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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불붙는 인터넷뱅킹
[첨단기술주] 불붙는 인터넷뱅킹
  • 신동녘(IT 애널리스트)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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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인들은 돈을 손에 많이 쥐어보지 못한다.
월급이 통째로 은행통장으로 들어가는 탓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손에 쥐는 것은 회사가 얼마를 지불했다는 종이쪽지 한장이다.
게다가 통장으로 들어간 돈은 아내 몫이다.
필자의 경우 ‘비자금’으로 긴요하게 쓰는 이 글의 원고료도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술 마시고 신용카드 몇번 긁으면 은행에서 알아서 다 빼간다.
이러한 상황이 더욱 발전하면 내가 돈을 갖고 다닐 이유가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과거 은행원이 창구에서 하던 일을 내가 직접 은행 홈뱅킹 사이트에 접속해서 처리한다.
인터넷을 통해 돈이 얼마 들어왔는가를 살펴보고(조회), 술값으로 배분한 것 송금하고(이체), 필요한 돈은 현금 서비스로 통장에 넣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뱅킹이다.

인터넷뱅킹은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네트워크를 이용해 은행에서 하는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은행은 입출금 및 대출업무 등을 전산화하기 위해 중앙에 대형 컴퓨터를 설치하고 전용선을 통해 지점과 연결했다.
당연히 은행의 전산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가된 은행직원뿐이었다.
접근할 수 있는 장소도 은행에 한정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은행에 돈을 넣거나 빼려면 은행 문을 열고 들어가 대기표를 받고 곧바로 근처에 놓여 있는 잡지를 빼들거나 멍하니 순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아무리 장사가 안되는 은행이라도 최소한 10분은 기다려야 하며, 좀 된다 싶은 은행에서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다 은행까지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더하면 은행을 한번 이용하기 위해 1시간은 족히 소비해야 했다.
그렇지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회사 눈치 보며 은행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회사 PC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하여 인터넷에서 바로 입금된 돈을 확인하고 필요한 곳에 이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은 지난 95년 미국의 SFNB(Security First National Bank)에서 처음 시도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99년 7월 신한은행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그해 12월에는 13개 은행으로 늘어났다.
2000년 12월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20개 시중은행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20개 시중은행 가운데 부산은행, 기업은행, 서울은행 등 3개 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도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에 발표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2000년 12월 말의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409만명으로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21%에 이르고 있으며, 99년 12월 말의 12만명에 비해 34배나 증가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예금조회, 자금이체 및 대출 서비스 이용건수는 2000년 12월에만 3186만건으로 9월의 1667만건에 비해 88.5% 증가했으며, 99년의 월평균에 비해서는 무려 53배나 늘었다.
현재 속도라면 우리나라 인터넷뱅킹 이용자 비율이 일본처럼 인터넷 이용자의 50%에 육박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어쩌면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은행창구에서 처리하는 건수보다 많아질지도 모른다.
인터넷뱅킹이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소요되는 은행의 지점 및 인원이 줄게 됨으로써 경상운영비와 인건비가 크게 절감된다.
따라서 많은 은행들이 점포유지비용과 인건비가 많이 드는 오프라인 지점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의 공급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도매금융은 심사분석 등 상당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인터넷뱅킹으로 이어지기 어렵지만, 일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금융은 철저한 신용분석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가 인터넷뱅킹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 경우 은행은 인원 및 점포비용 등 고정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으며, 이용자는 은행을 이용하는 데 드는 거래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결국 금융거래의 확대로 이어지며, 금융기관의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용자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고객별로 금융서비스 가격을 차별화함으로써 관리가 쉬워지는 데 따른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은행이 영업점을 보유하지 않고 인터넷뱅킹만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Internet-only-Bank)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미국(11개)과 영국(5개) 등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활발히 영업하고 있으며,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앞에서 인터넷뱅킹을 처음 시도했다고 말한 미국의 SFNB도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현재 미국 인터넷 전문은행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기존 은행보다 높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은행이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을 위한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하나로종금과 하나로통신도 공동으로 인터넷팀을 발족하고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준비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대우증권도 인터넷 전문은행(e뱅크) 설립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하나은행과 롯데그룹도 신용중개기능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보면 우려스런 점도 있다.
기존 은행과 신설 인터넷 전문은행이 시장확보를 위해 가격경쟁에 나설 경우 이용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예대마진 감소와 결제성 예금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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