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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CEO의 선택! 당신은?
[e비즈니스] CEO의 선택! 당신은?
  • 임채훈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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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콘텐츠로 다른 궤적 그린 두 회사의 ‘극과 극’ 비교

사례1 뛰어난 제작기술·풍부한 자금·콘텐츠 유료화
쇼크웨이브닷컴 www.shockwave.com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도구인 ‘플래시’를 제작한 매크로미디어에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플래시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싶어하는 곳이다.
쇼크웨이브닷컴의 애니메이터는 어느 날 ㅋ사의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났다.
애니메이터는 곧바로 그 ㅋ사의 이아무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투자를 제의했다.

ㅋ사의 콘텐츠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ㅋ사는 플래시의 선구자까지 감동시킬 정도의 콘텐츠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5월부터 유료화를 시작했다.
콘텐츠 유료화를 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만 해도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엷었지만,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네티즌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ㅋ사가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목표는 최고의 콘텐츠 제작이었다.
삼성물산의 골든게이트와 코오롱 등에서 투자를 받아 40억원이 넘는, 비교적 큰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투자 금액 전부를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었다.
이 사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믿었다.
다른 곳보다 많은 월급을 주면서 끌어들인 애니메이터들은 모두 150명. 모두 플래시에 정통한 디자이너였다.
전체 직원 180명의 태반을 전문인력으로 채운 것이다.
이 사장 자신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애니메이터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직원들을 전혀 간섭하지 않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주었다.
업계에 소문이 퍼져 제발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대우나 업무환경이 좋았다.
자연히 양질의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수준 높은 플래시 무비가 쏟아졌다.
오프라인 만화를 각색한 애니메이션도 있었고, 창작한 애니메이션도 있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죠.” 직접 작품을 기획하고 스토리를 짰던 고생이 보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네티즌들도 열광했고, 언론도 ㅋ사에 주목했다.
신문·잡지에 실렸던 기사를 스크랩한 책만 서너권이다.
이 사장은 방송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이 사장은 자신감을 얻었다.
회사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료화가 필수라고 보고 5월부터 유료 서비스에 들어갔다.
주변에서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이 사장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7월에 접어들면서 자금이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투자자가 나섰지만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판단착오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유료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수입도 곧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죠.” 하지만 유료화에 대한 기대는 한참 빗나갔다.
유료화를 통해 제작비를 뽑을 수 있으리라고 낙관했지만 들어오는 돈은 제작비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플래시 무비 사이트들이 대부분 무료 서비스였다는 점도 네티즌들이 ㅋ사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 두곳으로 나뉘어 있던 사무실을 하나로 합하면서 180명이던 직원도 60명으로 줄였다.
활발히 이뤄지던 콘텐츠 업데이트가 조금씩 지지부진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주변에서는 하청이라도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 정도의 제작능력이면 하청만으로도 괜찮은 수입을 올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직접 작품을 기획·제작하던 애니메이터가 남의 일을 하는 건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부 직원들이 자진해서 하청을 받아와 약간의 수입을 올렸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올린 매출은 유료화를 통한 매출 3억원과 하청을 통한 매출 3억원을 더한 6억원.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유료화 매출 3억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쏟아부은 제작비를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했다.
자금압박이 심해지자 이 사장은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오프라인용 콘텐츠 제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을 일으키기로 했다.
플래시로 만든 비디오도 선보이고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만들 생각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홍보수단 정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자들과 연계해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여러 사업자가 함께 작업하면 콘텐츠 유지와 업데이트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초기에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한 것이 실책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기업들도 비슷한 사업을 준비중이었다.
시장선점이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투자를 안할 수 없었다.
시장이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이 사장은 뒤늦게 탄식한다.
지난해 10월 ㅋ사에서 퇴사한 한 직원도 “ㅋ사의 콘텐츠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하지만 유료화며 투자며 복지며 모든 면에서 너무 앞서 나갔다”고 아쉬워한다.
“아직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좀더 지켜봐야 사업의 성공여부를 알 수 있겠죠.” 이 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례 2 뛰어난 패러디·빈약한 자금·무료화 고집 토마토가 날아다니는 TTL 광고. 이를 패러디한 ‘메이드 인 청아대’라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선보이자 ㅇ사의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글들로 가득 찼다.
