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커버스토리] 아이모드의 메카톤급 위력
[커버스토리] 아이모드의 메카톤급 위력
  • 장진영(인터넷컨설팅그룹)
  • 승인 2000.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비스 1년6개월 만에 가입자 1천만명 돌파…간단한 접속, 싼 이용료로 대박 인터넷 후진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던 일본이 최근 들어 인터넷 비즈니스에 화려한 날개를 달았다.
무선인터넷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세계무대에 데뷔시킨 것이다.
일본의 ‘토종’ 무선인터넷 전화서비스 회사 NTT도코모 www.nttdocomo.com의 아이모드(i-mode)가 그 주인공이다.
무선인터넷에 관한 한,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도 일본에게서 한수 배워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무선인터넷 미국보다 한수 위 일본 열도를 흔드는 아이모드의 인기는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NTT도코모가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8월 초에 이미 1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매일 약 3만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
길거리나 버스 안에서 일본인들이 휴대폰으로 다운받은 만화를 보는 풍경은 더 이상 얘깃거리가 아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 접속하는 단말기는 주로 PC였다.
하지만 PC로 인터넷에 들어가려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먼저 모뎀이나 랜카드 따위를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기 위한 브라우저도 설치해야 한다.
다음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 서비스 신청을 하고,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설정해야 한다.
참은 ‘인’(忍)자를 두어개는 써야 한다.
하지만 아이모드는 가입절차가 아주 간단하다.
휴대폰을 구입한 뒤 서비스에 가입하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친구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고 상상해보자. 아이모드를 이용하면 여행 메뉴를 바로 선택해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아이모드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요금체계에 있다.
아이모드의 월 기본요금은 300엔(3천원)으로 아주 싼 편이다.
게다가 유선요금과 달리 종량제를 채택하고 있다.
접속시간이 아닌 ‘데이터 량’으로 요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일단 데이터를 읽어들이기만 하면 몇시간 동안 같은 화면을 봐도 요금엔 변함이 없다.
이메일을 송·수신할 때도 마찬가지로 데이터의 양에 따라 통신요금이 부과된다 아이모드의 통신료는 대략 128바이트에 0.3엔이다.
한달 동안 꽤 많은 데이터를 읽어도 1000엔 정도면 충분한 셈이다.
이용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이메일의 경우도 송수신이 각각 20문자까지 0.9엔이다.
일본 물가와 평균 휴대폰 사용료, 유선 전화요금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축에 드는 것이다.
아이모드가 콘텐츠 제공업체들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도 또다른 성공요인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콘텐츠 비즈니스의 가장 큰 수입원은 배너광고였다.
하지만 배너광고에 의존하는 인터넷 콘텐츠 비즈니스는 일본인들의 인터넷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안정된 수익원이 되기는 힘들었다.
아이모드는 이런 난제를 유료화로 풀었다.
인터넷 콘텐츠는 무료라는 것이 당연시돼던 통념을 완전히 깨버린 것이다.
콘텐츠 업체들 짭잘한 수입 명확한 서비스 대금 결제방법도 이용자들한테 호응을 얻었다.
한국의 한국통신 성격인 NTT도코모는 전신전화서비스를 주로해온 기업이다.
NTT도코모는 기존 전화통화료를 청구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이모드 이용료를 유선 전화요금 청구서에 합산해 청구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별도의 대금 결제를 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아이모드 서비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콘텐츠 서비스다.
이 가운데 일본 취업전문 회사인 리쿠르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정보 사이트 아이사이즈 www.isize.com는 가장 성공한 콘텐츠업체로 꼽힌다.
아이사이즈는 99년 9월 아이모드 버전에 맞는 ‘포켓 아이사이즈’ 사이트를 만들어, ‘구루메 정보’라는 음식정보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루메 정보는 ‘E클럽’이라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회비는 월 300엔으로, 현재 90만명이 구루메 서비스를 이용한다.
유로회원제임에도 회원 가입이 줄지 않는 이유는 음식점에서 회원임을 증명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한달에 한두번만 음식점을 이용해도 회비를 건질 수 있다.
비회원이 식당에 가더라도 ‘포켓 아이사이즈’에 접속하기만 하면 즉석에서 회원에 가입할 수 있다.
아이모드 가입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 서비스를 분야별로 보면 연예·오락 분야가 전체의 55%로, 단연 1위를 차지한다.
음악정보, 게임, 점성술, 경마, 스포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뉴스·정보 14%, 티켓예매 등 생활정보 11%, 금융, 여행 등의 서비스가 뒤를 잇고 있다.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 및 고객의 각종 문의나 사고 정보를 보험 영업사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서비스도 점차 인기를 타고 있다.
아이모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일본의 각 기업들이 앞다퉈 NTT도코모에 제휴 손짓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아이모드의 인터넷 비즈니스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로손은 올해 하반기부터 아이모드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티켓이나 여행상품, CD, 서적, 선물상품 등을 아이모드로 주문하면 전국의 로손 점포에서 상품을 받고, 대금도 지불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일본 전자상거래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서도 무선인터넷 분야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쿠라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NTT도코모, 후지쯔, 일본생명보험 등과 함께 ‘재팬인터넷은행’(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미 아이모드는 잔액조회나 입출금이 가능한 무선 뱅킹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재팬인터넷은행’은 이 서비스 외에도 정기예금에서 융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은행업무를 아이모드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재팬인터넷은행은 2003년까지 계좌 100만개, 예금액 1조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인 특성에 맞는 서비스로 승부수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 무선인터넷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어떤 것이든 작고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살려 NTT도코모는 아이모드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일본은 아이모드를 발판으로 세계 인터넷 무대에 화려한 등극을 꿈꾸고 있다.
세계 무선인터넷 표준을 잡아라
일본의 아이모드 열풍은 해외에서도 상당한 화제거리다.
심지어 “휴대전화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조차도 인터넷접속서비스에서는 일본에 18개월 뒤져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은 현재 아이모드 가입자만 1000만명을 넘은 상태다.
일본의 정보통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NTT도모코와 다른 휴대전화 회사의 무선인터넷 접속서비스를 합쳐 올 연말께 1767만명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은 휴대전화 이용자 7600만명 가운데 50만명만 무선인터넷에 접속한다.
일본은 이런 국내의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고지를 선점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NTT도코모가 범유럽표준방식(GSM) 계열의 광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이라는 통신규격을 채용해 내년 5월부터 차세대이통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럽은 2002년이나 2003년께, 미국은 2005년께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에 비하면 일본이 얼마나 재빠르게 선수를 치고 나섰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유선 인터넷시장을 평정했다.
이번엔 일본이 독자적인 인터넷접속서비스로 무선인터넷 시장의 표준을 노린다.
물론 일본만의 서비스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수익사례를 가진 유일한 모델이기 때문에 세계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홍콩 등 아시아 기업들과 제휴나 출자, 합자를 진행하는 것도 표준 전쟁에서 세몰이를 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