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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코스닥 선물, 위험 회피수단?
[머니] 코스닥 선물, 위험 회피수단?
  • 이정환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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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지수가 보름 만에 50% 가까이 뛰어오르면서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식투자를 망설인 투자자들이라면 1월30일부터 거래되는 코스닥50 선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물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는 선물투자자들의 충고를 코스닥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50 지수에는 합병을 앞둔 한통엠닷컴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이들 종목의 99년 1월4일 시가총액을 100으로 놓고 비교 환산한 지수다.
코스닥 선물시장이 열리면 코스닥에서도 헤지거래나 차익거래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도입할 수 있다.
위험회피 수단을 원하는 기관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지수편입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할 전망이어서 선물시장이 정착하면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종목들의 소외현상도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200 시행때와 달라 코스닥 선물의 거래단위는 10만원으로 거래소 선물에 견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거래소 선물처럼 1천만원의 기본예탁금도 필요없고 신규주문증거금 20%에 유지증거금 15%만 있으면 된다.
예를 들어 코스닥 선물이 지수 80에 거래되고 있다면 120만원만 내면 1계약을 사거나 팔 수 있다.
문턱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선물투자의 매력은 역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5억원어치의 코스닥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 대신 선물을 5억원어치 팔 수 있다.
이때도 유지증거금 7500만원을 내면 된다.
만약 선물 만기일에 주가가 10% 떨어지면 현물에서 5천만원 가까이 잃겠지만 대신 선물에서는 5천만원 가까이 벌어들이게 된다.
반대로 주가가 10% 오른다면 현물에서 5천만원을 벌겠지만 선물에서는 5천만원을 잃게 된다.
결국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큰 소득도 큰 손실도 없는 셈이다.
선물투자를 적절히 병행하면 변덕스러운 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게 된다.
코스닥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걱정스러웠던 투자자들에게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에 외국인들 참여가 낮았던 것도 적절한 위험회피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선물시장 개장과 함께 외국인이나 기관이 코스닥에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들어 코스닥 우량종목에 외국인들의 매수열기가 몰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1월18일까지 1840억원어치를 순수하게 사들였다.
확실히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코스닥 선물을 크게 반기지 않는 눈치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박천수 수석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움직임은 선물투자를 위한 현물매집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저가매수라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아직도 개인투자자의 주식 비중이 95%를 넘고, 외국인 비중은 3%에도 못미친다.
선물시장이 열렸다고 해서 당장 외국인이 현물을 사들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물에 매력을 못 느끼는 마당에 선물투자에 관심을 가질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코스피 200 선물이 처음 거래되던 96년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그때만 해도 거래소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전체 현물 유동물량의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증권사들이 직접 거래에 앞장섰던 것도 선물시장이 빠른 시간에 자리잡는 데 한몫했다.
96년 통계를 보면 전체 선물거래량 가운데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2.3%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은 증권사들이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선물회사에 물어야 할 과도한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래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주장도 있다.
아직 금융감독원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지 않은 탓도 있지만 거래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상태다.
결국 코스닥 선물을 거래하려는 투자자는 증권계좌와는 별개로 선물회사에 계좌를 터야 한다.
무질서로 얼룩진 모의거래 선물시장의 모양새는 1월8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모의 선물거래를 보면 미리 짐작할 수 있다.
세번째로 치러진 이 모의 선물거래는 혼란과 무질서로 뒤범벅된 채 끝을 맺었다.
동양선물 이상혁 코스닥팀장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데다 워낙 거래량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현물과 연계가 없는 탓에 베이시스(현물과 선물의 차이)는 10% 이상 벌어지기 일쑤였고 특별한 이유없이 급등락을 거듭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 선물시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선물 전문 사이트인 포트레이드 정기원 사장은 “당분간 개인투자자들만 판치는 어지러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안정되려면 장기투자자와 단기투자자가 적절히 맞물려야 하는데 지금까지 코스닥시장은 현물이나 선물이나 단기투자자만 득실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측이 통하지 않는 투기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트래킹에러(보유종목이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도 풀어야 할 과제다.
예를 들어 매수차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선물을 파는 것과 동시에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툭하면 상한가나 하한가로 치닫는 코스닥에서는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결국 트래킹에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시가총액의 36%를 차지하는 한통프리텔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20%로 낮춘 것도 지수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통엠닷컴과 합병이 성사되면 이러한 불일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게다가 워낙 급등락을 거듭한 터라 코스닥에서는 거래소에서 사용했던 기술적 분석 따위도 의미가 없다.
메타포투자자문 하태형 사장은 “사실상 차익거래나 헤지거래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시장에 참여하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투기적 매매에 관심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거래한도가 없는 것도 문제다.
거래소 선물은 5천계약 이상을 거래할 수 없지만 코스닥 선물은 이러한 제한이 없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하면 시장을 마음껏 쥐고 흔들 수 있게 된다.
거래소를 뒤흔들었던 ‘홍콩 물고기’ 등의 투기세력이 코스닥에서는 더욱 활개를 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현대선물 윤해식 부장은 “시장이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분위기를 흐트려놓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혼란은 시장이 자리잡기까지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
멀리 내다보면 우량 코스닥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 외국인부터 헤지거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정성을 검증받고 나면 현물시장에도 기관과 외국인 참여가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그때까지 대부분 투자자들은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모험을 즐기는 몇몇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선물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선물회사에는 계좌를 트는 개인투자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투자설명회도 연일 만원사례을 이룬다.
위험이 큰 만큼 수익도 크다는 소박한 기대가 또다시 꺾이는 건 아닐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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