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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우주에서 꽃피는 바이오 기술
[바이오테크] 우주에서 꽃피는 바이오 기술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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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개발·여행식량 조달 등 활용범위 넓어… 미세중력 이용한 생체실험도 활발 우리는 보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 개발과 관련한 연구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사실과 다르다.
나사가 진행하는 연구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우주 개발에 필요한 바이오 기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나사의 책임자인 다니엘 골딘은 우주 개발과 관련한 바이오 기술의 중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주 개발에 쓰이는 기존의 전자나 컴퓨터 장치 혹은 소프트웨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바이오 기술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생물정보학 기술과 생체모방 기술을 이용해 콜라 깡통 크기의 우주선을 만들고 이것을 2년 동안 비행시켜 어떤 별에 도착하도록 하면, 그곳 환경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한 여러 개의 깡통 우주선들이 서로 결합해 복잡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식물과 같은 기능을 갖춘 장치를 만들어 이산화탄소가 많은 화성에 보내면, 이들이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만들면서 스스로 복제하게 되며, 그 결과 언젠가는 화성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계획에는, 스스로 복제하지는 않지만 일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소규모 생물공장을 화성에 보내 시험해본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이런 주장이 막연한 상상만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나사가 개발한 놀라운 바이오 기술들이 예상 밖으로 많이 실현됐기 때문이다.
나사, 우주 개발에 필요한 바이오 기술 연구 우주개발 초기에는 우주선에 탑승할 우주인의 식량을 개발하고, 그들이 우주공간에 체류하는 동안 생리적 기능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좀더 먼 우주를 비행하려면 장기간 비행이 불가피하고, 그렇다고 모든 식량을 다 싣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주선 내부의 좁은 공간에서 높은 수확을 올릴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작물을 개발해야 했다.
이와 같은 작물은 우주인이 호흡할 때 생기는 탄산가스와 태양전지로 공급되는 빛을 이용해 자라며, 우주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생산해낸다는 이점이 있다.
클로렐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조류를 ‘바이오 리액터’에서 배양해 탄산가스를 제거하고 식량과 산소를 얻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중력이 약한 우주 공간에서 우주인이 겪는 생리적 변화 중 하나는 다리뼈와 척추의 골밀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지속적인 하체운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의 콩팥 세포로 실험한 결과 우주선 내부와 같은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약 1600개 유전자의 활동이 변화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보고됐다.
그 가운데는 뼈의 골밀도를 조절하는 비타민D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도 포함돼 있다.
아직까지는 이런 유전자 활동 변화 메커니즘이 다 이해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가 진척돼가면서, 앞으로는 장기간 우주여행에 필요한 바이오 기술들이 점차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간 우주여행을 위한 우주선에는 아마도 종합병원을 싣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주인의 건강과 생리적 변화를 관리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하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대체 혈액이나 인공 피부조직이 필요할지 모른다.
나사는 이를 위해 3차원 형태로 세포 조직을 배양하는 조직공학 기술과, 이 과정에서 세포 조직의 성장과 관련한 암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주 정거장 띄워 미세중력 실험실 만든다 디스커버리, 아틀란티스, 콜럼비아, 인데버. 이들은 스페이스 셔틀 이름이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수차례 발사돼 우주공간을 떠다니다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이들이 우주 공간에 있을 때는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다.
미세중력 상태에서는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들이 관찰된다.
지구 표면에서는 중력의 존재 때문에 불가능했던 연구를 이런 환경에서는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스페이스 셔틀에서 수행됐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 표면에서 잘 만들어지지 않는 단백질 결정을 만들 수 있었고, 지구상에서는 잘 배양되지 않는 신경세포가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100배 이상 잘 자란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척추신경 이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된 사람을 우주 공간에서 치료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연구는 장기간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인의 골밀도 저하를 방지하는 방법이나 약품을 개발하는 데도 유용하지만, 일반적인 골다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밖에 미세중력 공간에서 미생물에 의한 항생제의 생산성 증가가 알려지기도 했고, 연골을 생체내 연골과 동일한 조직 상태로 배양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신서콘(Synthecon)이라는 작은 바이오 벤처기업은 미세중력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상에서도 수평으로 회전해 지구 중력을 상쇄시킴으로써 미세중력 상태에서 세포배양을 할 수 있는 바이오 리액터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인공 연골이나 피부의 제조, 당뇨병 치료제 개발, 특수한 용도의 세포 배양 등에 쓰이고 있다.
우주개발 기술이 민간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구 표면에서 세포를 배양하는 경우에는 60일 정도 지나면 세포 덩어리가 배양액 내부에서 떠다니기에는 너무 커 바닥이나 벽에 붙거나 덩어리가 부서지기 때문에 암 조직 덩어리에 대한 연구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인체에서 암이 자라는 것과 유사하게 암세포를 배양할 수 있어, 암 연구가 가능하다.
특히 콩팥 세포를 미세중력 환경에서 배양하면 세포 표면이 지구상에서 배양할 때와 달라지며 우리에게 필수적인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식물을 미세중력 하에서 배양해 중력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유전자를 이용해 쓰러져도 바로 일어나는 유전자 변형 식물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폭풍우나 바람에 쓰러져도 몇시간 만에 다시 저절로 일어나는 곡물을 개발해 수확 감소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미세중력 연구에 고무된 여러 나라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주 실험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을 포함한 16개 나라가 우주공간에 국제 우주정거장을 설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게 됐다.
이 국제 우주정거장은 미세중력 공간이 필요한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상업화한 연구실이다.
이들 나라는 2000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스페이스 셔틀을 이용해 실험장비를 우주공간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면 지름이 약 100m 정도 되는 우주정거장 실험실이 구축될 것이다.
나사에서 우주공간을 상업적 도구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구 표면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어하는 많은 제약회사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www.bioventure.or.kr

우주에서 키운 장미 향수 ‘젠’

우주 개발의 부산물로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하는 예가 많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스페이스 셔틀에서 키운 장미에서 만들어지는 향수다.
미세중력 공간인 스페이스 셔틀에서 장미를 키울 경우, 중력이 있는 곳에서 장미가 필 때는 나지 않던 전혀 새로운 향이 만들어지는 것이 관찰됐다.
미세중력 하에서 세포의 생리적 기능 변화가 다른 종류의 향 성분을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연구팀과 뉴욕의 한 향료회사에서 추진했다.
일본의 시세이도(자생당)에서 이것을 ‘젠’(Zen)이라는 이름의 향수 제품으로 만들어 현재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 셔틀에서 많은 양의 장미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로는 스페이스 셔틀에서 키운 장미의 성분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같은 성분이 되도록 지구상에서 만든 것이 젠이다.
이 제품은 나사 홈페이지에 성공적인 연구개발의 예로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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