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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인사이드] 랩어카운트의 성공 요건
[펀드인사이드] 랩어카운트의 성공 요건
  • 최상길(제로인)
  • 승인 2001.02.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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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랩어카운트’ 바람을 타고 이른바 ‘투자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다.


랩어카운트(Wrap Account)란 고객들의 투자성향과 자금수급 등을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집단(포트폴리오)을 추천하는 금융서비스다.
투자스타일이라는 단어는 바로 랩어카운트의 투자성향 조사와 관련된다.
예를 들면 투기적 성향이 강한 고객에게는 가격등락이 심해 손실가능성이 높지만 한편으론 고수익도 가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줄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통계학적 도구로 측정할 수 있다.
문제는 표준편차니 베타니 하는 통계량들을 일반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공적 랩어카운트를 위해서는 투자자를 이해시키는 것이 필수적인데 이해할 수 없는 용어로 접근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통계적 방법으로 구한 값들은 특정 종목의 평균적 특성을 나타낼 뿐이어서 시장의 특성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이 ‘유사한 움직임’을 포트폴리오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군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기업의 규모와 주가의 고저(가치/성장)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두가지 요소를 결합한 대형성장주, 대형가치주, 소형성장주, 소형가치주 등의 스타일 구분이다.
특정 스타일에 해당하는 종목으로 추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은 불편할 뿐더러 거액이라야만 한다.
그래서 특정 스타일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하는 ‘펀드 랩’이 탄생하게 됐다.
펀드 랩의 대상 펀드가 되기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할 게 있다.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고객과 약속한 스타일대로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상담사들이 공표한 스타일대로 펀드가 운용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제3자의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
펀드평가사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펀드의 투자스타일을 측정하고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랩어카운트는 완전한 펀드 랩이 불가능한 상태다.
투자스타일 확인을 위한 전제조건인 보유자산 공개가 실현되지 않고 있고, 특히 스타일에 대한 정의나 기초데이터, 펀드매니저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증권사들은 기존 펀드에서 추천펀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특정 스타일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새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랩어카운트가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한국의 금융시장 수준은 한단계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필요충분 조건들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채 시작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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