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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세포 사이 누비는 신비의 기체
[테크놀로지] 세포 사이 누비는 신비의 기체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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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적인 신호전달 물질로 과량 생성시엔 질병 유발… 기억 작용과의 관련 새롭게 밝혀져 일산화질소(NO)는 산소 원자와 질소 원자가 연결돼 구성된, 기체 상태의 매우 작은 분자다.
우리에게는 주로 스모그나 담배연기,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흔히 ‘NOx’라고 부르는 유해 질소산화물 가운데 하나다.
1987년 이그나로 등 세명의 과학자는 일산화질소가 몸의 혈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뒤 일산화질소는 의학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한 분자인 일산화질소를 주제로 한 논문이 그동안 3만9천여편이나 발표됐다.
이를 통해 우리 신체를 정상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일산화질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일산화질소의 영어 이름인 ‘Nitric Oxide’를 제호로 한 학술잡지까지 정기적으로 발행될 정도로, 일산화질소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높다.
비아그라, 일산화질소의 혈관 확장 작용 이용 일산화질소는 먼저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혈관 안에 흐르는 혈액 양이 적어지거나 혈관을 확장하라는 신호물질이 포착되면,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는 일산화질소를 많이 만들어낸다.
과량 생성된 일산화질소는 혈관 주위의 근육으로 확산돼 근육을 이완시키고, 결과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킨다.
동시에 혈액 속으로 퍼져나간 일산화탄소는 피를 응고시키는 역할을 하는 혈소판과 결합해 혈소판의 작용을 일시 중지시킨다.
혈소판이 혈관 벽에 붙어 혈액 흐름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일산화질소는 이렇게 국부적으로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기능을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역시 일산화질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적 흥분 등으로 성기 내부의 혈관이 확장돼 발기된다는 것은, 혈관 세포에서 일산화질소가 과량 발생됐다는 얘기다.
이렇게 많이 만들어진 일산화질소가 분해되는 것을 막는 약이 비아그라다.
일산화질소는 신경세포가 신호를 전달할 때 생성돼 신경세포가 기억을 유지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침입해 염증이 생긴 곳에서 이것이 과량 생성되면 스스로 과산화질소로 바뀌어 염증 원인이 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작용을 한다.
우리 몸 속에서 경찰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는 비정상적인 세포인 종양세포를 만나면 과량의 일산화질소를 내뿜는다.
생성된 일산화질소는 많은 양이 종양세포 안으로 확산해 들어가 여러 세포의 생존 과정을 방해한다.
신체의 어떤 부분에서는 일산화질소가 낮은 농도로 존재해 혈압을 조절하고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신호로 작용하는 반면, 감각 조직에서 신경 자극을 전달하고 기억과 학습이 가능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면역 체계는 일산화질소를 과량으로 만들어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혹은 내부에서 발생한 암 세포에 대항한다.
일산화질소는 이처럼 거의 모든 세포에서 생성되고 방어작용까지 하는 필수 물질이지만, 이유 없이 과량 생성돼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는 일산화질소가 과량 존재하는 조건에서는 ‘아폽토시스’라는 세포자살 과정(65호 9월11일치에 상세한 설명)을 통해 죽게 되어 당뇨병을 일으킨다.
이 사실은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일산화질소가 많이 생성되어 혈관이 지나치게 확장되면 장 속의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자라게 된다.
그 자극으로 혈관세포가 다시 일산화질소를 다량으로 만들어 그 주변 혈관까지 급작스럽게 확장하는 혈압강하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소장이나 대장에서 우리 몸에 무해한 세균이 유해한 세균으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자동차나 총기 사고로 신체조직이 손상되고 출혈이 시작되면 피를 많이 흘려 생명을 잃는다.
그러나 그게 사망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일산화질소가 과량 생성돼 신체조직이나 장기세포에 손상을 주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게 사망원인이 된다.
