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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교육 지킴이 ICT 활용 교육
1. 공교육 지킴이 ICT 활용 교육
  • 신일용/ 즐거운학교 기자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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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구축서 교실수업 변화에 초점… 공교육 회생 성공 가능성 높아 교육인적자원부가 1997년 말부터 추진해온 교육정보화 정책의 방향이 이제까지는 ‘인프라 구축’ 중심이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한 교실수업의 개선’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7월20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7·20 교육개혁 구상)을 보더라도 이같은 정책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김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교육개혁 구상을 담은 이 계획에 따르면 그림, 소리, 동영상, 모듈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수업 비율을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교수-학습방법의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처럼 교육정보화의 주된 방향을 ‘교실수업의 변화’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우리나라 각 학교에 설치된 교단 선진화 기자재 등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인 실제 수업의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구비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승구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화기획담당관은 '전국 초·중·고교에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각 학교에 지급된 PC나 인터넷망의 규모는 이미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4월말 ‘교육정보화 1단계 사업’의 조기 완료를 선언하면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 모든 초·중·고교 멀티미디어실(컴퓨터실)과 각 교실에 인터넷망이 깔리고 34만 교사 전원에게 컴퓨터가 지급된 상태이다.
교육부가 전국 1만64개 학교의 학내 전산망을 구축하는 데 들인 비용은 총 2634억원(학교당 2522만원)이며, 34만여명 교사 개개인에게 PC를 지급하기 위해 지출한 돈도 2536억원(PC 1대당 112만원)에 달한다.
또 교육부는 전국 학교에 딸려 있는 1만2897개 멀티미디어실에 총 43만1981대의 PC를 설치하는 데 3218억원, 전국 22만2146개 교실에 PC, 대형영상장치(빔 프로젝터), 실물화상기 등 교단선진화 기기를 설치하는 데 6008억원을 각각 투여하는 등 지난 97년 상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사업에 무려 1조4396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인프라는 OECD 선진국 수준 이렇듯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국내 교육정보화 인프라는 적어도 외견상 보기에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할 만하다.
교육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현재 모든 멀티미디어실과 교실이 100% 인터넷으로 연결된 반면,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은 멀티미디어실과 교실 중 한곳만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상태이며 전송속도에서도 우리나라가 확연히 앞서 있다.
물론 이같은 수치만으로 우리나라 각 학교의 정보화 인프라가 대단한 수준을 갖췄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각 교실에 인터넷 전용선 구축이 완료됐다고는 하나, 각종 부대장치가 미비해 실제 활용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일선학교 교사들의 지적이다.
또한 모든 교사들이 PC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2~3년 전에 지급된 기종은 펜티엄 MMX 200MHz 이하급 CPU를 장착한 경우가 많아 인터넷을 무리 없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심지어 ‘교육정보화 1단계 사업’ 초기였던 97년에 설치된 학교 멀티미디어실의 경우 고물이나 다름없는 노후 PC로만 가득차 있어 실제 수업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창고처럼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공교육의 고질적 난제 중 하나인 ‘콩나물 교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재만 첨단으로 갖추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의 교육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도 나도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각 학교에 구비된 PC와 인터넷 망 등 정보화 인프라가 교사들로 하여금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크게 넓혔다는 데에 이견을 다는 교사들은 많지 않다.
조경희 교사(경기 안산 경일고 상업·43)는 '지난해 말 교육정보화가 매우 잘 돼 있다는 북유럽 국가들을 탐방하고 왔는데, 인프라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월등히 앞선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 '우리나라가 좋은 수업을 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한다.
1시간 교육 위해 10시간 교재연구 국내 교육정보화 인프라 수준이 OECD 선진국 수준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이제 남은 일은 구축된 인프라를 어떻게 적절히 활용해서 투자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효과를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쉽지 않아 보이는 이 숙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누굴까. 이는 다름 아닌 일선학교 현장의 교사들이라는 게 중론이다.
‘결자해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듯 보이지만, 교사가 아니고는 이 난제를 풀 만한 마땅한 당사자가 없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교육계 현실이라는 분석이다.
함영기 교사(서울 양천중 교육연구부장)는 '교육부의 ‘교육정보화 인프라 완성 선언’이 교사들에게 주는 의미는 보급된 정보화 장비들을 이용한 수업 및 학습자료 제작 책임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라며 '이미 교사들도 과거에 비해 ICT 활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교육부는 정책적으로 ICT 활용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7차 교육과정에서는 10개 국민공통 기본교과의 10% 이상을 ICT 활용 수업으로 하도록 권장했으나, ‘교육정보화 2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2005년부터는 선택과목을 포함한 모든 교과의 20% 이상을 ICT 활용 교육으로 채워야 한다.
