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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차와 통신의 행복한 만남
[IT] 차와 통신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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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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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검색·이메일 송수신 등 가능한 ‘텔레매틱스’- 업계, 기대반 우려반
운전중에 갑자기 큰 사고를 당했다면 당연히 빨리 연락하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부상이 심해 손가락도 꿈쩍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휴대전화는 무용지물이다.
한적한 거리에서 사고가 일어나 아무도 연락해줄 사람이 없다면 더욱 낭패다.
자동차에 설치된 센서가 정보센터에 연락을 해준다면 이런 고민은 사라진다.
무선통신을 이용한 차량 서비스 ‘텔레매틱스’(telematics)가 미래형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일이 차계부를 쓸 필요도 없다.
자동차 정비가 필요한 시점마다 단말기로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퇴근길이 막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통방송에 귀를 쫑긋 세울 필요도 없다.
도로교통 정보를 종합해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실시간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모바일 오피스’ 꿈도 실현된다.

97년 제너럴모터스가 처음 제안 텔레매틱스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제안해 97년부터 상용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긴급사태 자동연결이나 도난차량 추적 따위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이 워낙 넓은 미국에선 소비자들의 이런 욕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동통신이 발전하고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정보검색, 이메일, 일정관리 따위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오피스’ 개념이 텔레매틱스 안에 들어왔다.
지금은 교통정보, 위치추적 등을 포함해 차량을 중심으로 한 모든 이동통신 서비스를 텔레매틱스로 본다.
국내 자동차 회사나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2, 3년 전부터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현대자동차는 LG텔레콤과 손잡고 내년 하반기께 텔레매틱스 기능을 갖춘 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우자동차판매와 한국통신프리텔은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무선차량 서비스 ‘드림넷’을 선보인다.
SK도 올 하반기를 목표로 SK텔레콤과 손잡고 텔레매틱스를 준비하고 있다.
SK는 기존 차량에 새로운 단말기를 부착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내놓는다.
무선인터넷 전문업체 네오엠텔 www.neomtel.co.kr도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와 휴대전화를 연결해 차량을 원격진단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나 자동차 회사들은 텔레매틱스 시장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단 차량은 옛날의 ‘카폰’처럼 새로운 이동전화 번호를 받는다.
LG텔레콤 법인영업팀 권영기 대리는 “결국 소비자들이 단말기 하나를 더 구매하는 효과와 똑같다”고 말한다.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기본요금과 사용료를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휴대전화 가입률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1200만대의 자동차 시장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텔레매틱스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자동차를 직접 설계하고 소비자들과 상대하므로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정보통신 사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모든 차량상태와 정보가 모이고, 차량용 콘텐츠를 가공해 보내주는 차량정보센터(콜 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보통신 분야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정보센터 공영걸 과장은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보면 텔레매틱스 사업은 신규 사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게다가 자동차를 이동통신과 연결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텔레매틱스 개발을 게을리했다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단말기를 만드는 장비업체나 서버 업체, 콘텐츠 제공업체, 솔루션 업체들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텔레매틱스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얼굴을 내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안전이다.
운전중에 이메일을 읽거나 보내고, 호텔을 예약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성인식 기술이 완벽하다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예컨대 “<닷21> 홈페이지에 들어가 텔레매틱스 기사를 읽어봐”라는 명령을 단말기가 인식할 수 있다면 운전중에도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엔진이나 외부의 소음 때문에 차량 안에서의 음성인식은 성공률이 뚝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실제 음성인식을 적용하기 위해선 5년 이상은 지나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콜센터 운영자와 TTS(text to speech, 문자음성전환) 시스템을 결합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오늘 들어온 이메일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운영자는 문자로 들어온 이메일을 TTS 시스템을 이용해 음성으로 바꿔 들려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TTS 엔진을 콜센터에 설치할 것인지, 차량에 설치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차량에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에 설치할 수 있는 크기의 시스템으로는 자연어에 가까운 음성을 재현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콜센터에 대용량의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음성으로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경우 데이터로 보내는 것보다 통화이용료가 비싸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 기대 반 우려 반 서비스를 실시하게 되면 고민은 더욱 커진다.
업계에서는 텔레매틱스 단말기를 차량에 부착할 경우 고급형은 200만~300만원, 보급형은 50만~100만원 정도로 자동차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지금도 가계비에서 이동전화료로 지출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텔레매틱스 시장이 성장하려면 소비자들이 추가로 통신료를 낼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이 기대 반 우려 반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통정보 제공은 당분간 수도권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다른 지역은 교통정보를 제공할 만한 인프라를 아직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와 이동통신 사업자,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남아 있다.
자동차의 소유권을 이전할 경우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숙제다.
기술 개발을 거의 끝내고 시장조사에 들어간 텔레매틱스 업체들이 새로운 사업 방정식과 씨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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