 질문 세가지. 첫째,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의 시장은 분명히 생기는 것인가? 둘째, 지금부터 3년 안에 그 시장이 생길 수 있나? 셋째, 시장 안에서 남들을 제치고 1등으로 남을 수 있나? 그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흔들리면 펀딩은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그의 답변은 무엇일까. 임 대표는 온라인 교육시장은 분명히 커지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슬슬 시장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고, 온라인 교육 자체가 별로 오래되지 않은 것이어서 열심히만 하면 정말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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