뇌졸중이나 다른 이유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허혈 상태의 조직이 과량 생성된 일산화질소를 생성하고, 결국 아폽토시스를 유도해 스스로 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외에도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노화가 진행되면서 일산화질소가 연골세포의 생리적 기능을 억제해 퇴행성 관절염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억제제 개발 등 연구 노력 활발 일산화질소는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지고, 동시에 많은 세포들은 일산화질소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반응한다.
그 생리학적 중요성은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다.
결론적으로는 일산화질소가 우리 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전달 물질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혈관을 따라 전달되는 다른 호르몬과 달리 일산화질소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세포 내에서 어느 방향으로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세포도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다.
동시에 일산화질소는 화학반응을 매우 잘하는 물질이어서, 생성된 지 불과 몇초 안에 바로 효소의 작용이나, 주변 물질과 반응을 통해 질산이나 아질산으로 변하게 된다.
일산화질소는 지속적으로 세포가 만들어내고 동시에 없어져서 일정한 농도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과량의 일산화질소가 생성됨으로써 일으키는 질병은 일산화질소의 생성 자체를 억제하거나 지나치게 많이 생성된 일산화질소를 신속하게 없앰으로써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제약회사인 메디녹스는 경구용으로 섭취하는 일산화질소 억제제를 개발해 임상시험중이다.
혈액 투석시 일산화질소가 과량 생성돼 일시적으로 저혈압 상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와,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의 경구용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일산화질소의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치료제도 개발 단계에 있다.
일산화질소는 아미노산의 한종류인 아르기닌(Arginine)과 산소로부터 만들어지는데, 여기에는 효소가 작용한다.
일산화질소 생합성 효소(NOS)라고 부르는 이 효소 기능을 저하시키는 물질을 찾아 의약품으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여러 제약회사가 진행하고 있다.
여러 질환이 일산화질소의 과량 생산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용법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과학자들은 신경전달 물질 역할을 하는 일산화질소 억제제가 고혈압, 패혈증성 쇼크, 뇌졸중, 암, 발기불능 같은 병을 치료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일산화질소를 기억 상실과 학습의 문제점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일산화질소가 기억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벌이나 병아리에서 일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효소 기능을 약화시키면 기억력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일산화질소가 기억 능력과 관련된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신경세포가 이웃한 신경세포로부터 신호를 전달받으면 일산화질소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 일산화질소는 확산을 통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데, 처음 신호를 보내온 인접한 신경세포에게도 퍼져나간다.
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계속 신호를 전달하게 한다.
이와 같이 신호의 전달과 신경세포의 반응이 반복돼 외부 신호가 신경세포에 의해 기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산화질소는 기체라서 주변 조직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해 나갈 수 있고 수명이 짧아 곧 없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신경세포가 기억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가장 적합한 물질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학적 수준에서 기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뇌 활동이나 기억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1620년경에 처음 발견됐으나 1987년에 혈관을 확장시키는 신호전달 물질로 다시 태어난 이후 이제 뇌의 신비를 밝혀줄 물질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노벨의 죽음과 일산화질소의 비밀

1987년 푸르치가트, 이그나로, 뮤라드 세명의 과학자는, 일산화질소가 우리 몸의 혈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신호전달 기능을 가진 물질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기체 물질이 이러한 생체조절 작용을 하는 것은 이전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매우 농도가 엷은 일산화질소가 이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도저히 측정할 수 없었던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이들 세명의 과학자에게 1998년 노벨 의학상이 돌아갔다.
일산화질소와 노벨상과 관련된 일은 또 있다.
노벨상을 만든 노벨이 생존했던 당시에도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 ‘니트로글리세린’이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이 몸 속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일산화질소가 혈관을 확장시켜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병으로 고생하던 노벨은 의사 처방대로 니트로글리세린을 복용했다.
그러나 혈관 확장으로 오는 지나친 두통으로 고생하다가 투약을 거부하고, 결국 1896년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노벨이 죽은 후 102년 만에 일산화질소가 심혈 관계 신호전달 물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세명의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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