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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숨겨진 욕망을 읽어라
[e비즈니스] 숨겨진 욕망을 읽어라
  • 이경숙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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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통계적 데이터는 무용지물…심리·태도 중심으로 네티즌 성향 세분화 해야
일단 회원은 모았다.
다이아몬드 경품을 내걸고 괌 여행 이벤트도 하고 섹시한 콘텐츠를 걸어놓고 심지어 대학로에서 1만원짜리 생돈까지 뿌려가며 회원 수를 늘려놨다.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드러난다.
그동안 열심히 개발한 상품을 내놓으니 사람들은 ‘에이, 별거 아니네’ 하면서 떠나간다.
연령별, 성별, 학력수준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고객분석 자료를 눈앞에 내밀어도 광고주들은 시큰둥하다.
하는 수 없이 애써 키운 회사를 M&A 매물로 내놔보지만 흥미를 보이는 기업이 없다.


동사무소 정보는 쓸모없어 이런 상황 속에 있는 기업들한테는 공통원인이 있다.
자신이 보유한 회원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은 회원분석 자료를 요구하면 흔히 연령별, 성별, 학력별로 구분된 자료를 내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 회원층은 20대 후반, 30대의 구매력 있는 연령층이 두텁습니다.
그래서 전자상거래나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죠.” “지난주에 회원 수 200만명이 넘었습니다.
이젠 슬슬 서비스를 유료화해볼까 합니다.
”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전자상거래를 시작해도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연령, 성, 사는 지역, 학력… 이런 동사무소식 정보로 어떻게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내겠어요.” 넷밸류코리아 황부영 대표는 강한 어조로 말한다.
eCRM(고객관리)을 해본 기업들은 좀더 구체적으로 이런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한 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는 동화책을 구입한 어떤 사람에게 유아용 신간도서와 영재교육과정을 추천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러나 그는 번번이 이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지워버렸다.
운영자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다.
그는 육아보다는 자신의 자아성취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일까? 아니면 그저 친구 아이에게 주려고 책을 산 사람일까? 1인백색(百色)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수십~수백만명 회원들의 욕구를 일일이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1인백색이라 해도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색깔들은 몇가지로 좁힐 수 있다.
지난해 발표된 포레스트리서치 www.forrester.com나 매킨지 www.mckinsey.com 보고서들, 소니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www.sonystyle.com, 최근 삼성캐피털이 숭실대 경제경영전략연구소에 의뢰해 받은 비공개보고서는 ‘색깔’로 사람을 본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사이코그래픽(psychographics), 테크노그래픽(technographics)을 통해서다.
국내조사기관 중에서도 넷밸류코리아, A.C닐슨코리아 같은 외국계 기업들은 e비즈니스 타깃 분석에 사이코그래픽과 테크노그래픽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중이다.
포레스트리서치의 메리 모달 부사장은 “인터넷의 고객을 과거처럼 인구통계학적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단언한다.
“인터넷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을 알려면 그가 기술에 대해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하는 태도부터 알아야 합니다.
또 돈벌이가 고소득인지 저소득인지, 어떤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하죠.” 포레스트는 2년 동안 북미인들이 신기술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보이는 태도와 인구통계적 특성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테크노그래픽스’라는 기법을 개발했다.
<지금이 아니면 죽는다>(now or never)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포레스트는 기술에 대한 태도, 소득, 인터넷 활용 목적 등 세 변수를 가지고 소비자를 10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이런 분류는 ‘동사무소식 정보’로선 알 수 없던 미래행동을 예측하게 해준다고 포레스트는 주장한다.
똑같은 40대의 고소득 샐러리맨이라 해도 기술낙관자(선구자)는 더 편리한 신기술 서비스를 갈구하며 인터넷을 항해하지만, 기술비관자(관리·감독자)는 그 자체를 귀찮아하며 비서한테 팩스 심부름을 시킨다.
똑같은 10대 저소득층 학생이라 해도 신기술에 열광하는 아이들(기계수집 마니아)은 기회만 생기면 디지털카메라 같은 제품들을 사모으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방관자)은 이들한테 아랑곳하지 않고 TV나 만화잡지에 더 몰두한다.
분류가 달라지면 마케팅 전략도 달라진다.
PDA의 잠재고객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한다고 치자. 인구통계학적으로 분류하면 40대와 10대 후반에겐 동일한 타깃전략을 써선 안된다.
그러나 테크노그래픽으로 분류하면 관리감독자 스타일의 아저씨나 기계수집 마니아 스타일의 소년에겐 똑같이 TV광고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들은 식이요법 정보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도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인터넷 사용이 귀찮아서든, 인터넷을 쓸 기회가 없어서든 이유는 다르지만 말이다.
