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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좋은 교육’으로 바꿔 바꿔
[특집] ‘e좋은 교육’으로 바꿔 바꿔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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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활용 통해 학생들 참여 늘려… 교육계 온라인 시험무대 막 올라
일본에서 초생달일 때 남반구에서 그 달을 보면 어떤 모양일까? 일본 치바현에 있는 나카하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우연한 기회에 이런 궁금증을 품게 됐다.
그들은 곧 세계 각국에 있는 일본인 학교 학생들에게 메일을 띄웠다.
'인터넷으로 세계 규모의 달 관측 프로젝트를 해보자!' ‘달 관측 프로젝트 2000’은 이렇게 시작됐다.
치바현의 초등학교 5개교와 해외 일본인 학교 4개교 등 모두 9개교가 참가했다.


먼저 공동 홈페이지를 만들고, 각 지역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시시각각 촬영한 달의 모습을 인터넷에 띄웠다.
동시에 달의 출몰시각을 신문기사를 오려가면서 정리했다.
학교마다 방법은 조금씩 달랐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매일 보내오는 달 모양을 모조지에 지역별로 붙여나갔다.
각 나라나 지역의 특징 있는 달 모양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 사이에는 몇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왜 치바현의 달이 미애현의 달보다 빨리 떠오르지?' '나라가 다르면 달 모양도 다를까?…' 이런 질문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곧바로 실험을 하도록 유도했다.
지구의가 등장하고, 조명이 등장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작은 ‘우주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ICT 활용 교육, 세계적 화두로 지난해 일본에서 있었던 ‘달 관측 프로젝트’는 컴퓨터가 도입된 교육현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른바 ‘ICT 활용 교육’이라고 부르는,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교육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요즘 ICT를 활용한 교육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보통신부에서 정의하고 있는 ICT란 ‘정보기술(Imformation Technology)과 통신기술(Communication 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기기의 하드웨어 및 이들 기기의 운영 및 정보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술과 이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활용하는 모든 방법’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IT라고 부르는 이 개념에 굳이 ‘커뮤니케이션’(C)을 넣은 것은 산업이 아닌 교육을 강조한다는 뜻에서다.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쌍방향으로 전달되는 커뮤니케이션의 툴이자 참여의 장을 만들어주는 도구다.
'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한태명 교육정보화 실장은 앞으로의 수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해 수행해 나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달 관측 프로젝트는 단지 하나의 특별한 사례일 뿐이지만, 거기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ICT 활용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학교에 컴퓨터를 갖춰놓아야 한다.
또 인터넷을 하기 위해 브로드밴드 망을 구축해야 한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어느 정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밤마다 사진기로 달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려면 이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할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ICT는 단지 교실의 변화로만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며, 컴퓨터를 어느 정도 활용할 줄 아는 학생들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ICT 활용 수업은 또다른 측면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첫번째는 학생들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쉽게 e메일로 프로젝트를 실시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공동으로 사이트를 만드는 순간, 그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학생들은 서로 활발한 의사소통을 시작한다.
직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들 외에도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이런 수업들이 그렇다고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경시하거나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그동안 묵혀 있던 지구의 같은 ‘낡은 실험대상’들을 다시 책상 위로 끄집어낼 수도 있다.
치바현 학생들은 컴퓨터에 반영된 달 모양을 보고, 왜 지역마다 모양이 다른 것일까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고 곧 교실의 커튼을 닫고, 지구의를 찾아 라이트로 태양빛을 대신하며 ‘오프라인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이런 수업은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예전에는 학생들은 책이 아니면 교사의 가르침을 통해서만 지식을 얻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절대적인 통로였고, 때문에 지식을 잘 전달하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의무였다.
하지만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은 맘만 먹으면 교사가 갖고 있는 지식 이상의 것들을 습득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율곡의 사상’에 대해 공부하는 경우 학생들은 ‘율곡’을 인터넷에서 검색할 것이며, 율곡사상연구회 같은 커뮤니티와 직접 접촉을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그들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양천중학교 함영기 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의 역할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정보를 가장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가를 보조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적정한 눈높이를 판단해주고, 좀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서울 언북중학교 송형호 교사는 일본의 달 관측 프로젝트와 같이 ICT를 활용해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ICT 활용의 혜택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ICT 수업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은 조별로 컴퓨터 학습을 하고 사이트를 들락달락하면서 잘 모르는 다른 반 학생들과도 교감을 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채팅을 통해 선생님들과 혹은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송 교사는 이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수업’이라고 말한다.
