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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누굴 위한 SW 인증인가?
[IT] 누굴 위한 SW 인증인가?
  • 김윤지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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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정품인증제 하반기 실시 발표…회원사·소비자들 반발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는 최근 불법복제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소프트웨어 정품인증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정품 소프트웨어 1개는 그것을 설치한 1대의 PC에서만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SPC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무분별한 불법복제가 차단되고, 정품 구매가 확산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매출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정작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모든 PC의 하드웨어에는 원래 고유한 번호가 등록돼 있다.
SPC는 정품 소프트웨어에도 고유의 번호를 부여할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설치 프로그램이 하드웨어의 고유번호와 자신의 고유번호를 조합해 새로운 고유번호(ID)를 만들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이 ID를 SPC에 신고하고, SPC는 이를 확인해 인증번호를 부여한다.
이 인증번호를 설치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소프트웨어가 설치작업을 수행한다.
인증번호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쯤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한번 설치한 소프트웨어는 다른 PC에 설치할 수 없다.
SPC는 앞으로 출시되는 50개 회원사의 모든 소프트웨어 제품에 이러한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상반기 중에 정품인증·등록센터를 설치해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하반기부터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SPC가 그 많은 소프트웨어를 인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실효성도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글과컴퓨터 안진천 차장은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그런 번거로움을 안겨주면 오히려 판매에 악영향을 받는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큰 외국회사들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며 “사용자들의 반발에 비해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는 말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고객 편의는 무시한 채 개발사 이익만 앞세운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품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소프트웨어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
SPC는 저작권만 찾으려 하지 말고 먼저 소비자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 한 네티즌의 이런 충고는 점잖은 편이다.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고객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발상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
소비자들을 모두 범죄인으로 보는 것 아니냐.” 한편에서는 이런 불만도 터져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99년 ‘오피스2000’을 출시하면서 미국, 중국, 호주 등에서 이같은 인증제도를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조만간 출시할 ‘오피스XP’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인증제도를 도입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물론 회원사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제도를 SPC가 도입하려는 데에는 MS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MS 고유의 정책이다.
SPC와 상관없이 우리 정책은 시행된다.
외국 사례를 보고 SPC가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 그러나 MS는 SPC의 이번 인증제도 도입에 무심한 듯한 태도다.
SPC의 인증제도 도입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이제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사서 설치할 때마다 SPC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SPC쪽은 인터넷에 접속돼 있으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인증번호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침 정보통신부와 검찰이 합동으로 대대적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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