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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벤처캐피털5-일본] ① 신경제 전망
[세계벤처캐피털5-일본] ① 신경제 전망
  • 도쿄=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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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신경제 전망 2회 벤처캐피털 변화의 바람 3회 벤처캐피털의 투자비법 신경제의 주춧돌은 IT벤처 정부, 투자펀드 조성 등 지원책 발표… 금융업체 대부분 올해 투자규모 늘려 “만약 3년 안에 장외시장 등록기업을 1천개 정도 늘리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는 회복되지 않을 겁니다.
” 일본 메이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NIF의 히로 신이치 사장은 경제 원동력으로서 벤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본 정부는 벤처 육성에 필사적입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8월말 일본 경제산업성은 2002년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벤처지원사업 내역을 발표했다.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구조개혁·고용대책본부는 대학벤처 전문펀드로 20억엔(약 200억원)을 민간 투자기관과 함께 조성하고, 신생 기업들에 대한 융자를 위해 400억엔의 융자금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벤처가 부동산이 아닌 어음과 채권을 담보로 잡히고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1조엔까지 보증을 설 예정이다.
벤처자금 조달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회사채 보증 총액을 3천억엔 이상으로 설정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하이테크 등 성장분야의 기업 설립을 촉진함으로써 기업 개업률을 끌어올리고 고용확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라고 지원목적을 밝혔다.
이것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고이즈미는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흐르던 돈을 민간부문의 활력을 살리는 쪽으로 흐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즉 정보기술, 생활과학, 환경, 나노기술, 재료산업 등 민간부문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성장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고이즈미 개혁안의 큰 축 가운데 하나다.
구조조정으로 고급인력 벤처로 집중 일본 정부는 그동안에도 끊임없이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
일본 정부가 중소기업기본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 투자육성 회사를 설립한 것은 1963년으로, 벌써 40년 가까이 지났다.
첫 벤처캐피털인 자프코(JAFCO)가 설립된 지는 30여년이 다 되어간다.
그럼에도 일본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벤처 성공모델이 없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에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집중됐고, 도쿄증권거래소에 기업을 상장하려면 기업 설립 뒤 30여년 가까이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기업공개(IPO)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벤처가 왕성하게 커나가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의 새로운 벤처산업 육성책은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일본 기업과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것이다.
현재 일본 최대의 벤처캐피털인 자프코의 무라세 미쓰마사 사장은 정보기술(IT) 등 기술 혁신과 새로운 주식시장의 출현을 변화의 일등공신으로 꼽는다.
IT와 인터넷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빨라지면서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기회가 늘어났다.
또 기업공개 요건이 완화돼 기업들이 IPO를 하기가 쉬워졌고,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졌다.
무라세 사장은 주식시장의 문이 넓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나스닥재팬, 마더스 같은 신흥 장외시장들이 등장해 기존의 자스닥과 경쟁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짧게는 1년부터 2~3년 된 기업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5년 된 기업이 IPO를 해도 화제가 되곤 했는데 말입니다.
” NIF 히로 사장은 벤처산업의 싹을 고실업에서 찾는다.
5%대 고실업 시대가 오면서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들도 투자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실업률이 8%대일 때 벤처회사들이 등장해 빠른 경제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탓에 우수한 인재들이 벤처기업으로 몰리고 있죠.” 이런 변화를 배경으로 올해 일본 금융업체들 대부분이 벤처 투자규모를 늘렸다.
IT산업이 불황이어서 미국, 한국 등 세계 다른 나라의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에선 미국식 신경제 시스템이 이제야 첫 싹을 틔우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신경제를 이끌 힘의 제1 원천으로 주저없이 IT산업을 꼽는다.
무라세 사장은 “IT 이외의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변화의 속도나 규모면에서 IT만큼 경제 전반의 성장을 이끌어낼 만한 산업이 없다는 주장이다.
“바이오나 나노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IT의 영향력만큼은 안 될 겁니다.
” 히로 사장은 “IT라는 대세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IT산업을 변화의 큰 흐름으로 삼아 바이오, 헬스케어, 나노기술, 유전자공학 같은 새로운 분야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술 혁신은 경제를 자극하는 동시에 거품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익과는 상관없이 가상사업을 벌였죠. 현재 IT산업은 반성기에 돌입했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진짜 사업’을 하게 될 겁니다.
벤처캐피털, 투자자금 회수기간 빨라져 이들은 세계적인 IT 불황이나 신경제 위기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만델이 신경제를 비행기에 비유하면서 추락을 경고하는 등 적잖은 경제 전문가들이 신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대해서도 이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오기와라 요 연구부장은 지금의 IT 불황은 수요 예측의 실패와 과도한 성장 기대에서 발생한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컴퓨터 시장은 Y2K(2000년 연도인식)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과도한 수요가 발생했고, 무선통신 시장은 3세대 휴대전화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졌다.
그는 “일시적으로 상승곡선이 급격히 높아진 나머지 하강곡선 또한 급격하게 느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통신, 컴퓨터, 반도체 등 관련 부품산업의 상승과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문제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됐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다이내믹스로 볼 수 있지 않아요? 이전에 비해 규모가 커졌을 뿐이죠.” 거품 경제가 꺼지고 나면 과다하게 자금을 모아 지나치게 많이 투자한 기업들은 불황의 와중에서 도태되고 몇개 기업만 살아남게 된다.
그것은 벤처캐피털 등 금융계 역시 마찬가지다.
고위험·고이익 사업이 정리되면서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라지고 독점기업이 출현한다.
그는 “금융업, IT업에서 대규모 합병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화, 글로벌화, 정보화는 세계 경제를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다.
그는 자본과 산업의 글로벌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자급자족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나라의 경제를 운영하면서 세계와 교류하지 않을 수는 없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일본 경제의 현실은 10년 불황에도 구조조정이란 과제를 마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화의 당위성을 뼛속 깊이 인식하면서 일본의 신경제는 이제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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