“국가정보원에 고발하겠다” “사이트를 해킹하겠다”는 협박까지 등장했다.
“속시원하다” “계속해서 그런 작품을 만들어달라”는 격려도 쏟아졌다.
‘메이드 인 청아대’에서는 깜찍한 소녀 대신 김대중 대통령이 나와 토마토 세례를 받는다.
“개혁성과에 대해선 묻지 마세요, 충격적이에요. 편중인사라고요? 말 잘들으면 좋죠, 뭐.” ㅇ사의 다른 플래시 무비도 인기가 좋다.
하루 평균 접속자 수가 10만명에 이를 정도다.
주변에서는 이제 유료화를 해도 돈을 벌겠다며 김아무개 사장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림없는 소리’다.
국내 사이트가 전부 유료화한다면 또 모를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김 사장이 유료화를 하지 않는 대가는 만만치 않다.
그는 “회사 식구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한다.
ㅇ사가 회사를 설립한 지난해 2월만 해도 김 사장은 성공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부일정보통신에서 받은 4억원이 전부였지만 어떠한 고생도 달게 하겠다고 각오했다.
10명의 직원들과 함께 새벽 3시에 자고 다음날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일어나자마자 기획회의를 하고 틈나는 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관련 서적을 훑어나갔다.
집에 들어가는 시간도 아까워 회사에서 뒤엉켜 잤다.
직원들이 이렇게 고생해서 받았던 월급은 10만원. 회사에서 점심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액수였다.
하지만 이들은 서비스 시작 첫해에 발판을 다지고 그 다음해부터 조금씩 수입을 내면서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는 사이버 패러디 언론사이트로 성공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 정도 희생은 누구나 감수할 수 있었다.
이들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였다.
4월이 되자 하루 방문객 수가 1만명을 넘었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옷로비 사건이며 린다김 사건을 패러디한 플래시 무비를 선보이자 언론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행운이 찾아들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ㅇ사를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한 것이다.
‘특이한 기술이 있으면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사장은 “3년이 지나야 뭔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성공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7월이 되자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낌새가 이상하다는 눈치는 챘지만 그 정도로 악화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다.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문전박대만 당했다.
“미리 자금을 확보해뒀어야 했죠. 하지만 언론의 보도로 잠시 판단력이 흐려졌습니다.
” 그때부터 김 사장은 발로 뛰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다가는 식구들을 다 굶어죽일 것만 같았다.
유료화에 대한 고민도 해봤지만 콘텐츠가 그리 많지 않았고 네티즌들이 돈을 낼 정도의 콘텐츠라는 자신감도 없었다.
그는 네티즌이 아닌 기업을 상대했다.
두밥, 나우누리, 네띠앙에 콘텐츠를 팔았다.
조금 목을 축일 수 있었지만 그걸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김 사장은 하청을 받기로 했다.
환경부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SBS의 드라마를 소개하는 짤막한 플래시 무비도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한 김 사장의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른 곳의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는 웹에이전시 사업에도 손을 댔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2월에는 비록 500만원이지만 수익을 내기도 했다.
ㅇ사는 지난해 1억2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사장은 올해에는 플래시를 이용한 전자상거래, 캐릭터 산업, 무선인터넷 등의 부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비록 한눈을 팔아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우리 본연의 사업은 패러디 언론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 김 사장은 부업에서 번 돈으로 사이트 운영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김 사장이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다면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전부터 사업을 했던 사람입니다.
애니메이터 출신이었다면 하청을 받고, 웹에이전시 사업을 하면서까지 돈을 벌지는 못했겠죠.” 김 사장을 잘 아는 다른 닷컴기업의 직원 얘기다.
김 사장도 그런 점을 인정한다.
“지난해 10월까지 죽도를 들고 직원들을 감시할 정도로 간섭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이야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고 있지만 말이죠. 콘텐츠 제작하랴 부업하랴 고생한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 김 사장은 콘텐츠 유료화가 정석이라고 믿고 있다.
서비스를 유료화해서 수익을 내야지 다른 곳에 눈을 팔며 수익을 내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까지 버텨온 방식을 후회하지 않는다.
“저는 시장선점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선점을 위해 비용을 많이 쓰는 게 당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초기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안 그랬다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겠죠. 사이버 패러디 언론사이트를 만든다는 목표로 악바리처럼 일한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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