이는 교사들에게 ICT 활용이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부과됐음을 뜻하지만, 교사가 재량껏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조 교사는 '교사들이 ICT를 십분 활용해서 학생들 정서에 맞고 교육적 효과가 높은 수업을 한다면 침체된 학교 분위기에 새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1시간 분량의 ICT 활용 수업을 하기 위해 교재연구 및 개발에 10시간 가량을 투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지만, 각 시·도교육청이나 에듀넷 등이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ICT만 잘 활용하면 좋은 수업이 가능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인가? 아직까지 ICT 활용 교육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증된 바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현재 ICT 활용 교육은 국제적으로 실험단계에 있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당국이 ICT 활용 교육을 유달리 강조하는 것은 최근 들어 그 진척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공교육 붕괴’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태명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정보화실장(49)은 'ICT 활용 교육은 공교육을 회생시킬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안이며, 성공 가능성 또한 높다'고 말한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학생들 눈 높이에 가장 잘 맞는 교수-학습방법이므로 학교수업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ICT 활용교육이 공교육의 활로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교사들 몫으로 남아 있다.

교사여 그대 이름은 컴도사?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해마다 전 교사의 33% 수준인 11만여명을 대상으로 정보화 연수를 실시하고 있고 학교 실정에 맞춰 1학교 1핵심 정보요원 연수, 학교 CEO(교장, 교감) 연수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교사 연수도 점차 학교단위 컴퓨터동호회나 교과연구회 지원 등 자율연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교사들간에 발생하는 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별 연수’도 자리잡고 있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창원정보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37·경남 창원 남양초) 교사는 지난 여름방학에 웹자료 제작에 관련된 자체연수를 진행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만 해도 파워포인트나 엑셀 등의 테크닉 위주 연수가 대다수였지만 정보화교육이 점차 정보화 기기를 이용해 직접 교과 활용에 주안점을 두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교육청 연수도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누어 현실적인 상황에 맞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실제 교사 연수가 실제 수업사례를 소개한다거나 정보화교육에 맞춘 수업지도안을 공유하는 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는다.
장현정(27·서울 송촌초) 교사는 '대부분 파워포인트나 엑셀 등의 테크닉을 강조하는 연수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능’ 위주의 연수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연수를 받는다 하더라도 교육활동에 정작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 실정이다.
또한 장 교사는 '기왕에 불고 있는 자율연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직무연수처럼 자율연수도 학점이수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사들에게 어려움은 또 있다.
교육용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그렇고, 교육내용 부족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은 학생들의 ‘수준 차’다.
미리 학원에서 배워 홈페이지까지 만들 줄 아는 학생, 아직도 집에 컴퓨터가 없어 쉬운 기능조차 익숙하지 못한 학생…. ‘교육적 효과’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교육활동에서 학생들간의 이런 격차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보화교육이 사교육 시장의 확대에 또 다른 기여를 하는 건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대전의 한 교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숙한 아이들을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전체 수업은 못하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집에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의 경우는 멀티미디어실 수업을 할 때도 맨 앞자리에 앉히는 방법을 쓰면 이런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정보화교육도 마찬가지다.
정보화교육 선진 교사들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더라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수업하려는 열정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정보화교육'이라고 말한다.
‘기능 우선’으로 정보화교육을 이해하는 것보다 ‘내용 우선’의 교육활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보화교육을 이런 관점으로 대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소위 ‘컴도사’ 교사들보다 이런 교사들이 더욱 존중받는 교육풍토가 된다면 정보화교육은 위기의 교육현장을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자극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구혜영/ 즐거운학교 기자 koohy@njoyschool.net

CD롬 타이틀 설땅이 없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국내 관련 시장은 연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학교 컴퓨터 교육이 의무화했고 가정에 PC 보급률이 70%에 이르면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멀티미디어 기능이 좋아진 펜티엄 프로세서와 때마침 나온 윈도우95 운영체제와 함께 1995년쯤부터 나오기 시작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CD롬 타이틀이었다.
백과사전이나 한글·영어 교육 등이 주류를 이루다가 수학·사회·문화·과학·예체능 같은 학교 교과목을 옮겨놓은 CD롬 타이틀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면서 CD롬 타이틀이 온라인 교육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초기에 이 시장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개발업체들이 하나둘씩 온라인 콘텐츠 개발로 업종 전환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기업들은 자체 개발보다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현재 나오고 있는 학습용 CD롬 타이틀도 곧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한다.
콘텐츠간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고, 기대를 걸었던 학교 시장에서 채택률도 높지 않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비를 만만찮게 들인 제품들이 서울 용산상가나 백화점 컴퓨터 매장에서 3천~4천원에 팔리는 게 그런 이유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아이에듀 차민주 팀장은 'ADSL 보급이 늘면서 CD롬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전한다.
CD롬은 설치가 번거롭고 보관이 쉽지 않으며 600MB 저장용량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없지만, 사용자들이 저장용량 무한대인 온라인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은 사용자의 학습 진도나 성취도를 다른 가입자와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춘희 기자 point@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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