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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영아, 날 사랑해 줘”
1. “선영아, 날 사랑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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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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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포털들, 마케팅 경쟁 ‘불꽃’…콘텐츠 맞춤서비스에 고가 경품까지 등장
“여성은 돈이 안된다.

지난 99년까지만 해도 이 명제는 e비즈니스 세계에선 불문율로 통했다.
남성에 비해 여성 네티즌들의 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지난해 말 여성 인터넷 이용자는 43.2%(821만명)로 크게 늘었다.
여성포털 간판을 내건 사업자들도 속속 e비즈니스 업계에 명함을 내밀었다.
우먼플러스 www.womenplus.com , 마이클럽 www.miclub.com 이 지난해 초 문을 연 뒤로 여자와닷컴 yeozawa.com, 팟찌닷컴 www.patzzi.com 등 굵직굵직한 여성포털들의 개장 소식이 이어졌다.
경제력을 가진 여성 네티즌이 증가하는 흐름에 비춰 마침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포털들이 앞다퉈 생겨나면서 마케팅 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마이클럽처럼 ‘선영아 사랑해’라는 티저광고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여자와닷컴처럼 파격적으로 다이아몬드를 경품으로 내걸기도 한다.
팟찌닷컴은 처음부터 미혼과 기혼 여성의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대형 포털의 마케팅 전략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운영자들의 경험담을 통해 입소문으로만 나돌던 여성 마케팅 전략을 검증해본다.
1. 미혼과 기혼 여성은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여성포털 운영자들은 관심 분야나 서핑 방식 등에서 미혼과 기혼 여성 사이에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얘기한다.
팟찌닷컴 신재형 사장은 “홈페이지를 미혼과 기혼 여성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 올해 1월1일부터 보름 동안 팟찌닷컴을 찾은 미혼과 기성 여성들의 페이지뷰를 항목별로 보면 이런 차이점이 확실히 드러난다.
미혼여성이 찾은 페이지는 ‘사랑과 성’이 4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비해 기혼여성들은 ‘요리’(20%)와 ‘사랑과 성’(20%)을 똑같이 즐겨찾았다.
미혼여성들이 요리를 관심 밖으로(7위) 돌려놓은 것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기혼여성들은 인테리어에 높은 관심(19%)을 보였지만, 미혼여성들은 아예 관심항목으로 꼽지도 않았다.
같은 항목이라도 미혼과 기혼 여성들의 관심사가 다르다.
예컨대 다이어트의 경우 미혼여성은 종아리를 가늘게 하거나 힙을 올려주는 따위의 ‘몸매 만들기’ 콘텐츠를 좋아한다.
하지만 기혼여성은 집안일로 굵어진 팔뚝살을 빼거나, 뱃살빼기와 같은 ‘출산 뒤 몸매관리’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미혼여성은 데이트를 위한 맛집 정보를 주로 클릭하지만, 기혼여성은 가족을 위한 가정요리 정보를 선호한다.
온라인에서 구매경향도 차별성을 보인다.
여자와닷컴 유재부 콘텐츠1팀장은 “미혼여성은 반짝세일처럼 가격이 싸야 몰리지만 주부들은 가격대가 큰 가전제품 따위를 주로 구매한다”고 말한다.
기혼여성들의 1인당 상품구매력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기혼여성은 또한 유행을 창조하기보다는 뒤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생활주기가 계절별로 정해져 있어 구입하는 품목도 거의 뻔하다.
주부닷컴 이민희 홍보과장은 “일반적으로 기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기혼여성을 전자상거래 타깃으로 잡는 게 훨씬 유리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기혼여성 시장은 크지 않은 편이다.
인터넷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주부들이 더 많다.
팟찌닷컴 신재형 사장은 “기혼여성은 회원의 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여성포털 운영자들의 고민이 숨어 있다.
2. 여자는 경품에 약하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이다.
여자와닷컴이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다이아몬드를 경품으로 내걸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자와닷컴은 3만여명의 회원들에게 3억원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재부 콘텐츠1팀장은 “다이아몬드 마케팅’으로 30억원어치의 효과를 봤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여자와닷컴의 경품전략은 철저하게 비싼 상품을 내거는 것이다.
생활용품 따위를 경품으로 내걸면 많아야 하루에 몇백명 정도의 회원가입밖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보석반지 브랜드로 유명한 ‘고이노’ 반지를 경품으로 내걸면 1천여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한다.
비싼 경품은 “내가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여성 네티즌들이 꾸준히 응모한다는 것이다.
여성포털 운영자들은 경품의 효능에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TV광고보다는 소비자들 손에 상품을 쥐어주는 ‘직접 광고’가 뛰어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여성지들이 창간호를 내면서 화장품 따위를 끼워주며 독자를 늘리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실제 사이트 평가회사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여성포털 가입자 수는 경품에 따라 널뛰기를 한다.
마이클럽은 지상파방송 광고를 마친 뒤로 방문자 수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품을 제공한 ‘선영아 컴팩홈’ 행사를 통해 방문자 수가 회복세를 보였다.
팟찌닷컴도 사이트 오픈에 맞춰 ‘30일 릴레이 경품 이벤트’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순위가 올라갔다.
여자와닷컴은 10월10일부터 한달 동안 다이아몬드 마케팅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데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경품 내용이나 제공 방식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마이클럽 이진민 부사장은 “가능한 여러 사람에게 경품을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비싼 경품을 제공하면 당첨되지 않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여성 네티즌이 거저 주는 것을 좋아한다는 일반 ‘선입관’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경품의 종류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관심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남성들은 컴퓨터, 자동차 따위처럼 경품의 덩치가 크고 가격이 비싸야 관심을 갖는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립스틱처럼 작고 싼 상품에도 호기심을 갖는다.
3. 여성 네티즌이 더 열성적이다? 여성 네티즌들은 한 사이트를 반복해서 방문하는 경향이 있고,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도 남성들보다 길다.
네티즌들이 대형 포털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13~14분이지만 마이클럽의 경우 평균 체류시간이 28분에 이른다.
여성포털 업체 입장에선 그만큼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셈이다.
물론 기혼이냐 미혼이냐에 따라 충성도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기혼여성들은 생활정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데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기 때문에 한 사이트에 오래 머문다.
이에 비해 미혼여성들은 이곳저곳 넘나드는 ‘뜨내기’ 서핑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대체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마이클럽 이재민 부사장은 “여성들은 게시판에 사랑이나 시부모와의 갈등, 육아 고민 등 사적인 고민들을 스스럼없이 올려놓는다”고 말한다.
시시콜콜한 ‘수다’나 ‘모임’을 좋아하는 여성의 특성이 온라인에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코리안클릭의 조사결과도 여성들이 일반 포털보다는 커뮤니트 사이트를 더 자주 찾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성들은 다음카페나 모교사랑 www.iloveschool.co.kr, 프리챌 www.freechal.com 등 ‘모임’과 관련된 사이트들을 즐겨 찾는다.
이제 e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에 대한 연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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