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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에어코드
[현장탐방] 에어코드
  • 김윤지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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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TV’를 위하여
TV는 바보상자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붓기만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단방향 서비스라는 방송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폭발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었던 건 상호소통이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라는 점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상대가 기계일지라도 대화하고 싶어한다.


디지털방송은 이런 방송의 한계를 통신과 융합하는 방식을 통해 뛰어넘고자 한다.
올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는 디지털방송은 바보상자와는 다른 똑똑한 TV를 지향한다.
고화질, 고음질로 무장한 수백개의 채널은 단지 외형적 변화일 뿐이다.

대화형TV 위한 솔루션·콘텐츠 개발…미국식·유럽식은 4월쯤 선보일 계획 디지털방송은 방송망을 통해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내보내고, 통신망으로는 방송프로그램에 참여해 TV와 이야기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방송의 꽃이라 부르는 ‘대화형 TV’(Interactive TV)가 실현되는 것이다.
에어코드 www.aircode.co.kr 에서는 대화형 TV를 위한 솔루션과 콘텐츠를 생산한다.
가정에서 디지털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디지털TV나 셋톱박스를 갖춰야 한다.
에어코드는 이 셋톱박스 안에 들어가는 대화형 TV 시청용 브라우저를 비롯해 각종 콘텐츠를 편집·생성하는 저작도구, 송출 시스템, 리턴채널 솔루션 등을 통째로 공급한다.
모든 것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디지털방송 솔루션은 표준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만들기만 한다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에어코드는 4년 전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결국 ‘ATVEF 방식’의 대화형 TV 방송 솔루션이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일본국제방송장비전시회(interBEE2000)에서 이 솔루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현재 국내 지상파 디지털방송 표준인 미국식 ATSC와 위성 디지털방송 표준인 유럽식 DVB를 적용한 솔루션도 조만간 개발해 올 4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방송장비전시회(NAB)에 들고나갈 계획이다.
모든 표준방식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들고 해외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에어코드가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솔루션뿐 아니라 대화형 TV 콘텐츠까지 제작한다는 것이다.
전략사업부 오병희 차장은 “솔루션에서 콘텐츠까지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회사로는 국내에선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인력도 솔루션 개발을 전담하는 DTV연구소에 30명, 대화형 TV 콘텐츠 제작에 30명을 배치하고 있다.
아직 대화형 TV 솔루션 및 콘텐츠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호시탐탐 도약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T커머스까지 구현 가능해 에어코드 방송본부 iTV 편성제작국에서는 직접 방송 콘텐츠를 만든다.
저작 시스템, 편성 시스템, 송출 시스템으로 꽉 찬 5평 남짓한 방 안에서 한·일전 축구경기를 샘플로 대화형 TV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콘티를 보며 보내야 할 데이터들을 방송화면에 일일이 붙인다.
대화형 TV 콘텐츠는 일반 방송물 제작과는 다른 점이 많다.
기존 방송물은 소리와 화면을 중심으로 하나의 이야기만 만들면 되지만, 대화형 TV 콘텐츠는 여기에 새로운 기획을 덧붙여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 데이터를 보낼 것인지, 어느 시점에서 시청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 시점에 이르면 사람들은 지루해진다’, ‘이쯤이면 새로운 정보를 보내야 한다’ 등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계산할 필요가 있다.
방송과 인터넷의 장점을 모두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 차장은 “국내에서 이런 내용을 가르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 안에서 재교육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형 TV와 ‘대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일전 축구경기를 예로 보자. TV 모니터 아래에 카메라, 리플레이, 베팅, 이전 정보 등의 메뉴가 뜬다.
화면에 ‘I’자가 깜박거린다.
데이터가 들어왔다는 표시다.
리모컨으로 카메라를 선택하자 8개의 중계 카메라가 한꺼번에 뜬다.
시청자는 여기에서 마음에 드는 카메라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좀더 발전하면 자기가 지정한 선수만 따라다니며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베팅을 선택하자 경기 결과에 대한 베팅 내용이 막대그래프로 나타난다.
영상기획부 동준경 부장은 한마디로 TV 보는 재미가 커진다고 자랑한다.
“교체하고 싶은 선수를 찍는 시청자 투표를 진행할 수도 있어요. ‘저 선수는 빼버렸으면 좋겠다’는 신호를 TV에 보내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나를 엿볼 수 있는 거죠. TV 보는 재미를 한층 높여주는 건 확실합니다.
” 대화형 TV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라면 이번주는 물론 다음주 줄거리를 미리 보는 것도 가능하다.
화면에 멋진 꽃밭이 펼쳐진다.
촬영지 정보를 선택하니 그곳 위치를 알려준다.
거기까지 가는 길을 소개받고 숙박시설 예약까지 할 수 있다.
여자 연기자가 입은 옷을 구매할 수도 있다.
TV를 통한 전자상거래 ‘T커머스’(T-Commerce)까지 구현하는 것이다.
문제는 셋톱박스에 들어갈 솔루션 흠이 없지는 않다.
마치 전화모뎀에 인터넷을 연결한 것처럼 가끔씩 속도가 떨어진다.
“셋톱박스에 들어간 솔루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돼서 그래요. 우리도 이런 게 답답합니다.
현재 기술수준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있어요. 문제는 솔루션입니다.
어느 수준의 솔루션까지 셋톱박스에 넣느냐인데 이건 전적으로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인 KDB(한국디지털위성방송)나 방송사의 의지에 달려 있어요.” 오 차장이 대뜸 고충을 털어놓는다.
2003년까지 디지털 위성채널을 110개 구성할 계획인 KDB가 얼마나 고기능의 솔루션을 셋톱박스에 넣도록 지원하는가에 따라 펼칠 수 있는 마술의 가짓수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에어코드는 올해가 디지털방송 솔루션 및 콘텐츠에서 매출이 일어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어떤 산업에서든 먼저 돈을 거둬들이는 것은 장비와 솔루션을 파는 청바지 장사꾼들이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함께 겨냥한다.
“디지털방송에서는 아날로그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대화형 TV 서비스가 그런 대안이 되는 겁니다.
현재 디지털방송을 하고 있는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미디어 이론가 맥루한은 “원시부족시대의 인간은 오감이 조화를 이뤄 감각의 균형을 유지했지만, 기술혁신으로 시각이 확장되면서 감각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V가 시각, 청각, 촉각 등 인간의 오감 균형을 회복시켜 인간을 오래 전에 추방되었던 낙원으로 복귀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30여년 전 맥루한이 했던 이 예언이 대화형 TV의 출현으로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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