심리·기술적 욕구 분석이 효과적 숭실대 경제경영전략연구소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도 수치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한 개인의 사이버 소비행동을 예측하는 데엔 인구통계보다는 테크노그래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숭실대 김근배 교수는 “테크노그래픽 스타일의 문항을 설문에 넣으면 조사대상의 온라인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커피에 대한 설문조사에 “인터넷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같은 문항을 넣으면 좀더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 타깃을 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조사의 효율과 효과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다.
“어떤 고급화장품이 비즈니스 우먼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한다고 합시다.
비즈니스 우먼은 인구통계로 봐서 30, 40대 주부가 많지요. 그리고 TV드라마 <아줌마>는 30, 40대 주부가 많이 보고요. 그러면 이 화장품이 <아줌마> 방영 전후에 광고를 넣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비즈니스 우먼들은 시간이 없어 TV를 보지 못한다면 어떻하죠?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만 소비자를 분류하면 중요한 정보들이 날아가게 됩니다.
”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타깃한테 직접 어떤 매체를 가장 많이 접하는가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돈이 많이 든다.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애초에 비즈니스 우먼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설문 몇개를 미디어 이용조사에 넣어서 물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조사해두면 광고주가 별도로 조사할 필요 없이 비즈니스 우먼이 선호하는 매체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이런 접근을 가장 먼저 e비즈니스에 도입한 기업은 소니다.
소니는 지난해 사이코그래픽, 테크노그래픽을 응용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선보였다.
소니스타일 사이트의 첫화면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 등장한다.
“캐서린 매로니 기자는 항상 돌아다닙니다.
그가 마라톤 연습을 하든지, 인터뷰하러 쫓아가든지. 소니 바이오 노트북은 확실히 당신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여기서 그치면 다른 광고문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소니스타일의 마케팅 전략은 다음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단지 가벼운 노트북을 만드는 사람들은 캐서린이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 상상도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뉴욕의 라디오 프로그램 몇개에 리포트를 하는 그는 바이오 노트북으로 인터뷰를 하죠. 인스턴트 메신저로 취재하고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하거든요.” 캐서린은 전형적인 전문가(virtual professoinals) 스타일을 대변한다.
소니스타일은 마찬가지 방식으로 예술감상가(connoisseurs), 여행애호가(transcenders), 가정적 사람(homelanders),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free agents), 형식 타파주의자(code breaker) 등 각 스타일별로 전형적 인물을 등장시켜 타깃의 욕구를 자극한다.
소니스타일은 제품 중심으로 정보를 주는 사이트들과는 다르게 네티즌이 가진 생활스타일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품보다 소비자 중심 마케팅을 넷밸류코리아 조경익 마케팅부장은 오프라인에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장기적인 소비자층을 형성할 때 소니 같은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쓴다고 설명한다.
“IMF 때 대폭으로 가격을 할인한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었어요. 싸구려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게 돼 가격을 다시 회복할 수가 없었던 거죠. 반면 고급 브랜드의 위상을 지킨 제품들은 오히려 꾸준한 매출을 올렸습니다.
브랜드가 제품 매출량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를 가졌다는 걸 기업들은 그제서야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습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뭘 원하는가, 계속 원할 건가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고요.” 온라인도 이제 회원 수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관건은 누가 돈 되는 고객을 잡는가다.
마음을 읽는 마케팅은 그래서 중요하다.
‘도둑과 경찰’ 게임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안고 있는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회원들 사이의 음란성 높은 대화나 욕설이다.
사이버 경찰을 만들어 돌린다지만 많게는 수십만명의 회원이 모이는 방과 그들의 대화를 24시간 감시한다는 게 애초부터 가당치 않다.
원조교제의 온상이라며 돌멩이를 던지면 맞을 도리밖에 없다.
그러다 성적인 서비스를 방조해 회원을 모으려 한다는 집중포격에 거꾸러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최근 이런 ‘원초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수장치를 마련했다.
원조교제, 아르바이트, 섹스, 야동(야한 동영상), 18, XX새끼 같은 특정 단어로 방 제목을 만들면 아예 방이 생성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채팅 도중 이런 단어가 나오면 아예 입력이 안되게 한 곳도 있다.
물론 이런 150개 정도의 단어로 걸러내다보면 황당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다.
‘원조교제를 뿌리 뽑읍시다’라든가 ‘난잡한 섹스의 폐해를 얘기해요’와 같은 건전한 방도 덩달아 생성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여과장치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원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예컨대 원조교제란 단어를 ‘워언조교오제’로 표현한다든가, 섹스란 단어를 ‘쎄엑스’로 쓰면 속수무책이다.
그런 단어까지 막으려 한다면 여과장치가 먼저 항복할 것이다.
뜻하지 않게 방을 못 만드는 사람이 속출할 수도 있다.
선량한 운영자와 불순한 회원이 벌이는 이 두뇌싸움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해커들이 끊임없이 바이러스를 만들고, 안티바이러스 업체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백신을 만드는 것처럼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도둑과 경찰’의 게임이 지금 커뮤니티 사이트를 달구고 있다.
최원준 객원기자 wjchoi@email.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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