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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오리온, 영화사업 '레디 액션!'
[비즈니스] 오리온, 영화사업 '레디 액션!'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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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서 계열분리, 미디어·콘텐츠 시너지 효과로 엔터테인먼트사업 재정비 영화제작가협회 유인택 회장은 반색을 한다.
'오리온 같은 전통적 대기업이 진출하는 건 대환영입니다.
대기업은 배급·유통에 산업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영화시장 파이를 더 키울 힘이 있지 않습니까.' 오리온그룹이 본격적으로 영화제작·투자·배급사업에 뛰어든다.
오리온그룹은 9월1일 동양그룹에서 제과·엔터테인먼트·외식사업 부문을 계열분리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문그룹으로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 첫번째가 영화제작·배급업 진출이다.
오리온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빠져 있던 콘텐츠 사업 부문을 채워넣는 작업이다.
애초 영화제작·투자·배급그룹인 튜브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지난달 무산되자 직접 하겠다며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오리온그룹은 콘텐츠 배급력에서는 이미 강자의 대열에 올라서 있다.
계열사 온미디어가 운영하는 8개 채널은 케이블TV 시청률 조사에서 시청점유율 30%를 차지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사업자들 가운데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OCN과 투니버스는 미국 테러사태 와중에도 내내 시청률 1, 2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는 올해 62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452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한국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 수가 1년에 6200여만명이니, 620만명이면 전체 영화관람객 10명 중 한명이 메가박스나 씨네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 셈이다.
11월에 부산 서면과 수원에 2개관(12개 스크린)을 열면 스크린 수는 32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것은 한국 전체 스크린의 4.4%에 해당한다.
2003년까지는 100여개 스크린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오리온의 탄탄한 배급 기반에도 약점은 있다.
좋은 콘텐츠를 쥐고 있어야 배급력이 더욱 막강해지는데, 오리온그룹 안에는 콘텐츠 제작 부문이 없는 것이다.
미디어플렉스 김우택 상무는 이제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갖출 때라고 말한다.
그의 말엔 케이블TV, 극장 등 하드웨어 인프라는 이미 갖췄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하나의 인프라로 가져가야 시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영화 배급업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시네마서비스의 최용배 배급담당 이사는 “본질적으로 배급업 진출은 영화만 확보한다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신생 영화투자·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가 영화 '친구'를 서울 42개, 전국 122개 극장에 올리면서 막강한 배급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성공의 관건은 흥행력 있는 영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충무로에 자본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자금력만으로는 좋은 영화를 선취할 수가 없다.
그보다는 좋은 시나리오, 감독, 프로덕션을 골라내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
이미 능력이 검증된 제작진을 거느리고 있는 시네마서비스, 명필름, 싸이더스, 강제규필름 같은 제작사들은 자체 배급망을 가지고 있거나 기존 배급업체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새로운 배급업자가 끼어들기가 쉽지 않다.
흥행의 보증수표격인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더욱 어렵다.
이들은 일년에 한두편밖에 찍지 않기 때문에 좋은 시나리오와 제작진이 아니면 도무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택 상무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는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올해 안에 성공적으로 영화배급업에 뛰어들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11월 그는 그 카드를 꺼내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뷰| 김우택/ 메가박스시네플렉스 상무
우리 적은 경쟁사가 아닙니다

오리온그룹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이끄는 ‘4인방’이 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46) 회장을 비롯해 온미디어 김성수(39) 상무, 제미로 공동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베니건스의 문영주(38) 본부장, 미디어플렉스 김우택(37) 상무가 그들이다.
이들은 10년 전 담철곤 당시 동양제과 사장이 신규사업팀을 꾸리면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지금은 일주일에 두세번씩 모일 정도로 ‘끈끈한’ 사이가 됐다.
이들 중 김우택 상무가 오리온그룹이 새로 시작하는 영화제작·배급업의 총대를 멨다.
김 상무를 미디어플렉스가 있는 씨네하우스에서 만났다.
-영화제작이나 투자사업은 고급인력 확보가 어려워 신규진입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인력 확보 계획은. =영화제작은 가장 좋은 제작자에게 맡기고 우리는 제작투자쪽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인력은 미디어플렉스에서 반을 충원하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뽑을 예정이다.
새로운 사람들이어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
미디어플렉스가 극장업에 처음 뛰어들 때도 다들 노하우가 없었지만 유연한 사고 덕분에 오히려 극장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금요일 개봉제나 가격차등제가 그랬다.
-투자든 제작이든 쟁쟁한 경쟁자들이 많은 시장인데. =우리가 싸울 대상은 경쟁사가 아니다.
우리는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싸움을 할 것이다.
지금은 영화산업의 변화기이다.
영화제작·배급의 룰을 만들어나가는 시기다.
우리는 후발주자라서 오히려 변화를 선도할 수 있다.
후발주자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변해야 하니까. -한국 영화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보는가. =예전엔 ‘영화 한편만 대박이 터지면 된다’는 식으로 제작하고 투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화제작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갈 것이다.
장르와 제작자 등에서 포트폴리오를 짜서 평균수익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
이쯤이면 클 만큼 큰 시장 아닌가. =점유율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시장 전체로 보면 그렇지 않다.
1인당 영화관람 횟수로 볼 때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다.
1인당 연간 관람횟수가 미국은 6회, 프랑스는 3.5회인 데 비해 한국은 올해 겨우 1.7회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사람들은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개념을 가지고 놀이문화를 즐기게 된다.
전체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영화가 발전할 여지가 넓다.
하지만 새로운 관객층이 창출된다기보다는 한번 본 관객이 여러 번 보는 쪽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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