커뮤니티 형성 가장 큰 매력 송 교사의 경우는 ICT 활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사례에 속한다.
교사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ICT 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과 공동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선에 있는 모든 교사들이 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일단 컴퓨터 활용에 앞서, 현재 보급된 컴퓨터나 ICT 기기들도 충분히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 4월 완료한 ‘교육정보화 1단계 사업’은 주로 하드웨어 중심이었다.
주된 내용은 1교사 1PC, 1교실 1PC다.
하지만 그 활용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일단 교사의 컴퓨터 활용능력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예산을 들여가며 현지 선생님들의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이 아직 천차만별이고 수업도 당장 ICT 활용을 할 수 있는 수업이라기보다 ‘기능성’ 교육 위주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보다 더 교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10% ICT 활용 교육 권고조항이다.
현재 10개 국민공통 기본교과의 경우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교과과정을 10% 활용하게 되어 있다.
이런 과제는 잡무가 많은 선생님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 중학교 교사는 '그동안 정부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교육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런데 이것을 활용하지 않고 있으면 교육부는 눈총을 받을 게 뻔하다.
다급해진 교육부가 단시일 내에 활용할 수 있는 ICT 교육을 추진하다 보니 자꾸 ‘수치 위주’나 ‘전시 위주’의 ICT 활용 교육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교원대학교 교육공학박사 백영균 교수도 '10% 활용은 교육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나온 것 같다.
이런 규정은 ICT 활용을 기능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창조력을 요구하는 ICT 활용 교육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런 부작용은 그나마 잘 구축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는 인프라의 측면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송형호 선생은 현재 각 교실마다 프로젝션 TV가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열쇠로 잠가두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만지게 되면 고장이 나고 이를 관리할 사람도 없어 그냥 두고 있다며, 이는 '전시행정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송 교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과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구의 교실처럼 선생님이 상주하고 있고, 아이들이 옮겨다니는 교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가 일반 교실에서 멀티미디어 활용 수업을 하려면, 매번 컴퓨터 캐비넷 문을 열고 새로 켜야 하는데, 이는 중요한 수업 초반부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아예 대형 TV 이용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교사사이트인 에듀넷의 교사지원단 회장 이용식 교사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실습실에서는 개인이 자기실습 위주로 하게 된다.
하지만 ICT 활용은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보급된 컴퓨터를 재배치해 조별로 1대씩 나누어서 더 많은 학생들이 ICT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단계 인프라 구축 완료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ICT 교육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부족을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ICT 교육이라는 것이 컴퓨터 도입부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하드웨어적인 접근으로부터 시작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백영균 교수는 '컴퓨터로 활용하는 것만 생각했지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교육방법이 어떻게 바뀌고 학습내용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많이 얘기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ICT 활용 교육의 큰 의미는 교육방법을 개선하는 데 있고, 이는 교육과정이나 내용까지 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ICT가 그 의미 그대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경직된 교육과정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과목별로 정해진 시간과 틀에 짜여진 교과과정에서는 ICT 활용이 제대로 구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교과간 통합이 전제되고, 협동학습이 가능하며, 탐구적인 활동에 행동학습이 동원되어야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통합교육이 되기 위해선 물론 교사들 사이의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활용하기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많은 우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아직 ICT 활용교육의 실패를 말하기엔 이르다.
일단 교육부에서는 몇년 전 ICT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 교사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시한다.
'현재 ICT를 반대하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
이것은 초기에 부정적인 시각이 대다수였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컴퓨터 없이는 업무가 불가능한 환경인데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수업의 질과 효과를 높인다는 데 대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아직 교사의 능력 부족으로 자칫 기존 교육자료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교육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일중학교 박인수 교사는 '지금은 교사의 정보화 소양 배양과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 보급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정보화가 제 궤도에 들어서면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교육철학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 자료를 변형, 수정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교육의 획일화를 우려한다면 그건 일선 교사의 교과과정 수행능력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각론이야 어떻든 이제 교육정보화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은 마치 인터넷이 우리 일상을 파고들어 좋든 싫든 사이버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교육정보화가 어떤 성과를 내면서 우리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을지는 이제 교실 현장의 몫이 됐다.

