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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씽크프리
[현장탐방] 씽크프리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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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기술집단의 화려한 외출
소프트웨어 회사로 살아남는 길은 바깥으로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뭘 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펀딩도 외국에서 받아야겠다고 결심했죠. 국내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질 것을 미리 짐작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군요.

미국 창투사 가운데 60개 정도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간단한 사업계획서를 담은 거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요. 당연한 결과죠. 그들에게 한국은 리스크가 너무 큰 곳이니까요. 게다가 함부로 투자하는 사람들도 아니잖아요. 그러던 중에 지난해 ‘자바의 아버지’라는 제임스 거스윈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같이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어요.미국에 본사 두고 투자도 현지서 직접 유치…자바 기술로 세계를 ‘잡아’ 일단 부딪치고 보자는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투자를 하라고 설득했죠. 그랬더니 실리콘밸리에서도 아주 유명한 벤처캐피털 가운데 하나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란 사람의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주더군요. 그렇게 소개, 소개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라이너 퍼킨스의 탭슐란이란 투자심사역을 만났죠. 미국에서 투자유치-그들의 투자방식, 이스라엘식 벤처 그에게 한참 설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자기네 회사에는 원칙이 있다는 겁니다.
자기네 회사에서 50마일 바깥에 있는 회사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들은 돈만 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투자한 회사가 성공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우리나라 창투사들과는 달라요.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하는 거죠. 하루에도 몇번씩 확인을 한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회사를 옮기겠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옮기면 다시 연락하라”면서 보기좋게 퇴짜를 놓더군요. 미국 투자자들과 접촉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그들은 투자할 때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최고로 평가합니다.
그 다음으로 치는 게 ‘실패한 경험’이구요.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실패한 경험을 높이 삽니다.
그들이 보기엔 제가 한국에서 최초의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한글 프로세서3’을 개발했다든가, ‘한글2000’, ‘사임당’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나 봐요. 한국을 잘 모르니까요. 내 힘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지금 총괄 CEO인 이경훈 사장을 만났습니다.
마케팅 전문가이고 미국에서 경험도 있으니 그들이 보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자존심을 접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스스로 투자 받아내고 마케팅도 하겠다는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었어요. 그걸 깨끗이 버렸죠. 개발자 출신인 저와 MBA 출신인 이 사장이 팀워크를 만들면 더 좋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본사를 미국에 두고 아예 미국 회사로 포장을 해서 마케팅도 거기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CEO도 이 사장이 하구요. 저는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나중에 세운 씽크프리코리아 CEO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9월에 미국에서 540만달러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미국 창투사들에서 이만큼 받아낸 게 처음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은 모두 이렇게 합니다.
연구·개발은 이스라엘에서 하고 투자 유치와 마케팅은 미국에서 하죠. 물론 본사도 미국에 두고요. 국내에도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회사들이 많은데, 그러기 위해선 처음부터 외국 창투사에서 돈을 받는 게 중요해요. 회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것도 필수적이구요. 현지에서 믿음을 얻어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인맥을 총동원해 고객도 모아주고, 필요한 사람도 구해줍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제가 잘돼야 이런 모델을 많이 따라올 테니까요. 상장도 나스닥에 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렇게 미국 본사, 한국 연구개발센터 체제가 되니까 문제도 많습니다.
일단 언어 문제가 큽니다.
미국에 30명쯤 있는데 모두 현지에서 채용했기 때문에 우리말을 몰라요. 미국 조직과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효율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오해도 많이 생기구요. 한 연구원이 10분이면 쓸 수 있는 답변을 영어로 하기 위해 1시간도 더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자체 영어 교육도 많이 하고, 통역도 두고 그랬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젠 채널을 좀 정리하고 각자 조직이 결정하는 부분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많이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죠. 반면 장점도 있습니다.
시차가 있으니까 이걸 잘 이용하면 미국에서 들어온 질문에 제때 답변을 줄 수 있죠. 밤샘 작업도 줄이구요. 사람 구하기도 실리콘밸리보다는 쉽죠. 여기서 연봉수준을 높여도 미국보다는 훨씬 쌉니다.
MS닷넷과 한판 승부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덤벼들었습니다.
‘씽크프리오피스’는 어디서든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를 쓸 수 있는 개인 ASP(온라인 소프트웨어 임대)입니다.
자바로 짰기 때문에 윈도우, 리눅스 등 어떤 운영체제에서도 실행됩니다.
무엇보다도 전체 크기가 10MB밖에 안됩니다.
‘MS오피스’나 썬의 ‘스타오피스’가 수십 수백 MB나 되는데 말이지요. 인터넷에서 구동되려면 가벼운 게 경쟁력이죠. MS가 웹오피스인 ‘닷넷’ 체제로 가겠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이미 우리가 해오고 있는 거니까요. 우리 경쟁상대가 MS가 된 거죠. 걱정되지 않냐구요? 어떤 조사결과를 보니 2003년까지 워드프로세서 시장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10억달러입니다.
우리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아닙니다.
미국 투자자들도 그런 점을 평가했어요. 올해 안에 국내 시장에도 진출할 건데 유료로만 갈 겁니다.
정공법으로 할 거예요. 이제 사용자 수만 많다고 평가받던 시대는 갔거든요. 자바로만 개발을 하다 보니까 역시 사람 구하는 게 많이 힘듭니다.
우리도 직원들에게 사람 데려오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현상금을 걸었어요. 그랬더니 애인 데려와서 현상금 받고, 동생 데려와서 현상금 받고 그러데요. 덕분에 회사에 부부도 많고 형제도 많고, 학교 동기, 선후배들도 많습니다.
꾸준히 사람들을 데려오는 걸 보니까 회사 수준이 나쁜 건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저도 개발을 하던 사람이라 그 사람들 위주로 회사환경을 만들어 가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마케팅이나 다른 건 미국에서 맡았기 때문에 여기는 ‘기술집단’ 성격으로 자리를 잡아갔어요. 그게 사원들에게 편안히 여겨졌나 봅니다.
사원들에겐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동기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일하는 사람 스스로가 재밌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틈만 나면 강조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있고 멋진 일인가 말이지요. 사실 전 재밌습니다.
거창한 표현 같지만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감으로써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요. 강태진 사장 프로필 1959년 출생 198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전산학과 졸업 1987년 동대학원 인지심리학 석사 1983년 한글 워드프로세서 ‘한글 프로세서3’ 발표 1987년 한컴퓨터연구소 대표 1998년 씽크프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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