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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럽 시장의 운하, 프랑스
[프랑스] 유럽 시장의 운하, 프랑스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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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안에 답신한다는 약속을 지키셨네요. 고맙습니다.
…한국에서 온 웹에디터와 차가 네덜란드에 있어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모인터랙티브의 한 고객상담원이 지난해 11월 알퐁스 슈뢰더라는 한 네덜란드 고객한테서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알퐁스는 네덜란드에서 멀고먼 한국땅의 소프트웨어를 사고 또 고객상담까지 실시간으로 받는다는 사실이 꽤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알퐁스가 구입한 웹에디터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도 살 수 있다.
유럽에 소프트웨어 유통망이 있는 ‘와스카’(WSKA)란 업체가 판매전권을 일임받았기 때문이다.
나모인터랙티브 www.namo.co.kr 는 이를 통해 올해 유럽에서만 8억6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프랑스 유통업체 W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알파캐스트 www.alphacast.com 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1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로 디지털 위성방송 셋톱박스에서 올린 판매고다.
W사는 유럽 전역의 대형할인점에 IT제품과 가전용품을 공급하는 전문중간상으로 유럽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아랍에 유통망을 두고 있다.
프랑스가 IT 제품 유통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상위 20개 유통업체 중 엥테르마르셰, 까르푸, 오샹, 르클레르가 프랑스 국적이다.
신선한 식·음료품을 공급하는 대형할인점 운영으로 유명한 이들 대형 유통업체들은 99년 이후로 빠르게 변모했다.
96년 제정된 라파랭 법안 때문이다.
프랑스 국내에선 300제곱미터 이상의 대형매장을 열기 어렵게 되자 프랑스 유통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상품 다각화로 활로를 찾아나섰다.
정보통신 관련 상품에 눈을 돌린 것이다.
그 덕분에 최근 컴퓨터 관련 제품과 이동전화기 판매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프랑스 유통업체들의 넓은 유통망은 유럽 시장의 항로를 여는 운하와 같다.
게다가 프랑스는 세계 4위, 유럽 2위의 경제력에 6100여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풍요로운 시장이다.
지난해엔 영국, 독일보다 높은 3.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유럽 경제를 호조로 이끌었다.
IT 분야 중에선 특히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했다.
프랑스 남쪽은 GSM 휴대전화 표준을 개발한 유럽전기통신표준연구소(ETSI)가 있어 ‘텔레콤밸리’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도 고민이 있으니, 바로 10%대의 높은 실업률과 ‘미니텔’이란 대중정보통신 단말기의 인기다.
특히 미니텔은 인터넷 확산을 저지하는 주범(?)으로 떠올라 프랑스 정부를 애먹이고 있다.
지난해 미니텔 사용자는 1900만명으로 인터넷 사용자인 620만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월 5천원 남짓한 가격에 전자상거래, 예약, 온라인 지불 같은 2500여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다 보안성도 인터넷보다 뛰어나다.
굳이 목돈을 주고 인터넷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도 하다.
야후프랑스조차 얼마 전부터는 미니텔 서비스를 시작했을 정도로 프랑스인의 미니텔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그럼에도 한국 IT기업들이 프랑스에 매력을 느낄 만한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광대역망(broadband) 가입률을 보면 영국이 1.1%, 독일이 3.2%, 프랑스가 6.8%로 세나라 중 가장 높다.
정부의 지원정책도 챙겨볼 만하다.
프랑스 정부는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인턴사원 임금의 일부를 보조해준다.
R&D투자에 대해선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죠스팽 총리가 영어교육을 의무화해 언어불통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유색인종에 적대적이지 않은 문화도 매력 포인트다.
프랑스대사관 ambassade.france.or.kr 오성림 상무담당관은 요즘 들어 프랑스의 경제상황과 IT 산업 인프라를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고 전한다.
투자나 진출에 대해 묻는 이는 많지 않단다.
“프랑스는 전세계 기업이 진출해 있는 유럽의 중심국이에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뛰어난 인력과 관련 업체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지요. 유럽 영업도 용이하고요.” 그러나 한가지. 프랑스도 차례 닷컴 열풍과 닷컴 거품론이 휩쓸고 지나간 시장이라는 점은 마음에 새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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