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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점포탐방] 조흥은행 서초 기업금융센터
[금융점포탐방] 조흥은행 서초 기업금융센터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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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출 “빠르고 간편하게” 특화 사업부로 베테랑급 포진… 재무진단에서 거래상담까지 ‘원스톱’ 서비스 사업부제는 이제 일반 기업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은행도 사업부제로 바뀌고 있다.
본점의 얘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점 역시 일반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을 따로 관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조흥은행이 1999년부터 시작한 RM(기업고객 관리:Relationship Manager) 제도가 이제 다른 은행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RM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하는 기업고객들을 관리하는 제도다.
예컨대 조흥은행은 개인고객과 소규모 거래를 하는 기업고객은 일반 영업점에서 거래를 하고, 덩치 큰 고객은 기업금융센터에서 전담한다.
영업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일반 은행 영업점처럼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기업을 찾아가 대출상담을 한다.
이뿐 아니라 수신이나 환율관리, 신탁 등의 업무도 취급한다.
말 그대로 덩치 큰 기업고객들을 특화해 영업을 하는 전략이다.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조흥은행은 어느새 이 제도를 실시한 지 2년이 돼간다.
조흥은행에서 이런 일을 하는 곳이 바로 기업금융센터다.
기업금융센터 책임자는 지점장이 아니다.
대표가 있고, 그 밑에 지점장들이 있다.
서초 기업금융센터만 해도 대표를 중심으로 지점장이 10명이나 포진해 있다.
주로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한조를 이뤄 거래기업을 찾아다니며 대출상담을 한다.
기존 거래고객을 상대하는 것 외에도 우수기업을 찾아다니며 신규고객을 발굴해낸다.
일반 영업점에서 앉아서 결제를 하던 지점장들은 RM 지점장으로 발령나면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녀야 한다.
일반 회사도 그렇지만 은행도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이 변했다.
서초 기업금융센터 황선각 대표는 “은행의 영업환경이 뒤집어졌다”는 말로 변화에 대한 감회를 밝힌다.
빠른 대출, 지점장이 해결사로 조흥은행에서 실시하는 RM 제도는 현재 5억원 이상의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보다 거래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일반 영업점에서 관리한다.
지난해 3월과 올해 8월 사이 서초 기업금융센터에서 일어난 변화는 수치에서 잘 드러난다.
원화 대출금이 2149억원에서 3850억원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수신고는 이보다 더 폭발적이다.
2976억원에서 8148억원으로 170% 이상 늘어났다.
거래업체 수 역시 731개로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서초 기업금융센터의 변화는 비단 외양의 수치만 말해주는 게 아니다.
과거엔 돈을 빌리기 위해 거래업체 사장들이 은행을 찾아다녔다면, 이제는 은행에서 돈을 팔러 다닌다.
이러다 보니 업체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부실여신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속내를 뻔히 아는데 무턱대고 대출을 해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우선 은행 지점장·부지점장급의 베테랑 뱅커들이 직접 찾아와 재무상태를 진단해주고 거래상담을 하다 보니 훨씬 효율적으로 자금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
대출을 할 때도 옛날에는 은행에서 요구하는 잡다한 서류를 챙기다 보면 시간만 흘러 속을 태우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RM 제도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
서승명(49) 지점장은 '잘 아는 업체들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RM 제도는 지점장들의 전결한도를 늘려주었다.
지점장의 재량권이 많다는 얘기다.
일반 보통대출은 10억원까지 바로 나가고(할인어음은 예외), 대출 종류에 따라 30억원까지 지점장이 재량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갑자기 기업들이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서 지점장은 어느날 갑자기 영업시간이 끝나고 업체를 찾아갔는데, 내일 당장 20억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 들어준 적도 있다고 한다.
옛날 은행 시스템이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대출 이자도 “협상 가능” RM 제도가 실시되면서 대출이자도 협상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본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지점장 권한이 확대됐다.
고객과 만난 자리에서 이자 세일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한다.
즉 거래실적이 우수한 업체라면 기준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서 지점장에게 애환도 많다.
대출 대상으로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업체들의 신용을 매겨놓으면 1~3등급 업체들은 대출을 별로 안 쓴다고 한다.
