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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일등 CEO, 꼴찌 CEO
[CEO] 일등 CEO, 꼴찌 CEO
  • 박종생
  • 승인 2001.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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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 80명 설문조사…최고는 김택진 사장, 최악은 구자홍 부회장 대기업이든 벤처기업이든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CEO(최고경영자)다.
CEO가 누구냐에 따라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할 수도 있고, 잘 나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CEO들에 대한 평가도 일천한 편이다.
<닷21>은 베스트 CEO는 물론이고 최악의 CEO도 거론하는 이례적인 일을 벌였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국내 18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80명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대상자 중 49명이 이 질문에 응답했다.
분야별로는 인터넷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12명,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13명, 통신 서비스 6명,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 9명, 제약 및 바이오 테크놀로지 5명, 컴퓨터 하드웨어 2명, 전기부품 2명이다.
이들에게 베스트 CEO와 최악의 CEO를 각각 3명씩(1, 2, 3순위) 추천받아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매겼다.
애널리스트들은 대개 자기 분야에서 베스트 CEO와 최악의 CEO를 골라냈으나 상위권에 오른 CEO들은 여러 분야의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두루 거명됐다.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베스트 CEO 1위로 뽑혔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개발해 지난해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김택진 사장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가치를 높인 인물’(대우증권 노미원 애널리스트)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증권 송정섭 애널리스트는 “아래아한글의 공동개발자로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투명경영과 성실함으로 기업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평했다.
동양증권 하태석 애널리스트는 기술 우위를 통한 시장지배력, 확실한 수익모델 보유, 해외 시장 진출, 지속적 연구개발 투자 등을 들며 후한 점수를 줬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직원들의 창의력 진작을 위한 합리적 인사정책과 열린 경영을 높이 평가했다.
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베스트 2위 차지 2위로 꼽힌 CEO는 디지털 셋톱박스 개발업체 휴맥스 변대규 사장이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는 “한분야에 집중한 기술개발 정책을 통해 회사를 세계적 셋톱박스 생산업체로 발전시켰다”고 평했다.
대우증권 허성일 애널리스트는 뛰어난 리더쉽, 시장판단 능력, 기술 및 제휴 능력 등을 꼽았다.
신영증권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마케팅 능력, 신제품 및 신규시장 개척, 투명한 경영 등을 강점으로 들었다.
삼성SDI 김순택 사장이 대기업 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3위에 올랐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장기 방향성과 관계없는 사업 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최소한의 리스크로 신규사업 확보, 우수한 재무구조 달성 등을 이유로 꼽았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는 “재벌그룹 소속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잘 활용했으며, 투자가들에게 회사의 경영방향을 투명하게 밝혔다”고 평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악의 CEO 선정은 응답한 애널리스트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애널리스트들은 선정 이유도 비교적 자유롭게 써냈다.
최악의 CEO로는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이 꼽혔다.
대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무리한 합병 추진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구 부회장 개인보다는 LG그룹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벌어진 일들이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LG그룹 대주주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고 비난받는 거래를 묵인했으며, LG정보통신 합병·데이콤 인수 등 무리한 통신사업 추진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불필요한 합병으로 재원을 낭비한 점, 전략방향의 일관성과 추진력이 부족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IMT-2000 사업권 획득 실패로 그룹 경영전략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한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최악의 CEO 2위에는 데이콤 정규석 사장이 꼽혔다.
한 애널리스트는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LG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노조와도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파업사태를 몰고왔다”고 평가했다.
장기적 경영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3위는 디지틀조선 인보길 사장, 유일반도체 장성환 전 사장, 세종하이테크 최종식 사장이 공동으로 꼽혔다.
인보길 사장에 대해서는 “인터넷 미디어 업체로서 명확한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거나 “콘텐츠 회사인데도 콘텐츠 개발을 무시하고 투자업무만 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세종하이테크 최종식 사장은 주가조작 사건으로 벤처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점, 유일반도체 장성환 전 사장은 금융감독원 로비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점 등이 지적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체들의 CEO들을 주로 거명했는데, 분야별로 조금씩 평가가 엇갈렸다.
인터넷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이 2위로 꼽혔다.
옥션 이금룡 사장도 그 뒤를 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핸디소프트 안경영 사장, 이네트 박규헌 사장, 퓨쳐시스템 김광태 사장이 공동 4위에 올랐다.
조현정 사장은 기업투명성 제고 및 연구개발 투자, 전문성과 창의성 등이 강점으로 거론됐다.
KGI증권 유제우 애널리스트는 “벤처 1세대로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이금룡 사장에 대해 세종증권 채준식 애널리스트는 “오랜 경험과 인터넷 사업에 대한 마인드를 갖고 벤처기업의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경영의 미숙함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경매 활성화와 성공적 외자 유치도 강점으로 꼽혔다.
