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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원소스 멀티유즈의 허와 실 ⑥ 배급-공중파방송
[문화] 원소스 멀티유즈의 허와 실 ⑥ 배급-공중파방송
  • 이상준
  • 승인 2001.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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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영, 그 멀고도 험난한 길

문화방송 시트콤 <세친구>를 제작한 조이티비 www.joyitv.com는 얼마 전 코리아닷컴 www.Korea.com에서 방영하던 <세친구>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중단했다.
iMBC www.imbc.com쪽에서 모회사인 문화방송에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최근 독립 프로덕션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직접 콘텐츠 판매를 시작하자 공중파방송의 콘텐츠가 무기인 iMBC가 생존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이에 비해 김종학프로덕션은 최근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을 제작해 서울방송에 방영하면서 디지털 저작권을 얻어냈다.
현재 <아름다운 날들>은 SBSi www.sbs.co.kr와 코리아닷컴에서 동시에 VOD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작품의 디지털 판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는 현재로선 정답이 없다.
각 방송사들마다 입장이 다를 뿐 아니라, 프로듀서나 방송사 간부의 입장에 따라서도 들쑥날쑥한 형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방송사들은 대체로 공중파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의 디지털 저작권을 내놓지 않으려 하고, 독립 프로덕션들은 거꾸로 디지털 판권을 ‘얻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공중파방송 입장에선 지금까지 관행을 들이댈 수도 있다.
대개 TV 드라마 한편당 제작비는 50분 기준으로 5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서 책정된다.
단막극이나 특집극(사극)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이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외주제작을 할 경우 공중파방송은 실제작비로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을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해왔다.
인터넷 판권 및 해외 판권까지도 공중파방송으로 고스란히 넘어가는 것이다.
기존 프로덕션 입장에선 당연히 불리한 계약이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반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관행이라는 점은 제쳐두고라도 프로덕션 입장에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올드 미디어’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인터넷에 뛰어든 전문 제작업체들은 공중파방송에 선전포고를 하고 디지털 저작권의 ‘사수’를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으로 출발한 콘텐츠 제작업체는 아무래도 처지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인터넷 제작사들의 고민은 또 있다.
인터넷 콘텐츠를 공중파방송에 판매하거나 배급하기 위해선 공중파방송에 맞는 내용을 갖춰야 한다.
엽기적 내용의 동영상물이나 성적으로 표현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작품은 원천적으로 방영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공중파방송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중파방송의 특성을 모를 리 없지만 ‘보편적’ 주제와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표현도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따위의 관문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방송에선 시간이라는 요소도 중요하다.
30분, 60분 단위로 끊어져 있는 TV프로그램 시간에 맞춰 제작하거나 편집이 가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는 특성상 10~15분 안팎의 시리즈로 방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60분 기준의 TV 방영시간에 맞추다보면 인터넷에선 기껏해야 2~3편의 상영시간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무리하게 60분이라는 시간 안에 꿰맞추다보면 호흡이 끊어지거나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공중파방송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프로그램을 판매해도 대단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프로그램 저작권을 판매하지 않고 TV 방영권만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에선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이나 위성방송 등 앞으로 미디어 매체가 다양해져 ‘기회의 땅’이 무한정 생겨날 거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당장 코앞에 닥친 ‘매출’을 고민해야 하는 제작업체들에겐 먼 훗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인터넷 콘텐츠의 공중파방송 침공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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