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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콘텐츠 유료화 환상깬다
[e비즈니스] 콘텐츠 유료화 환상깬다
  • 김윤지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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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케이션, 고객 입맛따라 정보 수집·가공해 유통…시장 규모 작은 게 걸림돌
콘텐츠 유료화라는 화두가 새해 벽두부터 e비즈니스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유료화에 대한 각종 전망과 보고서들이 쏟아져나오고, 이곳저곳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논의는 늘 정해진 듯 판에 박힌 결론을 내놓는다.
‘콘텐츠 질만 좋으면 유료화는 된다’는 것이다.
마치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나’라는 질문에 ‘공부를 잘하면 된다’고 답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접근과 결론은 없는 것일까.
먼저 콘텐츠의 질은 어떻게 향상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해보자. 질 좋은 콘텐츠가 탄생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걸맞은 대가가 보장된다면 다시 품질은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콘텐츠 유료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말하는 콘텐츠 유료화란 단순히 네티즌으로부터 돈을 받자는 의미가 아니다.
콘텐츠 생산자(CP)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콘텐츠 질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CP들이 콘텐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마케팅, 판매, 유통 등 생산 이외의 부문을 따로 책임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이 바로 요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콘텐츠 신디케이션들이다.
콘텐츠 신디케이션의 등장은 오프라인에서 보면 자연스럽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그 영화가 어디에서 상영되는지, 어떤 종류의 영화인지 알리지 못하면 흥행에는 실패하고 만다.
한편의 흥행작을 위해 시나리오와 연출 이외에 기획과 마케팅, 배급망, 홍보 등 많은 역할이 필요하듯 인터넷 콘텐츠에도 이런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콘텐츠의 높은 질=유료화’라는 공식에 대한 두번째 의문도 풀린다.
‘질’만 좋다고 장사가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콘텐츠 신디케이션은 간단하다.
‘배분하다, 분배하다’라는 신디케이트(Syndicate)의 뜻에 걸맞게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콘텐츠를 수집·가공해 공급하면 된다.
고객은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일반 네티즌이 될 수도 있다.
현재는 지갑을 열 의지가 좀더 많아 보이는 기업고객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살 의사가 있는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금융포털을 만든다거나 오프라인 기업이 e비즈니스에 진출하는 경우 각종 콘텐츠들을 그들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해 제공한다.
콘텐츠 신디케이션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
미국의 아이신디케이트, 스크리밍미디어, 비넷 등이 모델을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등장했다.
코코사 www.cocosa.com , 코리아콘텐츠네트워크 www.kocn.co.kr , 디날리코리아 www.denalii.com 외 10여개 업체들이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했다는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신디케이션은 CP들도 많고 영어로 된 콘텐츠라 팔 곳도 많아 그냥 마켓플레이스 형태만 제공하고도 수수료만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CP도 부족하고 시장도 제한적이라 이들이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이 요구된다.
디날리코리아 박동욱 대표는 “CP와 기업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신디케이션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 콘텐츠 유통관리 시스템) 보유 능력, CP나 협력사들과의 네트워킹 능력 그리고 기획·컨설팅 능력이 신디케이션이 갖추어야 할 기본으로 꼽힌다.
CMS는 콘텐츠를 수집·가공하는 것을 자동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시스템이다.
모든 형식의 콘텐츠를 읽어들여 변환할 수 있는 XML을 기반으로 바뀐 내용을 수작업없이 그때그때 갱신해 보내준다.
똑같은 콘텐츠라도 기업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바꾸어 고객 서버로 보내주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활용도가 높아지고 관리도 훨씬 수월해진다.
현재 신디케이션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받고 있는 국민은행 금융포털 온국민넷 www.onkookmin.net 전혜진씨는 “배너 하나 바꾸기 위해서도 CP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야 했는데 원하는 형태로 우리 서버에 보내주니까 마케팅 활용도 쉽고 딱히 손댈 것도 없다”고 밝힌다.
신디케이션은 우수한 CP들과 협력 사업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 이른바 유통망 확보도 중요하다.
실제로 웹에이전시들이 웹사이트 개편을 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부분은 신디케이션과 함께 사업을 해나갈 여지가 많다.
코리아콘텐츠네트워크 원상훈 마케팅실장은 “사이트는 웹에이전시가, 콘텐츠는 신디케이션이 서로 특화된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코코사 이치훈 사업본부장도 “웹에이전시들과 맺은 관계를 이용해 사업에 다가서는 예가 점점 많아질 것”이라며 유통망 확보를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디케이션의 존재의의를 강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컨설팅·기획 능력이다.
신디케이션들은 현재 가장 힘든 것이 자신들이 왜 필요한지를 인식시키는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직접 CP들 가운데 최고들만 모아놓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등 콘텐츠들만 모은다고 그 사이트가 1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역할은 그 사이트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가장 적절한 콘텐츠들을 모아 구성해주는 것, 즉 패키징을 하는 것이다.
” 디날리코리아 정태식 이사는 콘텐츠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신디케이션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금융포털에 들어가야 하는 콘텐츠라면 어떤 대상에게, 어떤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짚어주고 그 콘텐츠들을 직접 모아준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 CRM(고객관리)이 덧붙기도 한다.
기업들은 고객들이 자사 사이트에 오래 머물면서 되도록 많은 고객정보를 남기도록 하기 위해 사이트를 구성하곤 한다.
때문에 콘텐츠가 제공될 때 CRM까지 고려해 구성하면 더 큰 흥미를 보인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유의미한 기능들이 보이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우리나라 시장에 이런 식으로 콘텐츠들을 사들일 만한 기업들이 얼마나 존재하겠는가이다.
이 때문에 우선 CMS솔루션 사업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들도 있다.
주피터커뮤니케이션스가 온라인 콘텐츠 신디케이션 시장의 규모를 올해 3억4300만달러, 2004년 15억달러로 예측할 때에는 이런 관련 솔루션 사업들이 다 포함된 수치다.
시장 규모가 더 협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부분의 수요확대로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여건상 B2B 형태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콘텐츠 신디케이션은 B2C도 고려대상이다.
노머니커뮤니케이션 www.hanstay.com은 신디케이션을 하면서 빌링시스템을 덧붙여 B2C를 위한 B2B 사업을 한다.
콘텐츠들을 모아 빌링시스템과 함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유료화에서 나오는 수익을 CP, 사이트 운영업체와 함께 나누어 갖는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마인드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더 큰 이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은 자신감을 보인다.
‘콘텐츠 질만 좋으면 유료화는 된다’는 환상을 깨기 위해 콘텐츠 신디케이션들은 상품화와 유통이라는, 오프라인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부분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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