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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점포탐방] 외환은행 역삼역지점
[금융점포탐방] 외환은행 역삼역지점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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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정보 함께 나눈다 ‘튀는’ 서비스 무기로 테헤란밸리에 안착… 수출상담 등 신생기업 길잡이 역할도 10월 중순 어느날 오전 9시50분, 외환은행 역삼역지점 김철용 지점장의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린다.
“아, 이사님. 예, 예. 바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 김 지점장은 직원을 불러 I사의 공장가동률과 생산량을 조사해 L사 모 이사에게 전화하라고 지시한다.
이 지점의 고객사가 아닌 I사는 며칠 전 회사 정리절차에 들어간 부도업체다.
그리고 고객사인 L사는 I사와 동종 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관계다.
그런데 왜 경쟁사에 관한 정보를 김 지점장에게 묻는 걸까? 김 지점장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을 잇는다.
“거래사 직원부터 부사장까지 다양한 분들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미국 테러사건 이후엔 특히 환율, 원유가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죠. 우리는 거래사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우리 정보망에서 신속하게 취합해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외환은행은 이렇게 작은 일까지 신경써주는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게 말입니다.
경쟁 치열한 ‘전략적 거점’ 이런 ‘정보제공 서비스’는 여느 은행 지점이 하는 서비스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은행이 돈을 빌려줄 기업의 신용평가를 위해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거래기업에 정보를 주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다.
참 ‘유별난’ 고객서비스다.
반경 500m 안에 시중은행 12개가 모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 올해 7월에서야 뒤늦게 진입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외환은행 역삼점이 있는 로담코빌딩의 바로 옆, 앞, 건너편 건물에만도 한미, 하나, 주택, 조흥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 지점엔 ‘유별난 고객서비스’가 하나 더 있다.
창업기업을 위한 금융업무 상담서비스다.
현금흐름 구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생기업들을 위해 이 지점은 금융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상담해준다.
한 예가 신생기업 T사에 대한 신용보증이다.
올해 여름 이 회사 사장은 일본의 한 기업이 내준 9천만엔짜리 신용장 한장을 달랑 들고 이 지점에 찾아왔다.
이 회사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익기반도 취약했고 사업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임직원들 중에 금융지식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거래를 트려면 금융관행, 절차의 ABC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할 상황이었다.
외환은행 역삼역지점은 일본 지점을 통해 신용장 발급 업체의 신용도를 조사했다.
양호했다.
사장의 전력도 조사했다.
그는 외국계 회사 일본지사장 출신이었는데, 일본쪽의 신용장 발급 업체가 이러한 그의 경력을 높이 평가해 신용장을 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점은 이 회사가 납기일 안에 물건을 부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이 회사가 국내 물건회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하려면 수출용 물품을 위한 국내은행의 신용장(Local L/C)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점 직원들이 나서 발급을 도왔다.
또 수출한 물품이 부도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수출보험공사에 보험을 들게 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 상담을 받을 때엔 지점, 본점의 관련업무 담당직원이 이 회사 임원과 동행했다.
구미에 있는 물품제작 공장의 기술력과 신용도는 외환은행 구미지점에 부탁해 확인했다.
그 결과 T사는 4억원짜리 로컬L/C와 2억원어치의 결제자금, 3억원짜리 신용보증서를 얻을 수 있었다.
김 지점장은 당장 얻을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계 정립을 염두에 두고 거래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업성,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파트너 관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 평가가 6개월 단위로 일어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리기보다는 거래 기반을 구축하는 데에 각별히 힘쓰고 있습니다.
거래하는 회사가 발전해야 은행도 발전하는 거니까요.” 해외업무 처리에 강점 IMF 사태 이후 국내에 해외경제가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외환은행의 강점은 그대로 지점의 강점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이 해외 산업동향이나 환율, 원유가 같은 해외정보 취득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해외점포망이나 해외지점 근무경력 사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외환은행 지점은 그런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외환은행 지분 중 3분의 1을 보유한 코메리츠은행의 업무협조를 받을 수도 있다.
