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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엔화 약세, 동아시아 '끙끙'
[포커스] 엔화 약세, 동아시아 '끙끙'
  • 홍승민(와이즈인포넷선임연구원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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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19엔선에 육박하던 엔달러 환율이 주춤하며 116~117엔대로 물러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경기부진과 정치불안,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 등을 감안할 때 엔달러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의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엔화의 향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엔화약세 장기화할 듯
지난해만 해도 일본이 지난 10년간의 경기침체를 딛고 마침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GDP 수정 통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지난 3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4분기에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는 여전히 경기회복세를 운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공지출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고 있으며, 민간의 자본지출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엔화약세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린지 백악관 경제고문 내정자는 최근 달러강세 정책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시점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달러강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엔 대비 달러 가치의 하락은 치명적 악재가 될 수 있다.
엔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는 115~120엔 범위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의 ‘황태자’로 불리며 차세대 리더로 유력시됐던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사임하면서 정국불안에 대한 우려가 가중돼 엔달러 환율은 최근 강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런 압력은 일본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둔화 움직임 등으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러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회계연도말을 앞두고 일본 금융기관과 기업체들의 해외자금 송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돼 환율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 미칠 듯 문제는 엔화가치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다.
지난 98년처럼 엔달러 환율이 145엔까지 상승할 경우 환율에 민감한 미국의 중공업업체들이 반기를 들고 나설 것이 확실하다.
더욱이 엔화 약세는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압박을 가하고 일본의 역내수출을 저해할 수 있다.
지난 95년 중반 이후 엔화가치가 하락하자 일본의 수출품은 달러화 페그제를 실시한 아시아 각국의 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강화됐다.
동아시아의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아시아가 금융위기를 맞게 됐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누차 지적돼왔다.
엔화 약세에 따른 일본의 수출 급증은 아시아 경제에 재차 타격을 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품의 상당 부분은 일본의 수출품과 경쟁관계에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엔화 약세를 감안해 이미 한국을 포함해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바 있다.
원달러 환율 불안 가중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1200원대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1280원대로 상승하면서 1300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달러당 1285.8원으로 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일중 변동폭은 지난해 10월 4.6원에서 올해 1월 들어서는 15.6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의 급격한 환율상승은 엔화가치 급락과 같은 대외적 요인과 경기 및 수출둔화 움직임 등 대내적 요인이 겹친 데다 원화약세 기대심리가 빠르게 확산된 데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결제수요의 집중 등으로 외환시장의 수급상황이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약세에 대한 기대심리가 기업과 소비자의 달러화 가수요를 촉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NDF(역외선물환, Non Deliverable Forwards) 시장의 불안도 원화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NDF거래는 종전에는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역외시장에서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뉴욕, 런던 등에서 형성된 NDF환율이 우리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9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시초가는 우리나라 시장의 전일 종가보다 뉴욕시장의 NDF환율 종가에 더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달러 환율 및 미국 나스닥시장의 급변성 등 대외요인이 뉴욕시장의 NDF환율을 통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우리나라의 수출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선 수출둔화는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64MD램과 128MD램 가격의 경우 지난해 7월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크게 하락했다.
수출단가는 이처럼 하락하고 있는 반면 환율 상승에 따른 관련 부품 및 장비의 수입단가는 상승하고 있다.
최근 인상된 국내 유가도 환율상승에 기인한다.
원달러 환율의 불안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계절적 요인과 수출단가 하락으로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화환율은 당분간 등락폭이 크게 확대되는 가운데 강한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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