이재웅 사장에 대해서는 “주위의 좋지 않은 소리에도 불구하고 경영노선을 일관되게 유지했다”거나 “인터넷 부문의 공격적 투자로 위상을 강화했다”는 등의 평가가 나왔다.
안경영 사장은 기업투명성 제고와 연구개발 투자, 박규헌 사장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경영전략과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김광태 사장은 우수한 기술력 확보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 분야에서 최악의 CEO로는 디지틀조선 인보길 사장이 꼽혔고,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이 2위를 차지했다.
싸이버텍홀딩스 김상배 사장, 인터파크 이기형 사장이 뒤를 이었다.
한때 국내 벤처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던 오상수 사장은 불과 1년여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인물이 됐다.
오 사장은 무료전화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 및 과대 포장, 유상증자 자금의 단순유보 등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노력 부재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김상배 사장에 대해서는 “외국사 의존도가 높으며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 진출이 미흡하다” “대주주 지분 매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기형 사장은 “신주인수권부 인수와 관련해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 “기업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은 평가 엇갈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삼성SDI 김순택 사장에 이어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 아토 오순봉 사장이 베스트 CEO로 뽑혔다.
정문술 사장은 경영 투명성, 기술 우선 경영,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소유와 경영 분리, 기업을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는 경영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베스트 CEO로 꼽은 애널리스트가 4명, 최악의 CEO로 꼽은 애널리스트가 3명이었다.
베스트로 꼽은 이유로는 “매우 어려운 시기에 사장에 부임해 투자자의 신뢰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실 부문 정리로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다” 등이 많았다.
반면 최악으로 꼽은 이유로는 D램 시장의 변화를 못 읽어 대응에 미흡했고, 활발한 IR이 오히려 정보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오순봉 사장은 뛰어난 기술력 보유, 해외 시장 개척, 반도체 장비 국산화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 분야에서 최악의 CEO로는 유일반도체 장성환 전 사장이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 현대전자 박종섭 사장 순이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세계적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비효율적 경영관리 및 비전문적 IR로 오히려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정확한 경영환경 분석과 가장 적절한 규모의 설비투자로 D램 시장의 선두를 유지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국통신 이계철 전 사장이 베스트 CEO 1위로 꼽혔다.
신영증권 박세용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및 민영화 추진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개선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베스트 CEO는 추천하지 않고 최악의 CEO만 적어냈다.
최악의 CEO로는 데이콤 정규석 사장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하나로통신 신윤식 시장이 거론됐다.
신 사장은 무리한 IMT-2000 사업권 도전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통신장비 분야 베스트 CEO로는 휴맥스 변대규 사장(1위)에 이어 다산인터네트 남민우 사장, 네오웨이브 최두환 사장이 꼽혔다.
남민우 사장은 ‘국내 최고의 라우터 개발 기술로 국산화율 제고’, 최두환 사장은 ‘광가입자망 장비의 독보적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 선도’ 등의 평가를 받았다.
이 분야 최악의 CEO로는 로커스 김형순 사장이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 구자홍 부회장, 오피콤 고석훈 사장이 뒤를 이었다.
김형순 사장에 대해서는 사업다각화를 통한 핵심 역량 분산을 이유로 꼽은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증자자금을 엔터테인먼트 업체 등 주력사업과 관련이 먼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에 걸맞은 기업의 미래 모습을 갖춰나가는 데 취약점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고석훈 사장에 대해서도 본업 외의 지분투자가 많고, 자체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벤처는 맑고, 재벌은 흐리고
‘벤처는 투명, 재벌은 불투명.’ 이번 조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이런 시각을 갖고 있었다.
기업투명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엔씨소프트가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휴맥스, 3위는 옥션이 꼽혔다.
이어 다음과 아토가 공동 4위에 올랐고, KMW, 미래산업, 한통프리텔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업투명성이 낮은 기업으로는 1위 삼성전자, 2위 LG전자, 3위 현대전자가 꼽혔다.
디지틀조선이 4위에 올랐고, 한국정보통신, 리타워텍, SK텔레콤이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투명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은 기업은 대부분 실적 공개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엔씨소프트는 기업의 모든 매출과 원가 관련 데이터를 수시로 공시한다는 점에서, 휴맥스는 매월 실적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실적이 나빠졌음에도 적극적으로 공시를 하는 등 기업내용 공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계열사 우회지원 등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여전하며 소액주주를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IR에서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기업비밀이란 명목으로 적극적 대답을 회피한 점도 지적됐다.
LG전자는 회사 이익보다는 소수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지적됐다.
현대전자는 회계상 투명성이 결여되었다는 점과 주주우선 경영이 미비하다는 점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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