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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한류 열풍과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
[DOT칼럼] 한류 열풍과 아시아 문화 네트워크
  •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
  • 승인 2001.09.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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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류(韓流) 열풍에 대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중국, 대만 등에서 우리의 대중가요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고, 한국 드라마와 배우들의 인기도 절정이라고 한다.
과연 열풍이 어느 정도이기에, 언론들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을까? 2000년 2월에 처음으로 H.O.T가 중국 베이징의 공인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때, 이미 필자는 한류 열풍이 결코 거품만은 아님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당시 H.O.T의 베이징 콘서트를 보러 온 중국의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한국어로 H.O.T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리고 그들은 가방에 태극기와 H.O.T 사진을 함께 달고 다녔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도 아닌 중국 청소년들의 가방에 달려 있는 태극기 배지를 보는 순간의 감동이란! 당시 중국에서 느꼈던 한국 문화 열풍과 가능성은 중국 언론에서 ‘한류’라는 신조어로 표현했으며,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처럼 아시아권을 휩쓸고 있는 한류 열풍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잘 활용해내야 할지를 차분하게 생각하고 전략을 짜야 할 때가 아닐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문화는 최고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정보기술(IT)보다도 한단계 더 높은 기술산업이다.
한류 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중국에 이러한 문화기술(CT)을 보급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런 사실을 중국에 알려야 한다.


정보기술이 그렇듯 문화기술에서도 우리는 중국 문화와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우리의 문화기술이 중국에 들어가서 중국의 문화와 조화를 이뤄야 하고, 그렇게 하면 한국과 중국의 문화상품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문화기술’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류 열풍을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 문화를 중국에 가져가서 알리는 데만 급급하기보다는, 중국의 지역문화를 잘 파악하고 그와 어울리도록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문화산업 정책을 잘 살펴 철저하게 중국의 법과 정책에 거슬리지 않는 경로를 통해 진출해야 한다.
여기에는 한국과 중국 정부간 문화교류 정책의 뒷받침도 필요하다.
체계적으로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마련되면 우리나라에나 중국에나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은 중국 국민들이 자주, 그리고 친근하게 우리나라 문화에 접촉하고, 그것을 그들이 일상적인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일부 특권계층이 아닌 대중들과 친숙해지고 중화권 문화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TV 등 각종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영상 매체는 매우 뛰어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 브랜드의 육성이다.
한 나라에서 국제적인 스타가 탄생되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일단 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며, 그 나라의 언어와 유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이런 관심은 그 나라의 상품과 관광사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돼 결국은 문화적·경제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대표적인 문화 브랜드는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가보고 싶은 나라 1위가 한국이라고 하니, 이미 50% 정도는 일이 된 셈이다.
21세기의 국가 경제력은 문화의 잠재적 가치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 없다.
문화산업은 그 나라 제조업·관광산업과 직결되며, 더 나아가서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거대한 인구와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은 이미 유럽공동체, 북미권과 함께 또하나의 세계 중심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이미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을 갖추고 있고, 중국은 세계 최대 구매력의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세계 문화산업 속에서 아시아가 또하나의 중심세력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중국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그 중심은 바로 중국 시장에서 탄탄하게 자리잡은 한국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한류는 입증해주고 있다.
이미 중국에서 대중문화를 선점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역사상 더 없이 좋은 이 기회를 그냥 놓쳐버려서는 안 된다.
세계의 새로운 문화 주역으로 떠오를 아시아 네트워크의 중심은 한국의 문화기술이 돼야 한다.
따라서 중국의 거대한 시장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가 지금 역사적으로 얼마나 큰 기회 앞에 서 있는지 알아야 한다.
한류 열풍을 계기로 좀더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야 한다.
다만 섣부른 욕심과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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