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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투자받고 싶으면 오세요"
[머니] "투자받고 싶으면 오세요"
  • 박종생
  • 승인 2001.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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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들의 ‘천사’인 엔젤들은 지난해 대부분 날개가 꺾인 채 지상을 떠나야만 했다.
코스닥시장의 추락을 견딜 수 없어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엔젤 투자시장의 한파는 올 들어서도 여전하다.
우후죽순 생겨난 엔젤클럽들도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엔젤월드 www.angelworld.co.kr 는 여전히 원기왕성하다.
99년 6월 설립돼 현재 1만2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엔젤월드는 서울엔젤그룹, 경기엔젤클럽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 엔젤클럽 가운데 하나다.
현재까지 21개 기업에 모두 84억원8천만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엔젤월드는 최근 영화펀드 결성, 유료 기업회원 모집 등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엔젤클럽들에게는 최악의 시기였던 지난해 10월. 엔젤월드는 영화 <비너스>의 1차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쉬리> 열풍 이후 영화투자붐이 일자 발빠르게 고지를 차지한 것이다.
무한기술투자, KTB네트워크 등 주요 벤처캐피털들도 영화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1차 투자자 모집에서는 주연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3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비너스>는 한국, 중국, 일본 배우들이 합동으로 출연하는 영화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하이테크 스파이 액션물’이다.
첨단전자전 장비로 무장하고 첩보위성의 지원을 받으며 국제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다국적 산업스파이와 이를 막으려는 국가정보원 요원 사이에 벌어지는 격돌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총제작비가 40여억원에 이르는 대작인데, 구조조정펀드인 STI펀드운용과 국내 대표적 영화배급사 합동영화사가 참여한다.
총제작비 중 10억원을 투자할 엔젤월드는 최근 2차 펀드 모집에 들어갔다.
엔젤월드 송오근 벤처투자팀장은 “액션과 멜로가 적절히 섞인 영화로 120여개 극장에서 동시개봉될 예정인 만큼 상당한 관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엔젤월드는 이밖에도 현재 일부 창투사와 공동으로 영화펀드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음반에 대한 투자 등 엔터테인먼트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엔젤월드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있는 1만2천여명의 회원들과 투자유치를 원하는 벤처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시켜준다.
연회비 100만원을 내고 유료 기업회원이 되면 이 온라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원들과 사이트 방문자에게 기업 IR(기업설명회)과 투자유치를 할 수 있는 ‘상설벤처마트 리스팅서비스’, 기업이 원하는 투자자들을 검색해서 접촉할 수 있는 ‘투자자검색/메일서비스’, ‘온라인 컨설팅’ 등의 서비스가 따라 붙는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모집에 나섰는데 현재 12개 벤처기업이 등록했고, 7개 기업이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는 알차게 꾸며져 있다.
상설벤처마트 리스팅서비스에서는 기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투자를 원하는 엔젤과 온라인으로 질의 응답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특히 투자자검색/메일서비스는 기업이 엔젤회원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엔젤월드 송 팀장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감안해 엔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은 볼 수 없지만, 직업이나 투자관심 분야, 투자희망금액 등을 검색해볼 수 있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엔젤회원을 선정하면 기업들의 투자유치 정보 등을 메일로 이들 회원에게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른바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온라인 컨설팅은 회원들에게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려준다.
온라인으로 상담 서비스를 할 수 있어 궁금한 점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주주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통해 법률, 회계, 특허, 기술 등의 전문분야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
엔젤월드가 벤처투자 시장의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 회사를 만든 주주들의 엔젤투자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했다.
이 회사 설립에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80년대 야학활동을 하던 이들이다.
현재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벤처캐피털 심사역 등의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다.
엔젤월드 양태수 부사장은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줄 벤처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벤처를 키울 수 있는 사회 분위기, 금융환경, 제도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건전한 엔젤투자야말로 그런 사회적 인프라를 조성해나가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엔젤월드는 ‘대중 속의 엔젤’을 모토로 내건다.
미국과 같이 폐쇄적인 그룹을 형성하는 소수의 귀족주의 엔젤과는 태생부터 다르다.
재산이나 투자금액의 크고 적음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엔젤투자를 지향한다.
초기 주주구성에서도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 30여명이 5% 한도 내에서 지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양 부사장도 연세대와 KAIST를 졸업한 뒤 동양창업투자 심사역과 한국신용정보 연구원 생활을 한 투자전문가이다.
이들은 지난해 인터넷 공모 열풍 속에서도 나름대로 감시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엔젤월드에도 인터넷 공모를 중개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했다고 한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 부실한데다 기업내용을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모기업들을 나름대로 조사해 그 결과를 전문가 견해라는 이름으로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양 부사장은 “이 서비스는 당시 클릭 수가 상당히 많았다”며 “나중에는 인터넷 공모기업이 너무 많아 우리로서도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엔젤월드는 요즘 새로운 모델을 찾고 있다.
급격히 위축된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일을 해보려 해도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벤처캐피털과 공동으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 부사장은 “요즘 벤처캐피털들도 투자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명도에서 앞서는 벤처캐피털과 풍부한 엔젤을 보유한 엔젤클럽이 합치면 투자조합 결성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엔젤캐피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험을 통해 국내 벤처투자 시장에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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