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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신] 천덕꾸러기 릴닷컴
[미국통신] 천덕꾸러기 릴닷컴
  • 이철민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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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한 B2C 아이템 가운데 음반과 함께 초기부터 주목을 끌었던 게 바로 비디오테이프를 비롯한 영화 관련 상품이었다.
특히 레이저디스크와 비디오테이프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DVD(디지털다기능디스크)가 등장하면서, 여러 온라인 업체들이 영화 관련 상품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IMDB)를 인수한 아마존과 음반판매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한 시디나우였다.
1억달러에 사서 2500만달러에 팔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온라인 기업들의 진출로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한 오프라인 업체들은 하나둘씩 온라인쪽으로 발을 내딛으며 반격의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지난 98년 비디오 대여·판매 업체로 잘 나가던 벤처기업 ‘릴닷컴’www.reel.com을 전격 인수한 헐리우드엔터테인먼트의 속셈도 그런 거였다.
닷컴기업 위기설이 퍼지면서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비쳐졌다.
굴뚝기업이 온라인 서비스에 진출하는 이른바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 mortar)가 진정한 인터넷 전자상거래 모델이라는 호평도 나왔다.
오프라인에서 쌓아올린 소비자 데이터베이스와 브랜드 인지도, 물류·판매시설을 이용하면 훨씬 효율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릴닷컴은 영화 관련 상품 서비스 시장의 극심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을 기업으로 손꼽혔다.
그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12일 릴닷컴의 모든 직원을 해고하고, 기존 서비스를 ‘바이닷컴’www.buy.com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1800개나 되는 매장을 소유하고, 블록버스터비디오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였기에, 발표의 충격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릴닷컴의 판매가격은 2500만달러로 알려졌는데, 이는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가 매입했을 당시의 1억달러에 비하면 25%에 불과했다.
릴닷컴은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의 천덕꾸러기였다.
10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판매에 공을 들였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가입자 한명을 당길 때마다 오히려 손실이 발생했다.
올 들어 매달 100만달러씩 적자가 쌓였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매출이 40%나 신장되었음에도 지난 1년간 주가가 무려 75%나 떨어졌다는 사실은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릴닷컴의 운명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2년 전만 해도 릴닷컴은 승승장구했다.
할리우드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가운데 한명인 폴 앨런의 벌칸펀드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로부터 1천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그야말로 무서울 것이 없었던 대표적인 온라인 서비스였다.
이쯤되면 급전직하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투자여력 있는 닷컴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릴닷컴이 이런 상황에 처한 유일한 업체는 아니다.
최근 들어 잘 나가던 온라인 서비스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
‘부닷컴’www.boo.com과 ‘에이피비뉴스닷컴’www.apbnews.com이 문을 닫았다.
‘살롱닷컴’www.salon.com과 ‘시비에스닷컴’ www.cbs.com은 직원들을 무더기로 잘랐다.
일부에서는 닷컴기업 위기설이 이젠 ‘클릭 앤 모르타르’ 기업에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릴닷컴이 완전히 문을 닫지 않고,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바이닷컴의 일부로 편입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위기를 잘 이용해 싼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계속 끌어들이는 닷컴기업은,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막대한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전자상거래의 수혜를 받는 업체들은 바이닷컴과 같이 지속적인 투자 여력이 있는 몇몇 업체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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