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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시트개발자 한컴리눅스 책임연구원 최진영
[나는프로] 시트개발자 한컴리눅스 책임연구원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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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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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게 섰거라, 토종 시트 나가신다
‘로터스 1·2·3’은 도스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스프레드시트였다.
셀에 데이터만 죽 입력하면 갖가지 계산을 제꺽 토해냈다.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로터스는 회사원들에게 자판기 같은 편리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윈도우가 도스를 대체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이 로터스를 밀어냈다.
내로라하는 몇몇 회사들이 엑셀에 도전장을 냈지만 골리앗을 쓰러뜨리기엔 뒷심이 달렸다.
이제 엑셀은 거의 모든 사무실의 PC를 꿰차고 앉아 스프레드시트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한컴리눅스 시트개발팀 최진영(35) 책임연구원은 엑셀이 지배하는 스프레드시트 시장에 무모한(?) 도전장을 던졌다.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토종 시트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8월 한컴리눅스에서 내놓은 ‘한컴시트’는 그의 야심이 만들어낸 첫 작품이다.
첫 토종 시트, 시장에서 참패 그가 시트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8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서강대 전산과를 졸업하고 취직한 첫 직장에서 시트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목표는 로터스 같은 스프레드시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선배들과 꼬박 2년여를 매달렸다.
하지만 그렇게 내놓은 첫 작품 ‘테트라’는 보기 좋게 참패했다.
로터스보다 용량도 컸고 불편함 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테트라는 금세 시장에서 꼬리를 감췄다.
사무자동화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 따위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들어갔지만 시트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
사실 그건 ‘애국심’이라기보다는 그리움과 아쉬움이었다.
조금 더하면 로터스를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그는 낮에는 회사일, 밤에는 시트 개발에 매달렸다.
최씨의 실력을 알아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엑셀’ 영업을 하던 남편의 권유도 든든한 힘이 됐다.
시트 개발에 10여년 넘게 공을 들인 지난해 1월, 한컴리눅스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한컴리눅스에서 워드와 프리젠터를 개발하고 마침 유능한 시트 개발자를 찾던 중이었다.
시트 개발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남은 숙제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맞게 개발한 시트를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작동하게 바꾸는 것이었다.
“지난해 8월 둘째아이와 한컴시트가 동시에 세상에 나왔죠. 보람도 컸지만 고생은 말로 못해요. 임신 내내 입덧 때문에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강행군을 했거든요.” 동시에 세상에 나온 둘째아이와 한컴시트 시트 개발은 프로그래머의 궁극 목표다.
거기엔 계산, 그래프와 표 작성, 데이터베이스 처리, 통계분석 등 모든 로직이 다 들어간다.
조그마한 셀 하나에도 형식, 폰트, 폭, 높이 등 30여가지가 넘는 기능이 들어간다.
전문가 몇명이 달라붙어도 최소한 2년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시트를 짤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달인 수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후배 프로그래머들에게 시트에 꼭 한번 도전해보라고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달짜리 프로젝트만 해본 프로그래머는 반쪽 역할밖에 못해요.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해봐야 실력이 훌쩍 늡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자동차 부품만 만들어보느냐, 완성차를 만들어보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시트 개발은 완성차를 만드는 공정과 꼭 같습니다.
” 시트 개발은 끈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후배들은 너무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조바심을 피우는 것 같아 영 미덥지가 않다.
탄탄한 기초 없이 만든 프로그램은 돌아가기는 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선 버그를 내기 십상이다.
빠른 시간 안에 경력을 쌓으려고 안달을 피우는 대신 기초부터 공부하는 게 시트 개발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한국엔 제대로 된 시트 개발 회사가 없다고 한다.
워낙 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쓸 만한 토종 시트가 없는 데는 그런 어려움도 한몫했다.
당연히 공력있는 시트 개발자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그는 한컴시트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특히 ‘한 페이지 인쇄’ ‘가로방향으로 데이터 필터’는 엑셀에도 없는 기능이라고 자랑한다.
오는 3월께 업그레이드된 한컴시트를 내놓기 위해 그는 막바지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새로운 한컴시트는 엑셀에 버금가는 완벽한 버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거기엔 10년 동안 고민해온 노력과 기술을 남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그때 같은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함께 근무하는 남편이 ‘팔불출’처럼 끼어들었다.
“꼭 해낼 거예요.” 추천 웹사이트 www.osdn.com/ ‘osdn’은 ‘Open source development network’ 약자. 말 그대로 리눅스 관련 정보, 소스가 공개된 프로그램 따위를 접할 수 있다.
www.kldp.org/ 국내 리눅스 업계의 전반 소식과 기술정보가 들어 있다.
www.codeguru.com/ 마이크로소프트의 MFC(MS에서 제공하는 class library)를 배우고 싶다면 여기서 많은 샘플을 얻을 수 있다.
추천하는 책 Principles of Compiler Design/ 텍스트인 숫자를 프로그램에서 숫자값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Programming with Qt/ Qt(리눅스용 프로그램 개발도구)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기본 방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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