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7:12 (화)
[포커스] 미국 닷컴, 해외진출 주춤
[포커스] 미국 닷컴, 해외진출 주춤
  • 홍승민(와이즈인포넷선임연구원
  • 승인 2001.0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침체·실적악화 등으로 유동성 급감…적극적 해외 진출 당분간 어려울 것
국내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이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에 팔렸다.
국내 대표적 닷컴기업이 외국에 매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베이는 최근 옥션 지분 50%를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이베이는 옥션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대금은 총 1506억원으로 국내 벤처기업 M&A 사상 최대규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국내 벤처업계에 외국기업의 인수ㆍ합병(M&A)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시가총액이 3천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대표적 닷컴기업이 외국 닷컴기업에 넘어감으로써 외국기업과 M&A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얘기다.
해외 언론들은 이베이의 옥션 인수가 두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베이의 옥션 인수가 이베이에 유리하게(favorable) 작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두 회사가 아시아 지역의 다른 시장에서 경쟁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옥션은 이베이와 맺은 제휴를 통해 유럽 등 신규 시장 진출에 큰 혜택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옥션 인수로 이베이의 올해 총매출이 2천억달러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옥션 인수비용 지출로 올해 이베이의 주당 순이익은 1센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뜻 외국기업에 매각되는 것이 국내 닷컴기업의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코리아닷컴을 운영하는 두루넷이 투자를 유치하는 형식으로 1대주주 자리를 삼보컴퓨터에서 소프트뱅크에 내줬고, 한글과컴퓨터 역시 유상증자 형식으로 최대주주가 메디슨에서 미국 투자사로 바뀌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에 진출해 재미를 보지 못한 이베이의 글로벌 전략과 옥션 쪽의 자본이익 확보 필요성이 맞물려 협상이 이뤄졌다는 추측도 나온다.
리스크 감수하고 M&A 감행 어려워 그러나 이번 인수로 외국기업과 M&A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다.
미국 닷컴기업의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한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식의 전망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기업활동 중에서도 가장 위험수위가 높은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합병작업이다.
컨설팅 회사 KPMG가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700개 대형 합병 건을 조사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합병업체의 83%가 합병이 성사된 직후 1년 동안 주식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실패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합병 관련 비용을 보상할 수 있도록 2년 정도의 충분한 기간을 주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인수금액 때문에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인수합병 작업이 시장에 가시화되는 시간이 1년 내로 줄어들었다.
미국의 최근 증시상황과 닷컴기업 사정 등을 감안했을 때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M&A를 감행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경기침체와 실적악화로 닷컴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인터넷 거품의 붕괴로 시장에 근본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이 보수적으로 흐르면서 자금난에 처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자 그동안 손실을 참아왔던 투자자들이 갑자기 수익을 문제삼기 시작했고, 닷컴기업들의 매출성장률과 주가는 급전직하하고 있다.
인터넷 M&A 전문업체 웹머저스닷컴 www.Webmergers.com은 지난해 12월에만 40개의 인터넷기업이 문을 닫아 15억달러의 투자금이 공중으로 날아갔으며, 2000년 전반적으로는 210개 기업이 사업을 정리해 1만2천~1만5천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닷컴기업들의 사업 정리는 나스닥 약세와 더불어 더욱 가속화돼 4분기에만 121개 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분야별로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09건을 차지했으며 콘텐츠 공급업체 60건, 서비스 업체 27건, 인프라스트럭처 관련 업체가 14건 등이었다.
이베이의 옥션 인수처럼 최근 닷컴기업들이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적극적 M&A를 시도하는 것도 다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한가지 전략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이베이의 옥션 인수를 향후 미국 닷컴기업의 한국 진출 가속화를 의미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닷컴기업의 M&A를 통한 시장 및 기술 확보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급격하게 위축된 닷컴기업들의 유동성이 문제다.
위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닷컴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는 것은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유동성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주도적 위치에서 전략적 M&A를 구사하거나 단독으로라도 해외 진출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M&A를 감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닷컴기업들도 현재 수익모델 부재 또는 불충분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업체들을 상대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이나 자비심이 있는 미국의 닷컴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 상황도 닷컴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제한할 요소로 지적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데다 주가 거품이 꺼지면서 ‘도산하는 닷컴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도 기존 경제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와 닷컴기업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이전에, 아니 어쩌면 올 한해 내내 수많은 국내외 닷컴기업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
이들에게 해외 진출이라는 그림은 그저 사치스런 이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