7월9일 개점한 외환은행 역삼역지점은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신규 진입자답지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지점은 삼성, LG 등 50여개의 우수 거래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업규모가 9월말을 기준으로 벌써 수신 1천억원, 여신 3천억원, 일반 수출입 외환 12억4천만달러에 이른다.
외환은행 본부는 역삼역지점을 ‘전략적 거점’이라고 부른다.
98년 한때 400여개에 이르던 점포가 288개로 줄어들 정도로 살벌한 구조조정의 와중에 개점했다는 사실은 은행 본부가 이 지점에 거는 기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터뷰 | 김철용/외환은행 역삼역지점장
성장 기업의 금융 니드 파악에 최선

외환은행 역삼역지점 김철용 지점장은 3년 만에 지점 영업현장으로 돌아온 것이 기쁘단다.
그러나 사실 그는 영업현장을 완전히 떠나본 적이 한번도 없다.
1975년 입사한 이후 그는 시드니사무소, 국내 영업부, 캐나다현지법인을 거쳐 익산중앙지점과 천안지점에서 지점장 생활을 했다.
역삼역점에 오기 직전에 있던 본점 국제본부 외국기업지원실장 자리도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때 금융업무를 상담해주는 마케팅 전담부서였으니 일선 영업부서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가 지닌 ‘현장’에 대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외환은행의 전략적 지점에 초대 지점장으로서 소임을 받은 데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역삼역지점은 외환은행의 ‘전략적 거점’이라고 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역삼역 근처에는 현재 거의 모든 은행들의 지점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동안 외환은행은 선릉, 강남에만 지점을 두고 역삼역에는 지점을 두지 못했다.
역삼역 근처는 새로운 금융중심지이다.
테헤란밸리의 중심에서 대기업, 외국계 기업, 알짜 벤처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기업금융이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는 곳이다.
기존 거래선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거래선을 뚫기 위해 역삼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입지이다.
@역삼역 근처는 은행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신규진입자로서 차별화 전략은? 그렇다.
테헤란밸리는 다른 은행한테도 전략적 지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거래는 활성화시켜 거래기업 금융에서 외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더 높여나갈 것이다.
삼성중공업, LG정유, 현대산업개발처럼 역삼역에서 가까운 대기업 거래들이 역삼점으로 옮겨왔다.
기존의 영업점보다 가까운 곳에서 이들의 니드를 파악하고 충족함으로써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생각이다.
신규 거래를 유치하기 위해선 세가지를 유념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기존 거래은행보다 거래가 편리하고, 대출 등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금융상품이 싸 더 좋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본점 차원의 지원은 없는가. 역삼역 근처 회사들 임직원의 니드 수준이 상당히 높다.
이곳에는 대기업 계열사 중에서도 성장이 빠르고 핵심적인 분야가 위치해 있고, 벤처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 중에서도 알짜기업들이 모여 있다.
이들의 금융 니드를 충족시키려면 이들을 안내하는 직원들의 자질이 높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은행도 자사에서 가장 우수한 직원을 역삼점에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은행은 역삼점을 개점하고 기존 거래선 중 일부를 역삼점에 할당하면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역삼점으로 발령을 내줬다.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직원들이 개점 이후 거의 매일 밤9시, 10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개인생활이 거의 없는 셈이다.
직원들이 이러다 마음의 여유를 잃을까 염려스럽다.
직원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고객 서비스 질도 떨어진다.
마음이 바쁘고 혼란스러운데 어떻게 상담을 친절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은 개점 초기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이 시기만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직원들 마음을 다독여줄 뿐이다.
또 나 스스로가 가급적이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려 노력하고 있다.
윗사람이 언제 출퇴근하는지 알아야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일하고 퇴근할 수가 있지 않은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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