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포커스] 통신 3강체제 밀어붙이기
[포커스] 통신 3강체제 밀어붙이기
  • 이용인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통부, 구조조정 방침 밝힌 후 동기식 사업자 선정 연기 초강수 정보통신부의 통신시장 구조조정 발언이 통신사업자들의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정통부는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이 가시화될 때까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정통부가 잇따라 던진 메카톤급 초강수는 거의 마지막 결투처럼 느껴진다.
정통부는 지난 2월19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국내 통신시장을 3개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 재편하겠다고 보고했다.
세계 통신시장의 무게중심이 유선에서 무선, 음성에서 데이터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종합통신업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루슨트테크놀로지는 패키지 통신서비스인 번들링 서비스가 일반화되고, 데이터 서비스가 중요해지면서 세계 통신업체들이 점점 종합화하고 거대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상반기 안으로 윤곽 드러날 듯 통신시장의 경쟁 과열로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30여개 기간통신망 사업자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단 두곳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 7개 사업자가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통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당하기 힘든 부채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닷21>이 지난해 말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통신전문가 15명 가운데 11명이 “올해 대형 인수합병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통부의 통신시장 구조조정 정책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정통부는 상반기 안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시장규모에 맞는 적절한 경쟁자 수를 결정하고, 과당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에 대해서는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독과점 부문은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겉으로는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의 통신시장 재편 방침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무슨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와 포철을 동기식 사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닌데 굳이 공식적인 발표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묻는다.
정통부가 그런 오해를 받을 만도 하다.
통신서비스 시장의 ‘3강 체제’는 지난 98년, 이른바 ‘부즈알렌 보고서’ 이후 정통부가 기조로 삼아왔던 것이다.
당시 정통부는 컨설팅업체인 부즈알렌에 통신서비스 업계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용역을 맡겨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SK텔레콤-신세기통신, LG텔레콤-하나로통신-데이콤,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등 3개의 축이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며 3강 체제로 갈 것이라는 보고서의 예측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그뒤로 2년여동안 LG텔레콤은 데이콤을 인수하면서 유무선 종합통신업체로 일단 꼴은 갖췄다.
SK텔레콤도 초고속인터넷 사업 진출, 파워콤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유무선 통신업체로 변신을 시도한 지 오래다.
이미 유무선망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을 합치면 정확하게 3개 유무선 종합통신 그룹이 되는 것이다.
정통부의 싱크탱크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99년 말 차세대이동통신 사업자 수를 3개로 제한하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강 아닌 2강체제 될 수도 문제는 인지도나 시장점유율 면에서 3개 축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던 LG텔레콤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IMT-2000 비동기식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뒤로 LG텔레콤은 ‘동기식 참여 불가’를 외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통부는 대안으로 ‘돈’과 ‘의지’가 있는 포항제철이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라며 슬쩍 떠보고 있다.
하지만 포항제철은 “통신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열어놓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어 정통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의 마지막 해법은 하나로통신과 삼성, 퀄컴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다.
정통부는 실제 2월말 사업계획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었던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일정을 ‘컨소시엄 구성이 가시화되는 때’로 연기하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삼성과 퀄컴은 ‘보험료’ 차원에서 컨소시엄 지분의 1%만 참여한 상태다.
결국 정부는 어떻게든 LG와 포철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통부의 초강수가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LG와 포철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미 두달여 넘게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면 파격적인 조처가 없는 한 더 이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통부의 3강 구도 정책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이미 통신시장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2강 구도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양종인 수석연구원은 “나머지 사업자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누가 IMT-2000 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되든 사업성이 불투명해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의 적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두 사업자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동망 구축과 공동 마케팅 등을 펼칠 경우 동기식 사업자가 궁지에 몰릴 것은 뻔하다.
통신시장이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독점으로 나눠질 경우 두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정통부가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중하게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악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30여개 업체를 3개로 줄이는 살빼기 구조조정이 아니고, ‘2강 체제’를 ‘3강’으로 ‘부풀리는’ 재편이기 때문에 새로운 부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통부의 초강수가 한국 통신 시장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