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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특집] ‘기회의 땅’ 유럽
[IT특집] ‘기회의 땅’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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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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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 정보통신 부양책 내놓고 도약 채비…상반기 유럽진출 ‘적기’
유럽 경제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그림자 아래서 주눅들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국 런던에선 신축건물 공사가 한창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교통난이 한층 심해졌다.
급격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미국 경제의 역할을 유럽이 대신 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마저 나온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호르스트 퀼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월 초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기대처럼 순조롭게 연착륙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퀼러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5%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5.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이 내놓은 예측치 3.2%에서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유럽 경제의 뒤집기 기회 이에 비해 유럽 경제는 생기가 돌고 있다.
98년과 99년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로 고전했으나 지난해에는 3.4%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도 약간의 둔화세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3% 안팎의 견조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행하는 경제통신 <다우존스>는 최근 “앞으로 유럽이 세계 경제의 기관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신경제의 위세에 자존심이 상한 유럽이 모처럼 뒤집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유럽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98년께부터 불기 시작한 ‘신경제 열풍’이다.
미국보다 2~3년 늦게 출발했지만 정보통신 산업은 줄곧 8% 가까운 높은 성장을 보이며 유럽 경제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90년대 하반기 이후 정보통신 산업이 경제성장률을 0.5~0.7% 정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한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정보기술(IT)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경제 효과 없이는 경제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6월 ‘e유럽’ 행동계획을 확정하고 신경제에 연료를 채우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또한 올해 말까지 모든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자금을 끌어들여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개발하고 농촌에 인터넷을 보급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온라인 쇼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소비자 배상의무 따위를 규정한 전자상거래 관련 법안도 통과시켰다.
그동안 미국 주도의 정보통신 산업에 조바심을 내던 각 나라들도 앞다퉈 IT 육성책을 내놓았다.
영국은 99년과 지난해 6억5천만파운드(1조3천억원)를 투입해 전국에 800여개의 IT훈련센터를 세웠다.
영국은 특히 2008년까지 모든 정부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e정부’ 만들기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은 인구의 10%(99년 기준)에 불과한 인터넷 이용자 수를 2005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프랑스 역시 98년부터 정보통신 프로젝트에 2억6천만프랑(475억8천만원)을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유선 인터넷 인프라 뒤떨어져 사실 유럽의 IT산업은 미국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서유럽의 PC보급률은 21%로 미국(51%)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98년 기준) 1인당 연간 정보통신 지출액도 1215유로(145만8천원)로, 미국의 242만7천원과는 비교가 안된다.
(99년 기준) 스위스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미국 뺨치는 정보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정보통신 관련 지출은 아직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유럽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10월 기준으로 유럽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인구의 55.6%로 미국의 40%에 비해 훨씬 높다.
특히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는 국민의 7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하지만 유선 인프라는 아시아 국가들보다 취약한 편이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자가 가장 많은 프랑스의 경우도 가입가구가 전체의 6.8%에 불과하다.
독일(3.2%)이나 영국(1.1%)은 걸음마 단계로 봐도 지나치지 않다.
아직도 대부분의 가정이 모뎀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그동안 문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보화가 숙성되기엔 걸림돌이 적지 않았다.
정보산업 발전을 위해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이 필요한데, 유럽에선 사업실패와 파산을 수치로 여긴다.
그만큼 창업에 소극적이다.
높은 조세부담률과 관료주의, 복잡한 행정절차 등 제도적 요인도 기업활동을 막아왔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2주일이면 신규기업을 등록할 수 있지만 스페인이나 독일에서는 6개월 가까이 걸린다.
게다가 유럽 통신시장은 90년대 중반까지 국가가 독점적으로 운영해왔다.
인터넷 발달의 토대가 되는 시내통화료가 그만큼 높았다.
언어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장이 쪼개져 있는 점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전자상거래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
삼성경제연구원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초기에는 정보통신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시내통화료 계속 떨어질 듯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통신 산업 발전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먼저 90년대 중반부터 장거리와 이동전화 통화료가 절반 가량 떨어졌다.
인터넷 사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내통화료는 아직도 미국의 두배에 이르고 있지만 올해 통신자율화가 이뤄지면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통화동맹(EMU)의 출범으로 유럽 안에서 전자상거래의 유로화 결제가 가능해진 점도 IT 발전에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IT 발전의 걸림돌이 점차 사라지고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IT 부양정책을 실시하면서 유럽의 정보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유럽 인터넷 산업이 2000년 1천억달러 규모에서 2004년에는 미국의 절반 수준인 1조6천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한다.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도 마무리되면서 선정업체들의 인프라 설치도 본격화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정철(43) 구주팀장은 “유럽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지난 1년 사이에 두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 앞으로 유·무선 정보통신기기와 애플리케이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가격경쟁 밀릴 것 없어 전반적 경제 호조에 힘입어 정보통신 산업의 도약을 준비하는 유럽은 국내 IT기업들에겐 기회의 땅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가 국내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한다.
유로코넷 euroconet.com 김윤상 대표는 “다양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과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한국 업체들이 지금부터 서둘러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 업체들은 수많은 동시접속자들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갖고 있다.
서비스를 통해 솔루션의 안정성도 검증받은 상태다.
추가로 드는 개발비용도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기술력과 가격경쟁 측면에서 밀릴 게 없다는 얘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벤처기업팀 김삼수 대리는 “지난해 10월 벤처기업 시장개척단과 유럽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3D쇼핑몰 솔루션을 보고 프랑스 업체가 단박에 계약을 맺자고 했다”고 말한다.
물론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정면승부는 위험부담이 크다.
하지만 틈새시장을 파고든다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보통신의 본고장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우리가 넘을 수 없는 벽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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