이들은 대출이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7등급 이하 업체에 대한 대출은 요주의 여신으로 걸릴 가능성이 높아 함부로 대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 지점장은 최근 4등급 업체에 순수 신용으로 10억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
물론 보증서나 담보가 있으면 대출금리는 7%까지 내려가지만, 이때는 1년 고정금리 기준으로 8.5%에 대출을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CD에 연동한 단기대출은 금리가 7%대나 6%대로 내려가기도 한다고 한다.
여하튼 4~6등급 업체들이 주요고객이 되는 셈인데 일반자금 대출은 7~8%대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물론 기업 구매자금과 같은 한국은행 특별융자 대출은 금리가 크게 떨어져 5%대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황 대표와 서 지점장은 “신생기업은 아무래도 금리보다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한다.
기업금융센터에서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중히 여긴다고 한다.
설립한 지 6개월이 됐고 현재 매출이 없어도 성장 가능성만 높다면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함부로 대출을 해주지는 않는다.
예컨대 중소기업청에서 지정한 우수벤처기업이나 공인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유리하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본점의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대출 세일 시대’는 은행 대출을 쉽로게 만든 측면도 있고, 어렵게 만든 측면도 있다.
괜찮은 업체라면 5~6군데 은행에서 서로 대출해주겠다고 나선다.
그러면 대출금리도 당연히 떨어진다.
반면 위험성이 큰 업체는 대출받기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서초기업센터 베테랑 뱅커들은 이런 변화된 환경을 주도하는 최전사들이다.
인터뷰|황선각/조흥은행 서초 기업금융센터 대표, 서승명/서초 기업금융센터 지점장
매출 규모 보다 성장성 본다

조흥은행 서초 기업금융센터 황선각 대표와 서승명 지점장은 덩치 큰 기업고객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두사람은 달라진 금융환경에 다소 버거워하면서도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흥은행에서 RM 제도를 도입한 지 2년이 됐다.
현재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기업금융센터는 전국에 모두 16개가 있다.
각 센터에는 대표가 있고, 108명의 지점장들이 기업들을 상대로 대출영업을 하고 있다.
서초 기업금융센터에만 지점장이 10명이 있다.
은행으로서는 기업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기업들은 편리하게 대출·외환 등 은행거래를 할 수 있다.
-일반 영업점에서 ‘편하게’ 지점장 생활을 하다가 여기로 오면 힘들 것 같기도 한데. =특별히 힘든 것은 없지만 처음엔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루종일 업체들을 돌아다녀야 하니 과거에 지점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던 때보다 활동량이 늘어났다.
또 과거와 달리 이제 모든 것을 혼자서 결정하다 보니 외롭다.
스스로 새로운 업무를 개척해야 하고 늘상 실적에 신경써야 하는 점도 쉽지는 않다.
-거래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기업금융센터에서 전혀 취급하지 않나. =예컨대 새로 발굴한 5억원 이하 거래규모의 작은 업체들은 일반 영업점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또한 일반 영업점에서 거래하던 업체가 규모를 늘리면 기업금융센터에서 관리하게 된다.
-은행은 대출 세일을 한다고 하고, 업체들은 자금에 목말라 있다.
=지금은 매우 애매한 시기다.
은행도 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과거에는 업체의 매출액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 지금은 투하자본 대비 이익률이나 성장성이 더 중요한 대출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자금이 꼭 필요한 업체인데 100% 신용대출이 어렵거나, 괜찮은 업체 같은데 미심쩍은 구석이 있을 때는 보증기관에 연결해주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받기 힘들고, 예대마진이 높다는 비판도 많은데. =정말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라면 99년부터 시작한 기업특별대출을 활용해볼 필요도 있다.
보증기관과 신용평가기관, 은행직원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면 담보없이 신용으로 융자해주는 제도다.
예대마진이 높다는 비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2%포인트 정도의 예대마진으로는 은행 운영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예컨대 1억원을 대출해 대손이 발생했다고 하면 50억원을 잘 운용해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이자도 저금리 시대와 함께 간다.
CD연동금리가 기준금리로 득세하고 있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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