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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아일랜드는 ‘우회로’
[아일랜드] 아일랜드는 ‘우회로’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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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국 자본·회사 유입에 적극적…낮은 세금·전문 인력·대륙 가까운 게 강점
“우리나라와 정말 비슷해요. 정서도 비슷해요.”
로코즌 www.rocozen.com 신현묵 부사장은 아일랜드 거리를 걸을 때마다, 아일랜드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묘하게 낯익은 느낌을 받는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품성부터 ‘아일리시 타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시간약속을 잘 안 지키는 습성까지 한국 사람과 비슷했다.
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공유해서일까. 한국 사람들과 통하는 점도 많았다.

무엇보다 유사한 것은 IT 열풍이다.
9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자본 유입비는 20.2%로 스웨덴에 이어 2위였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10대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 5개사가 아일랜드에서 주력사업을 벌이고 1200여개의 다국적기업이 몰려들었다.
거리마다 초고속망을 깔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고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정부는 아일랜드를 전자상거래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전자상거래 법안도 제정했다.
이런 변화의 뿌리는 깊고도 넓다.
아일랜드 경제는 86년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몰렸다.
국민들은 캐나다로, 호주로 이민을 떠났다.
이때부터 정부는 외국 자본과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IBM, 휴렛팩커드(hp), 델, 애플 같은 IT 업체들이 대거 진출했다.
지난해 가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일랜드에 유럽, 아랍, 아프리카 지역을 겨냥한 전자상거래 허브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규모가 7500만달러에 이른다.
이런 유치전략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실업률은 4% 아래로 떨어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영국을 추월했다.
경제성장률은 7년째 8~10% 사이를 오르내렸다.
2000년 증시도 13.42%나 올라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일랜드 내수시장은 아주 협소하고 빈약하다.
인구는 360만명이고 통신기반은 아직 ISDN 수준이다.
또 IT 기술과 전문인력이 풍부해 우리 기업들이 뚫고들어갈 만한 틈새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미국 진출을 노리던 IT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지사와 연락사무소를 철수시키고 아일랜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우회로로 아일랜드를 선택한 것이다.
국내총생산의 90%를 수출하고 그것 가운데 22.2%가 컴퓨터 관련 제품이라는 점은 수출 전초기지로서 아일랜드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또 아일랜드 진출 미국 기업들 대부분이 별도법인이 아닌 본사 조직이어서 본사에 접근하기도 수월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아일랜드 무역관 www.kotra.or.kr/ktc/dub/ 선석기 관장은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아일랜드는 매력 넘치는 기지라고 말한다.
두가지 이유에서다.
아일랜드 기업과 제휴하면 자연스레 세계 유수의 미국 기업들과 접촉할 수 있다.
게다가 유럽의 다양한 언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소프트웨어를 유럽용으로 바꾸기 쉽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와 미국·유럽 시장에서 아일랜드의 입지는 비슷해 보인다.
테스팅 보드라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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