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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D램 경기 바닥 논쟁
[포커스] D램 경기 바닥 논쟁
  • 이원재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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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끝났다” “계속 이어진다” 애널리스트들, 상반된 전망 ‘팽팽’
국제 반도체값이 바닥을 모르는 듯 추락가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는 반도체 DD램 시장 바닥논쟁이 뜨겁다.
시가총액 1위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절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놓고도 입씨름이 한창이다.


지난해 7~8월 D램시장 상투논쟁이 벌어진 뒤 약 반년 동안 국제 반도체값은 줄기차게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초 9달러에 육박하던 64싱크D램값은 2001년 2월 하순 2.5달러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좌절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이제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수면 아래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2월 14일 JP모건의 애널리스트 에릭 첸이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며 반도체 장비업체의 투자등급을 ‘장기매수’로 상향조정하면서 잠재돼 있던 기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틀 만에 19만원대에서 21만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하지만 곧이어 반격이 이어졌다.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애널리스트 존 크로스는 2월16일 미국 D램 제조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투자등급을 ‘시장상회’(outperform)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조정했다.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1.9달러에서 0.95달러로 절반이나 깎아내렸다.
살로먼스미스바니와 메릴린치증권도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50%씩 하향조정하면서 반도체주식 타격에 가담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비실거리기 시작하더니, 2월20일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도세로 돌아서자 크게 떨어져 23일 다시 19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업체 투자축소 발표로 더욱 뜨거워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조정에 따른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반도체 업체들이 움직이면서 논쟁은 더욱 뒤엉켰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는 2월21일 300㎜웨이퍼라인 도입을 올해 말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애초 이 라인을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급격한 반도체값 하락과 재고증가에 따라 공격적 설비증설에 제약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일본 NEC와 히타치가 D램 사업을 벌이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엘피디도 본격적 공장건설 시점을 올해 초에서 하반기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모토로라와 인텔도 반도체 사업 부문의 비용절감과 감원·투자축소 등을 잇따라 선언했다.
“정말 상황이 심각한가 보다”는 인식이 확산될 만도 하다.
하지만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이런 반도체 업계의 반응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설비투자 축소뿐만 아니라 조만간 D램 감산정책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D램 수요가 자꾸 줄고 있다지만, 공급이 더 줄면 가격은 안정된다.
D램 가격은 지금 바닥을 다지는 단계다.
시장에 쏟아져나오던 ‘땡처리’ 헐값 D램 물량도 3월부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 “바닥을 다진다고 바로 추세가 반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격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가격하락폭이 줄어들면 D램 업체들은 기술혁신을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을 얻게 된다.
가격이 낮더라도 원가가 더 낮아진다면, D램 시장이 불황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특히나 삼성전자의 경우 가격폭락세를 겪고 있는 싱크D램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20%에 지나지 않으므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으리라고 최 연구위원은 전망한다.
하지만 여기에 반박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2월20일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각각 ‘중립’, ‘중립 이하’로 하향조정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설비투자를 줄이기 시작할 때부터 오히려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줄일 때는 공급과잉 현상이 매우 심각해 바닥을 찾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상반기 중에는 어렵다.
반도체 트레이더들은 더욱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값 하락의 유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싱크D램뿐만 아니라 D램 가격이 전반적으로 모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도 이런 시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설비투자 축소가 공급축소로 이어지려면 2년이 지나야 한다.
상징적 의미일 뿐이다.
경기하강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3분기부터는 시장 회복될 듯 그렇다면 반도체 D램 시장은 완전히 죽어가는 것일까? 시장 일부에서는 “포스트PC시대가 예고되면서 PC시대가 종말에 다다랐고, 반도체는 PC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 증시도 덩달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비관론으로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대해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이 하락추세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는 죽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PC수요가 죽는다지만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1년에 1억5천만대씩 팔리면서 세계 최대규모 단말기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다 인텔 펜티엄4 프로세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올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2000 다음 버전인 휘슬러가 출시될 예정이다.
둘 다 이전 버전인 펜티엄3나 윈도우2000과는 달리 128메가D램을 써야 하는 제품들이다.
D램 수요가 수량기준으로 두배로 늘어 가격하락분을 만회할 수 있으므로 3분기부터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초 주가상승을 등에 업고 등장한 ‘D램 경기 조기회복론’은 아직 대세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어쨌든 한국 증시가 상승과 하락의 기로에 설 때마다 가늠자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시장에 대한 경기논쟁은 점점더 관심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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