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이나 외근을 나가야 남은 시간에 영화 한편이라도 볼까, 사무실에 있으면 영락없이 일벌레 신세다.
하지만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사무실에서도 얼마든지 땡땡이를 칠 수 있다.
인터넷 서핑. 개인적인 일로 정보를 찾아볼 때도, 새로나온 영화 맛보기를 할 때도, 최근에 산 주식 시세를 들여다볼 때도 감쪽같이 상사의 눈치를 피할 수 있다.
심심하면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낯모르는 사람과 한바탕 수다를 떨어도 무사하다.
눈요기를 위해 핫사이트를 뒤진다 한들 누가 알 건가. 앗! 그런데 이런 땡땡이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사이트에서 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떴다는 것이다.
포르노 사이트를 보려는 순간… 오후 2시. 스콥정보통신 사무실의 풍경은 여느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27명의 직원들이 각각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를 하느라 바쁘다.
개중에는 분명히 인터넷의 바다에서 ‘업무 외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직원들이 지금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 있는지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모니터에 프로그램이 뜨더니, 한눈에 목록이 좍 들어온다.
왼쪽 위편에 ‘URL모니터링’이라고 써 있고, 가로띠에는 IP주소, 사용자명, 서버IP주소, 접근URL, 참조URL, 그리고 접근시간이 나열되어 있다.
접근URL에는 지금 현재 사용자가 보고 있는 사이트 주소가 기록된다.
참조URL에는 사용자가 현재의 사이트로 오기까지 거친 사이트 주소가 뜬다.
이들 기록은 여기서는 10초마다 업데이트되도록 지정해놓았다.
A씨는 현재 한 일간지를 보고 있다.
그는 10초 전에도 그 신문을 보고 있었다.
B씨는 뭔지 모를 외국 사이트를 보고 있다.
그는 10초 전에는 다른 외국 사이트에 있었다.
C씨는 메일을 보내고 있고, D씨는…. 다행히 근무시간인 지금 노골적으로 한눈을 파는 직원은 없는 듯하다.
포르노 사이트에 한번 들어가보자고 주문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있게 사이트 주소를 친다.
낯뜨거운 장면이 뜨려는 순간, 어! 이게 뭐지? 접근불가 표시가 눈앞을 막아선다.
이른바 유해 사이트 차단기능이란다.
학내 인터넷망의 경우엔 학생들의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을 제재할 수 있다고 한다.
스콥정보통신에서는 이 감시자를 ‘네킴이’라고 부른다.
스콥정보통신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각 사업영역에 원하는 형태의 정보로 가공해 전달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모니터링’을 주력으로 한다.
“오프라인에선 굳이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하는지 대충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온라인에선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죠. 이것을 알 수 있도록 해준다면, 이건 시장이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스콥정보통신 김찬우 사장의 설명이다.
네트워크 관리와 업그레이드 시장을 노린다 김 사장이 이 시장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 건 네트워크가 이제는 상용화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네트워크 시장은 새롭게 구축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시장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98년 외국계 회사인 베이네트워크에 다니면서 뜻을 같이 한 개발자 2명과 함께 ‘네킴이’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1차개발을 마쳤다.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가 온라인으로 넘어간다는 전제 아래 정보들을 분석했습니다.
데이터의 흐름을 알면 어떤 일들이 많이 이뤄지고, 어떤 분야의 업무가 취약한지 분석할 수 있으니까요.” 네킴이는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용할지 몰라도, 일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달갑지 않다.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는데요. 기능 자체를 그 수준까지는 가져가지 않아요. 우리는 분명 정보관리 중심으로 가지요. 효율적인 업무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의 개념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 김 사장도 모니터링이란 게 정보의 통제 및 관리에 맥이 닿아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사후에 통제하는 것보다 사전에 조절하는 것이 더 낫다고 김 사장은 말한다.
“예를 들어 주식시세 보는 사람을 무조건 막는다고 안 볼 것 같습니까? 볼 사람은 객장에 나가서라도 꼭 봐야 직성이 풀리죠. 그런데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봐라, 우리가 네트위크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니까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해라 하는 거죠. 이것은 회사가 전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네크워크 모니터링이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를 주고, 결과적으로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기제가 된다는 것이다.
네킴이는 지난해 1월 출시됐지만 당시 실적은 썩 좋지는 않았다.
김 사장의 말대로 시장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6월쯤 그 시장이 오리라 믿고, 스콥정보통신을 세워 때를 기다렸다.
“사실 대기업들도 시장이 오면 그제서야 ‘이거 뜨나 보다’해서 투자하고 제품을 만듭니다.
하지만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길어야 1년을 넘지 못해요. 뒤늦게 시장에 들어가면 시장은 이미 죽어 있죠. 굉장히 빠른 시장의 흐름에 대비해야 하고, 시장이 오기 전에 준비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이 사업은 그런 점에서 해볼 만합니다.
” 올해 안에 본격적인 해외진출 시작 스콥정보통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매출은 11억원, 올해 목표는 20억원이다.
소프트웨어 판매로 그 정도면 굉장히 큰 수치라고 자랑한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만큼 올해 안에 본격적인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싱가포르 지사가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고, 11월에는 동남아시아와 미국으로 진출한다.
돈이 없을 때보다 사람이 없을 때가 더 막막했다는 김 사장. 그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확실하게 보상해줄 수 있는 기업을 꿈꾼다.
“자금은 아무리 많아지더라도 10%는 직원 몫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CEO 지분 많이 있어도 이건 팔 수가 없잖아요. 팔지 못하는 주식은 의미가 없죠. 어차피 팔 수 없는 것, 우리 것으로 갖고 있으면 좋잖아요? 아무리 못벌어도 CEO는 다른 사람보다는 많이 벌 수 있어요. 회사는 그렇게 가면 돼요.”
사장: 어이, 김 대리 주식 그만 보고 이제 일 좀 해. 김 대리: 사장님, 너무 하시는 거 아녜요? 오늘 할일 웬만큼 했는데요…. 사장: 이봐! 회사 전체의 업무 사이클을 좀 보라고. 직원들의 32%는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해요. 그리고 관련 자료도 너무 개발쪽에만 치중해 있어. 마케팅쪽 업무비중을 좀 늘려야겠어. 김 대리, 동료 사원들에게 메시지를 띄운다. 김 대리: 자유로운 서핑 시간을 35%로 늘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할까 합니다. 현재 회사는 30%를 고수하고 있는데,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 여러분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해요. 30분 뒤 채팅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려고 하니 모두 참석해주세요. 참, 네킴이서버를 담당하는 유 대리는 혹시 모를 회사쪽의 접근불가 조처에 대비해주십시오. 이상 공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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