교육부 '나 어떡해'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보화 사업이 여러 모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다.
1단계 교육인프라 완성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나라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인프라를 갖추게 됐지만, 진짜 관건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고 이끌어갈 것인지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정보화에 당장 닥친 문제는 의외로 ‘등잔 밑’에 있다.
보급한 컴퓨터를 어떻게 운영하고 유지·보수할 것인가 하는 운영 인력의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컴퓨터는 확보했지만,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관리하며 업그레이드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다 보조하자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가뜩이나 1차 교육정보화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여했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게 됐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공익요원들 가운데 대학 전산과 휴학자 등을 대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서는 현재 요청한 인력의 1/3도 지원받지 못한 상태다.
서울시 교육청 이문영 정보화추진단장은 여러 다른 가능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경우 컴퓨터를 다를 수 있는 학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타진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자발성에 기초해야 하는 문제라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정책으로 애꿎은 컴퓨터들만 답답하게 됐다.
한정희 기자 bambaya@dot21.co.kr

ICT 수업 엿보기

지난 9월18일 강남 언북중학교 2학년 영어 수업시간. 이날은 특별히 멀티미디어로 수업하는 시간이다.
마침 교실에 배치해 있던 프로젝션이 고장이 나서 멀티미디어실로 자리를 옮겼다.
컴퓨터가 들어차 있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교실이다.
교실 분위기는 한마디로 어수선하다.
'일단 로그인을 해놔라, 컴퓨터가 느리니까.' 그러나 학생들의 컴퓨터 화면은 선생님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살펴보니 타자연습을 하는 학생, 메일을 보내는 학생, 홈페이지에 들어간 학생 등 다양하다.
선생님이 말한다.
'오늘은 세사람이 한조가 되어 수업한다.
다 한 사람은 채팅을 해도 좋다.
' 오늘의 주요 과제는 ‘콤보태그’ 실습이다.
콤보태그 실습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학생들은 선생님이 만들어놓은 수업방에 찾아 들어간다.
인터넷을 통해 ‘즐거운 학교’ 사이트로 들어가서 언북중학교 영어선생님을 클릭하면 된다.
선생님은 매번 수업시간에 할 내용을 고지해놓는다.
그러면 학생들은 오늘 수업고지 밑에다 ‘답변’을 달아 자신들의 과제를 조별로 올려놓으면 된다.
이번에 배우는 콤보태그는 영어의 각과 본문 내용을 복사해놓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의 자리에다 Answer라는 작은 창을 보이게 만들고, Answer를 클릭하면 숨겨진 답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태그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시끄럽던 학생들은 스크린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조용하다.
단지 5분 정도 되는 이 시간 동안 집중력은 실로 놀라웠다.
학생들은 조마다 모여 태그를 만들고, 다 만든 사람들은 리플을 달아 사이트에 띄웠다.
칠판 앞 대형 스크린에는 학생들의 리플을 단 텍스트들이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학생들은 잘 하는 학생들의 도움을 받았다.
완성된 학생은 탄성을 지른다.
'야! 됐다 됐어, 신기하지 않냐?' 이런 수업과정에서 몇가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ICT를 활용했다기보다는 전산담당자가 배울 법한 웹제작 방법을 기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이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송형호 영어 선생님의 의견은 다르다.
'ICT를 활용하는 것은 선생님들의 재량이다.
영어를 포함한 언어수업의 목표는 자꾸 외우고 익혀서 숙지하게 하는 것인데, 학생들이 이 태그를 만드는 과정에서 같은 과의 내용을 보고 또 보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를 감추고, 또 보이게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문 내용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올려놓은 텍스트를 여러 차례 클릭해 보면서 내용을 또 보고 익히게 된다고 말했다.
수업이 진행되자 딴짓을 하던 학생들도 뒤늦게 결합했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걸고 만드는 것이라 그런지 끝까지 책임량을 다했다.
실제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선생님 말대로 학생들은 자기 할일을 다 하고 있었다.
송 교사는 숙제를 거의 내지 않지만 '숙제를 많이 내주는 반과 비교를 해봐도 반 성적이 뒤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수업의 목표를 정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문제는 교사들의 다양한 창의성만큼 열려 있다는 얘기다.
한정희 기자 bambaya@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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