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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脈] 더이상 애국심에 호소하지 말자
[디지털脈] 더이상 애국심에 호소하지 말자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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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름이 잘 알려진 몇몇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실무자들이 모여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가관이다.
침체된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정부와 산하단체, 교육기관 등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가운데 일정량 이상을 국산으로 의무적으로 구매해달라”는 건의서를 만들었단다.
실제로 냈는지 나중 일은 듣지 못했지만 발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이찬진씨가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아래아한글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전국민이 나선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감동적이었다.
국민들은 컴퓨터에서 한글 쓰기까지 외국 기업에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 역시 일종의 애국심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아래아한글이 살아났는가? 그 이후 기업시장 활용률에서 아래아한글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역전당했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일이지만, 일찌감치 투자를 더 늘리고 기술력을 강화해 한글을 컴퓨터에 더 적합한 글로 발전시킬 기회를 우리는 놓쳤다.
한글과컴퓨터는 이미 외국 자본이 대주주인, 어찌 보면 외국 회사가 돼 있다.
우리 것을 소리 높여 외쳤던 사람들이 지금 정품 워디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가며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더이상 알량한 애국심에 호소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산과 정정당당하게 붙어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일단 한국 것을 쓰자는 얘기부터 해선 안 된다.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매국노라고 욕할 것인가? 무조건 애국심을 내세워 국산을 강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에 득이 될 게 없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자생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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