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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홍보대행사가 변하고 있다
[e비즈니스] 홍보대행사가 변하고 있다
  • 임채훈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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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PR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 개발, 외국 대행사와 제휴 맺는 곳도 늘어
홍보대행사에서 일하는 이민석(29)씨는 요즘 아침 저녁으로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출근하자마자 회사 동료들과 홍보전략에 관한 스터디를 하고 또 퇴근하기가 무섭게 홍보인들의 모임에 나가 다른 업체에서 일하는 선배의 경험을 듣는다.
그는 이런 자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새록새록 커가는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이씨는 요즘 일하는 재미가 한층 커졌다.


하지만 이씨가 처음부터 직장생활을 즐겁게 한 것은 아니었다.
98년 말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씨는 이전에 알던 홍보업무와 실제 행해지는 업무가 전혀 다른 것을 발견하고 사표 쓸 생각까지 했다.
회사는 한창 생겨나는 벤처업체를 고객으로 받아들이며 갈수록 성장했지만 이씨의 능력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일부 선배들은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많은 기자를 아는 것이 능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들과 호형호제하면서 술자리를 많이 갖는 것이 홍보전문가의 역할이라는 시각에 이씨는 공감할 수 없었다.
이씨는 최근 경제위기가 홍보업계의 발전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고객사들이 빠져나가면서 회사는 어려움을 겪지만 반대로 이전 모습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이전의 언론사 대응업무만으로 완전한 홍보를 할 수 없다는 인식도 늘어났다.
이씨의 회사도 이제는 위기관리, 투자자 관리, 마케팅전략 지원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본격 교육도 준비 중이다.
이씨는 이제야 홍보가 전문영역으로 대접받는 시기가 왔다며 즐거워한다.
급격한 성장에 따른 체질개선 시급 국내 홍보대행업계가 변하고 있다.
최근 닷컴기업을 비롯한 벤처기업의 경영악화로 이들의 PR업무를 담당하던 홍보대행사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공을 위해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붓던 닷컴기업은 지난해 10월부터 이 비용을 대폭 줄였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곳은 홍보대행사들이었다.
닷컴기업과 마찬가지로 홍보대행사들도 경영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방향 다각화, 외국기업과 제휴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홍보대행사 수는 98년만 해도 30~40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벤처창업 붐으로 지난해에는 그 수가 100여개를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또한 IT기업만 담당하겠다며 문을 연 홍보대행사도 나오는 등 전문화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홍보대행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런 점 때문에 지난해 홍보가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점도 많았다.
겉으로는 규모가 크게 성장했지만 내실은 아직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곳도 상당수 있었다.
대부분의 홍보대행사는 언론대응이 아닌 종합 PR을 내세우며 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불리한 소문이 나거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이에 적절히 대처해주는 위기관리, 기업설명회 등을 통한 투자자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했던 일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단순 PR 정도였다.
이런 지적은 홍보대행사 밖에서뿐 아니라 안에서도 나왔다.
코콤포토너벨리 박재훈 이사는 “IT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 홍보업계가 자리를 잡았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PR 시장의 70%는 언론대응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대행사와 제휴 맺는 곳 늘어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이런 단순한 업무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최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경영이 어려워진 고객사들이 중간에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생겼다.
또 폭발적으로 걸려오던 문의전화도 요즘은 받기 힘들어졌다.
또한 조금만 경력을 쌓으면 홍보대행사를 떠나 더 조건이 나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으로 떠나는 직원이 늘어났다.
최근 유명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 스토리지 업체인 EMC 등이 기존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많은 홍보대행사는 기존 업무만 반복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러한 점들이 홍보대행사의 체질변화를 앞당겼다.
최근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홍보대행사들은 본격적 변화에 나섰다.
예전에 목소리 높여 외치던 종합PR회사로 변신이 이제서야 이뤄지는 듯하다.
우선 외국의 유명한 홍보대행사와 제휴관계를 맺는 곳이 늘고 있다.
외국 홍보대행사와 제휴는 이들의 선진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장점뿐 아니라 외국 홍보대행사와 제휴를 맺음으로 생기는 지명도, 또 이들의 고객을 넘겨받는다는 장점 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따라서 국내의 많은 홍보대행사들이 앞다퉈 이들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코콤피알은 지난해 12월 세계적 홍보대행업체 중의 하나인 포토너벨리에 20%의 지분을 넘겼다.
이름도 코콤피알에서 코콤포토너벨리로 바꿨다.
코콤포토너벨리 박재훈 이사는 “외국 기업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해외 IR(기업설명회)과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에 제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또한 국내 메이저 홍보대행사 한곳은 곧 또다른 세계적 홍보대행사인 힐앤놀튼과 업무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힐앤놀튼은 이미 국내의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있었지만 국내 홍보시장을 더 철저히 공략하기 위해 제휴선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힐앤놀튼과 새로 손을 잡는 국내업체는 이번 제휴를 통해 다양한 홍보전략과 기술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제휴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홍보대행업계의 순위가 바뀔 것으로 이 업체는 예상한다.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홍보대행사의 노력은 인력확보로 이어진다.
최근 대기업에서 홍보업무로 잔뼈가 굵은 몇몇 인사들이 홍보대행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홍보대행사들이 적극 영입에 나선 까닭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력을 쌓은 이들을 확보하기가 이쪽 업계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홍보대행업계에 종사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3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며 조건이 좋은 곳으로 옮긴다.
홍보대행업계를 떠나 일반업체의 홍보실로 직접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코래드 박종선 국장은 “이쪽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홍보대행사끼리 서로 인력을 빼앗기도 한다.
최근 국내 메이저 홍보대행사 중 한곳은 경력이 꽤 있는 인력들이 대거 신생 홍보대행사로 자리를 옮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홍보대행사들은 이렇게 빠져나가는 인력을 붙잡기 위해 사내교육을 강화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직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PR에서 벗어나 기획, 전략 구상 등의 능력을 겸비한 직원을 키워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홍보대행사 종사자들은 이런 업계의 노력 못지않게 홍보에 대한 국내 인식이 바뀌어야 홍보대행업이 발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이들이 홍보를 단지 언론대응이라고만 생각하다보니 업무가 단순해졌다는 얘기다.
실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해도 고객사들이 단순 PR 서비스만 찾아 다른 서비스를 펼쳐볼 기회를 갖지 못한 곳도 있다.
홍보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면 변신을 도모하는 홍보대행사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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