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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채권 시가평가제의 역류
[펀드인사이드] 채권 시가평가제의 역류
  • 최상길(제로인 펀드닥터 이사
  • 승인 2001.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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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을 두고 역류라고 한다.
최근 시간의 역류현상이 투신업계에 벌어지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펀드의 채권시가평가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7개월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투신사들이 난데없이 장부가 펀드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투신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장부가 펀드는 채권발행사가 지급하는 이자만을 펀드의 가격을 계산할 때 반영할 뿐 시장의 채권가격 변동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장부가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면 은행 이자처럼 투자수익이 확정적이다.
이에 반해 시가평가 펀드는 보유 채권의 이자뿐 아니라 채권 자체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배분한다.
이런 시가평가 펀드는 채권의 가격변동 방향에 따라서 수익이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심할 경우엔 원금의 손실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시가평가 채권형 펀드다.
지난해 7월부터 투신사들은 장부가 펀드를 추가로 만들거나 기존 펀드에 신규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런데 난데없이 투신사들이 2월부터 사실상 장부가 펀드를 판매하겠다고 한다.
이 자체로만 보면 시장논리라는 시류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로 하락하는 시점에서 일부 투신사는 연 8.5~9%를 주겠다고 하니 말이다.
이유인즉 이렇다.
13조원 규모의 소위 CBO펀드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CBO펀드는 투기등급을 포함한 부실채권의 집합체인 후순위 채권에 펀드 자산의 25% 이상을 투자하되 공모주 우선배정권이 부여된 상품이다.
투신권의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으로 태어난 이 상품은 공모주시장의 침체로 더이상 메리트가 없어지게 됐다.
CBO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 어렵게 봉합된 투신권 상처가 다시 터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우량채권의 대명사인 국고채의 유통수익률이 5%대로 급락해 국공채형 펀드의 투자수익률이 연 7%를 넘기 힘들게 됐다.
이에 투신권은 장부가로 평가되는 후순위채 투자비율을 최대 90%로 높여 사실상 장부가 채권형 펀드를 선보이면서 연 8.5~9%를 제시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개별채권이 부도가 나더라도 이의 집합체인 후순위채권은 장부가로 평가돼 펀드가격이 산출되므로 투자자들에게 손해가 돌아가지 않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이나 시가평가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은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장부가로 평가한다고 하지만 투신사가 부도를 낸다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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