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작성자’도 그런 직업 가운데 하나다.
스펙은 소프트웨어에 어떤 기능이 있어야 하고, 그 기능을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를 정의해주는 글이다.
예를 들어 계산기라면 “덧셈의 경우 사용자가 숫자 사이에 ‘+’를 입력하고 ‘=’를 누르면 답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기능을 정의한다.
제품 기능을 하나하나 세세히 그리는 것과 같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정해진 스펙에 따라 프로그램을 짜면 된다.
나모인터랙티브 개발기획팀 우상훈(26)씨는 웹 저작도구인 ‘웹에디터’ 스펙의 작성자다.
우상훈씨는 스펙 작성자를 “서로 차이 나는 사용자와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설명한다.
“개발자는 자기가 생각한 대로 프로그램을 짜면 사용자가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들에게 불편한 경우가 많거든요. 개발자들과 싸워 사용자 입맛에 맞는 제품이 나오도록 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 우씨는 자신이 스펙을 작성한 웹에디터의 특징을 한마디로 ‘겉멋이 없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한다.
다른 웹 저작도구들이 현란한 기능을 자랑한다면, 웹에디터는 초급부터 고급 사용자까지 두루 쓸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오히려 ‘쉽다’라는 장점이 부각되다 보니 고급 사용자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대중적인 인식을 깨는 게 관건이 됐고, 웹에디터 5.0버전은 그래서 고급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을 강조한다.
“대학 다닐 때 ‘공학도가 인문학도보다 세상에 더 열려 있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는 건 공학도니까요. 웹에디터는 사람들이 웹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제품에 그런 사상을 더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 인간친화적인 소프트웨어의 탄생은 우씨가 작성한 스펙 한줄, 개발자들을 설득하는 말 한마디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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