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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임봉재 / 스파게티 전문가
[나는프로] 임봉재 / 스파게티 전문가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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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길을 지닌 요리사 스파게티 전문가 임봉재씨의 가게는 을지로의 건물 사이에 숨은 듯 자리잡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잘 살피지 않으면 건물 사이에 있는 그의 가게를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뽀모도로’라는 상호를 건 스파게티의 체인점 사장인 임봉재씨는 원래 음식이 맛있고 고급스럽기로 유명한 신라호텔 주방장이었다.
16년이란 긴 세월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의 고급요리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가 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꾼 것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마치고 더이상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던 임봉재씨는 16살 때 무작정 서울행 기차를 탔다.
집도 절도 없는 그가 그 당시 가장 바랐던 것은 먹고 잘 수 있는 직장이었다.
그런 곳이라면 당연히 식당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어렵사리 충무로 라이온스 클럽 양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생활과 싸우느라 제대로 꿈이란 걸 가져볼 수 없었다고 한다.
식당 영업이 끝나면 홀이 잠자리였고, 너무 추워 친구를 껴안고 잠을 청해야 했다.
사단장 취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찾은 곳이 바로 신라호텔이었다.
피는 못 속이는 걸까. 그 당시 신라호텔에는 작은아버지가 프랑스 식당 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덕분에 신라호텔 주방에 취직을 하게 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요리사의 꿈을 키워 나갔다.
임봉재씨는 그 나이 또래 요리사들 중에는 엘리트 축에 속한다.
대학원을 마친 어엿한 석사 요리사이기 때문이다.
배우지 못한 설움을 이겨내기 위해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대에 입학했다.
요리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졸업하는 데 9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끝내 해내고 야간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의 이러한 집념은 삼성그룹 사내 특별방송에서 소개할 정도였다.
가난 딛고 신라호텔 주방장 돼 호텔 주방장이란 자리는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고단하기 짝이 없는 세월을 이겨낸 훈장과도 같은 것이라고 임봉재씨는 말한다.
그는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요리가 뜻밖에도 계란 프라이였단다.
계란은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프라이팬에 눌어붙어 초보 요리사들을 골탕먹이곤 했다.
임봉재씨도 처음에는 계란 프라이를 하면 선배들이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호텔에서 계란 2개에 4천원씩이나 받는다고 욕 많이들 하시지요? 피땀 어린 연습의 결과물로 봐주셔도 너무 비싼 걸까요.” 임봉재씨는 그 시절 기억들을 떠올리며 손사래를 친다.
스파게티집을 처음 시작한 사연도 별나다.
물론 내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잘 나가던 직장을 박차고 나갈 용기도 없고 돈도 없었다.
신라호텔이란 탄탄한 직장에 만족하던 임봉재씨는 우연히 친구가 하는 스파게티집에 들렀다.
그때 그곳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나갔던 한 중년 아주머니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면서 한아름이나 되는 꽃바구니를 친구 품에 안겨주는 광경을 보고 임봉재씨는 충격을 받았다.
그후 직장을 그만두고 종로에 가게를 차렸다.
그것이 지금 스파게티 브랜드로 유명한 ‘뽀모도로’다.
1998년 요리사 친구 다섯명과 함께 시작한 ‘뽀모도로’는 현재 지점이 열 군데가 넘는다.
요리만 만들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사업수완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홍보, 마케팅 등은 생각도 못했다.
그저 맛에 승부를 걸었고 결국 입소문이 든든한 홍보 역할을 해줬다.
이곳저곳에서 체인점 문의가 밀려들었다.
지금은 체인점 관리에 신경쓰는 일이 큰 일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각 체인점들의 스파게티 맛을 표준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임봉재씨는 “각 체인점에서 근무할 스파게티 요리 전문가는 우리가 직접 교육을 통해 양성하고 있어 체인점 관리가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앞으로 스파게티 체인점 메뉴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스파게티, 가장 대중적인 음식 임봉재씨가 스파게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스파게티만한 대중음식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사실 고기를 주로 먹는 서양 식단에서도 주식은 곡물이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은 곡물 요리이고 이는 앞으로도 변할 게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요리법이 이토록 다양한 음식은 없었다”며 “지금 스파게티도 각국 요리사들이 자국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노력의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반인들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호텔 요리가 별로 없어요. 물론 값비싼 요리를 만드는 것도 큰 기쁨이지요. 하지만 일반인들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요리를 대중화시켜 여러 사람에게 먹이는 만족에야 비할 수 없지요.” 임봉재씨의 스파게티 예찬론이 이어진다.
그는 요리사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꼽았다.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이유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프로 정신’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음식에 혼을 불어넣기 위해선 자신의 요리가 세상 누구의 것보다 맛있다는 자부심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임봉재씨가 귀띔하는 ‘맛있는 스파게티 만드는 법’은 이렇다.
“면을 삶을 때 소금을 조금 넣어서 면에 짭짤한 간이 배게끔 하세요. 소스를 다 만든 다음 면을 넣고 1~2분간 더 끓여보세요.” 앞으로는 온가족이 모여 스파게티 면발을 삶는 ‘맛있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스파게티 전문가 되는 길

요리학교나 요리학원에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엔 요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가르치며 키우는 고급식당은 거의 없다.
전문 요리사를 꿈꾸는 전문대 조리학과나 요리학원 수강생 출신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공부한 해외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그만큼 요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순히 조리법만 터득하지 말고 음식에 쓰이는 재료의 특성과 차이점 등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때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재료가 꼭 필요한데 그 재료가 떨어졌을 때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료를 대신 써야 할 상황 같은 경우는 항상 생기기 마련이다.
또 자신이 단순히 스파게티 요리사를 꿈꾼다고 해도 폭넓게 다양한 음식을 접해봐야 한다.
스파게티 요리는 쉼없이 연습을 계속한다면 1~2년 안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요리사’라는 마음을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접하면서 요리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이 스파게티만으로 자신의 요리종목을 한정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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